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Samsung

삼성, iOS를 품어야 한다


 삼성이 iOS를 품어야 한다는 건 매우 이질적입니다. 삼성의 가장 큰 경쟁자이자 비교 대상인 애플의 iOS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래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삼성이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되찾고자 한다면 iOS도 전략에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삼성, iOS를 품어야 한다
 
 삼성은 지난 2분기 1,800만 대의 갤럭시 S6를 판매했습니다. 여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지만, 예상치인 2,100만 대를 밑돌았습니다. 더군다나 평가가 좋지 않았던 전작인 갤럭시 S5가 주력이었던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 이익이 줄었습니다.
 
 


 삼성의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끼친 원인 중 하나로 수요 예측 실패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엣지 모델의 수요가 더 높은데 플랫 모델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측했고, 이것이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차기 제품인 갤럭시 노트 5와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로 가정된 대화면 제품에서는 만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요 예측 실패는 둘째 치더라도 삼성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가는 별개 문제입니다. 분명 엣지 모델은 특이하면서 미려하고, 삼성의 기술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인 건 맞습니다. 다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이 낮아지고 있으며, 거의 유일하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생존 중인 삼성조차 매출에 제동이 걸렸다는 건 전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프리미엄 시장이 축소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엣지 모델에 대한 수요 예측에 성공했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에서 멀어진 소비자를 다시 끌어올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은 엣지 모델의 존재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날고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 차이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달리 말하면 삼성이 플랫폼에서 어떤 우위를 점하고 있느냐입니다. 삼성이 플랫폼 확장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한 건 맞으나 결국에는 안드로이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제품 판매로는 애플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지만, 플랫폼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의 구글조차 경쟁자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삼성이 그 플랫폼 차이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iOS와의 경쟁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다시 플랫폼 차이로 해석하면, 축소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이 성장할 여지도 줄어드는 게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삼성이 iOS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굳이 따지면, 삼성은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스마트폰에 서비스와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 페이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갤럭시 시리즈와 연동할 수 있는 웨어러블을 선보이는 등 제품 간 시너지를 만들어 판매를 꾀하는 전략이죠. 즉, 필자가 말하는 삼성이 iOS를 품어야 한다는 건 삼성이 플랫폼 요소로 내세우는 것들을 iOS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마그네틱 결제가 가능한 루프페이 기술이나 NFC 결제는 어렵더라도 터치 ID를 채용한 온라인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삼성 페이나 iOS와 연결할 수 있는 웨어러블, 홈킷을 채용한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또는 밀크 뮤직도 iOS용으로 제공할 수 있겠죠.
 
 '그럼 삼성이 가진 플랫폼 영향력이 떨어뜨리지 않을까?'
 '닌텐도가 여전히 많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건 플랫폼을 유지하는 덕분이잖아?'

 
 닌텐도가 분명 자사 콘텐츠를 이용해서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건 맞습니다. 단지 삼성이 삼성 페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 플랫폼 요소를 토대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삼성이 내세우는 플랫폼 요소가 삼성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주진 않는다는 겁니다. 되레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영향력과 삼성의 하드웨어 신뢰성에 삼성이 내세우는 것들이 부가적인 기능이나 혜택 정도로만 인식될 뿐이죠.
 
 예를 들어, 그나마 삼성이 내세울 수 있는 플랫폼 역량을 보면 '스마트폰 판매를 기반으로 자사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웨어러블 기기를 팔겠다.' 정도인데, 앞서 얘기한 것처럼 프리미엄 시장이 축소한다면 웨어러블 수요도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더 아래의 시장으로 갈수록 샤오미 등 경쟁자가 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iOS라는 플랫폼이 버티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를 반대로 하는 카드를 삼성이 쥐고 있진 못하다는 겁니다. 다른 플랫폼 요소로 스마트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하지 못한다는 거죠. 하드웨어 기반의 플랫폼을 형성하고자 하지만, 구글이 더 상위 플랫폼으로 존재하니 의도와 다르게 안드로이드의 시장 동향이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iOS입니다.
 
