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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 타이젠 폰, 플랫폼을 외칠 조건


 지난 1월, 삼성은 미루고 미뤘던 첫 타이젠 폰인 Z1을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체제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미 바다 OS가 있긴 했으나 준비가 부족했던 바다와 달리 3년 가까이 준비한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건 사실입니다.
 


삼성 타이젠 폰, 플랫폼을 외칠 조건
 
 하지만 처음으로 출시한 타이젠 폰이 저사양의 신흥 시장을 노린 저가 제품인 탓에 주력 제품은 여전히 안드로이드에 묶여 있고, 소비자들도 삼성이 타이젠에 주력한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안드로이드 폰 판매량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있으나 삼성으로서는 타이젠의 성공이 간절하지 않은 것도 아니기에 분명 돌파구가 필요하죠.
 
 


 SamMobile은 중급 타이젠 폰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뜬소문으로는 이 제품에 4.8인치 720x1280 해상도 디스플레이, 2GB 메모리, 8MP 후면 카메라, 2,600mAh 배터리가 탑재할 것이며, Z1이 신흥 시장에 주력했던 것과 다르게 미국, 중국, 한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을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Z1보다 성능을 올리긴 했으나 삼성의 현재 주력인 갤럭시 S6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데, 판매 지역을 확대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SamMobile은 후속 제품이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실 삼성이 타이젠을 스마트폰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므로 스마트폰 성적이 곧 타이젠의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웨어러블은 타이젠으로 재미를 보고 있고, TV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기기에서 타이젠 사업을 계속 모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젠 폰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완전한 개인기기로서 자리했으며, 모바일이 꾸준히 성장한다고 했을 때 운영체제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삼성이 타이젠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웨어러블이나 TV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에 스마트폰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만 합니다.
 
 뜬소문대로라면 삼성이 판매 지역을 확대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실제 방글라데시에서는 판매 점유율 10%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기에 가망이 있으리라 전망한 듯싶습니다. 그러나 삼성이 타이젠 폰으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과 플랫폼 경쟁을 하기에 필요한 조건은 명확합니다.
 
 


 삼성이 준비 중이라는 타이젠 폰은 미들레인지 수준의 제품으로 무엇이 되었든 주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타이젠 폰만 빼고 보면, 현재 삼성은 상반기를 갤럭시 S6와 S6 엣지로 잡아내고, 하반기는 차세대 갤럭시 노트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에 성능 비교만으로도 타이젠 폰의 포지셔닝이 여전히 밀려있음을 알 수 있죠.
 
 물론 안드로이드와의 차이를 생각하면 분명하지만, 그만큼 현재 타이젠이 내세울 수 있는 게 성능이 아닌 가격이라는 걸 방증하는 것입니다.
 
 2013년,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4년에 타이젠 스마트폰이 800만 대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적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럴만한 제품이 없었으니까요. 재미있는 건 2017년까지 3,960만 대까지 판매하겠지만, 시장 점유율이 2.9%에 머물 것으로 내다본 것인데, 즉, 4,000만 대 가까이 팔더라도 타이젠이 시장에서 가지는 지위가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겁니다.
 
 문제는 상기했듯이 현재 타이젠 폰의 경쟁력이 가격에 치중한 탓에 비슷한 경쟁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플랫폼 확대에 치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저가 시장은 플랫폼의 차이보다는 가격으로 나타나는 소비 형태에 치중하기에 실질적인 생태계 확대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그것은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폰이나 블랙베리의 저가 라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원 등도 똑같으며, 블랙베리의 사례를 보면,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할 소프트웨어를 iOS와 안드로이드까지 지원하여 사용자 경험을 확대하고, 이를 블랙베리 제품을 선택할 단초로 삼은 점이 주요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젠은 특별한 차별점도 없고, 생태계를 제외한 제품의 성능 자체가 특출난 것도 아니므로 신흥 지역의 약간 오른 판매 점유율이나 판매 지역 확대가 그렇게 의미 있는 행보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TV나 웨어러블, 기타 전자 제품과 스마트폰을 타이젠으로 엮으려는 것이 목표라면 많이 판매하지 못하더라도 엮을 가능성이라도 보여주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안드로이드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타이젠의 목표만 내세우지 말고, 실제 제품이 운영체제 플랫폼 전략의 최전방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성공에 다가갈 조건이 되리라는 겁니다. 그 핵심이 빠진 타이젠은 얼마가 팔리든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독자적인 포지셔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삼성이 안드로이드와 동등한 위치에 놓더라도 타이젠을 주력으로 내세우지 않으면 타이젠 폰은 플랫폼 경쟁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블랙베리가 저가 제품을 출시한 것이 회생 방안이었던 것과 타이젠의 상황은 다르니까요. 타이젠은 그 조건부터 만족해야 합니다.
 
 


 덕분에 아무리 뜯어봐도 삼성만의 전략이 있는 게 아니라 안드로이드의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고, 그것마저 가격 경쟁력에 중점을 두고 있으니 타이젠의 플랫폼 경쟁력을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령 구글은 최근 크롬 OS를 탑재한 고성능 랩톱인 픽셀의 차세대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누구도 이 제품이 많이 팔릴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저성능이라는 인식에 묶여있던 크롬의 성능에 대한 의문을 풀도록 했고, 실제 구글에서는 픽셀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힌 탓에 저가 크롬북 라인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타이젠의 전략이 뚜렷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운영체제 생태계가 있어야 하고, 타이젠에 집중하여 유지할 여력이 삼성에 있음을 픽셀처럼 증명할 수 있다면 타이젠만의 포지셔닝도 쉽게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주력 제품인 갤럭시 S6처럼 공을 들이거나 동등한 제품이 아니고서는 타이젠 폰이 시장에서 플랫폼으로 기대받긴 영영 어렵겠죠. 어떤 타이젠 폰이든 안드로이드가 우선임을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모질라를 최대 경쟁자로 두는 게 현실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