 만약 iOS와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에 삼성 페이를 탑재한다면 꼭 자사 스마트폰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웨어러블 판매와 삼성 페이를 보급할 수 있습니다. 또는 iOS용 밀크 뮤직을 출시하여 기본은 유료로 서비스하되, 자사 스마트 워치 구매자라면 자사 스마트폰처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으로는 하드웨어 경쟁력에 좀 더 치중해야겠지만, 현재 어중간한 플랫폼 역량보다는 자사 제품을 더 판매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겠죠.
 
 어떻게 보면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iOS까지 상위 플랫폼으로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상기한 예의 사용자 경험에서 좋은 영향을 준다면 지금처럼 무작정 하드웨어만으로 플랫폼 경쟁을 하는 것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소비자가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넘어오게 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비단 삼성이 아니더라도 구글,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방법입니다. 여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등 자사 소프트웨어를 윈도 제품을 구매하게 할 방법으로만 사용했지만, 모바일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탓으로 축소하는 PC 시장의 영향이 겹쳐 성장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략을 바꿔 경쟁 플랫폼에 오피스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면서 자사 제품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자사 제품에 대한 접근을 늘리고, 구매할 가능성도 키운다고 생각하는 거죠. 표면적으로는 iOS와 안드로이드를 상위 플랫폼으로 두는 것이지만, 클라우드 사업이 성장하게 했으며, 윈도로 접근할 길을 만들었으니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삼성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스마트폰이 아닌 사물인터넷, 즉, 커넥티드 가전에 있다고 본다면 플랫폼을 자사 스마트폰에 옭아매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닙니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확대한다고 했을 때, 아이폰 사용자라면 가전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삼성 제품보다 iOS를 지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겠죠. 삼성 가전을 구매하기 위해 아이폰에서 삼성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려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이미 구글은 이점을 고려하여 네스트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통합한 네스트 앱을 iOS에 지원하고, 가전 회사인 월풀은 네스트 플랫폼을 지원하는 세탁기를 내놓았습니다. 고로 스마트폰이 아닌 커넥티드 가전의 플랫폼에서 구글과도 경쟁하려면 현재 자사 스마트폰에 고립한 플랫폼 역량이 아닌 iOS도 대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이게 스마트폰 경쟁보다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되리라는 겁니다.
 
 iOS 지원을 통한 삼성 페이, 밀크 뮤직, 웨어러블 등 기존 삼성 제품들의 경험을 커넥티드 가전으로도 연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세탁기 구매자도 아이폰에서 무료로 밀크 뮤직을 이용할 수 있거나 아이폰과 삼성의 웨어러블 제품이 연결되지만, 웨어러블과 가전제품이 연결되도록 하여 iOS를 포함한 삼성의 생태계를 형성토록 하는 등 말이죠.
 
 더 큰 시장에 뛰어들고자 한다면 경쟁의 방향을 바꾸어야 하고, 현재가 적절한 지점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사실 삼성이 몇 가지 iOS용 앱을 내놓긴 했습니다. 세탁기나 에어컨, 로봇 청소기나 CCTV를 제어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인데, 이들 지원이 플랫폼 관점에서 제시되진 않았습니다. 네스트가 하나의 앱으로 커넥티드 가전을 구현하려는 것과 다르게 개별 앱으로만 존재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네스트는 통합한 앱에 네스트 캠이라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를 출시했고, 네스트의 온도조절장치와 연결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했습니다. 기본적인 기능도 삼성이 제공하는 앱보다 출중하지만, 시너지 탓으로 두 개의 제품을 판매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것이 곧 소형 가전이 아닌 TV나 세탁기, 냉장고, 오븐이 될지 모를 일이죠.
 
 애플과의 경쟁도 생각해야 하지만, 전반적인 플랫폼 경쟁과 자사의 경쟁력이 오직 스마트폰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iOS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고, 갤럭시가 아닌 삼성이라는 플랫폼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