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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루프페이, 생각만큼 기대하기 어렵다


 가트너는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를 3,530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7,21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기에 새롭게 뜨는 시장으로 볼만합니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 시장이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어떻게 흘러왔는지 돌이켜보면 현재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수월하죠.
 


삼성-루프페이, 생각만큼 기대하기 어렵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 지문 인식 기능인 터치 ID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Apple Pay)'를 선보였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전에 느렸던 모바일 결제 시장을 치열하게 바꿔놓았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존 모바일 결제 업체들의 선택이 크게 갈렸습니다. 구글은 아예 새로운 모바일 결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스퀘어는 스퀘어 월렛을 종료한 후 애플 페이나 구글 월렛을 지원할 수 있는 NFC 결제 시스템을 내놓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삼성도 무언가 생각이 있는 모양입니다.
 
 


 삼성은 비접촉 결제 스타트업인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했습니다. 앞서 삼성의 차기 스마트폰에 비접촉 결제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루프페이와 협력 중이라는 뜬소문이 있었는데, 아예 사버린 겁니다.
 
 루프페이는 스마트폰에 저장한 마그네틱 카드 정보를 POS 단말기에 전달하여 카드를 긁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으며, 덕분에 바코드나 NFC가 아닌 기존 POS 단말기를 이용해서 결제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강조한 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미국 상점의 90%에서 결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1,000만 개 수준입니다. 25만 개의 애플 페이보다 결제 가능 규모에서 앞서있는 것입니다.
 
 현재 루프페이는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는 케이스로 해당 기술을 실현하고 있는데, 삼성이 인수하면서 스마트폰에 직접 내장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 마그네틱 정보를 저장하기만 하면 굳이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쉽게 비접촉 결제가 가능하겠죠.
 
 이에 '삼성이 애플 페이에 대항하기 위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현재 애플 페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애플 페이가 확산한다면 iOS 플랫폼이 강화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니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파이를 챙기지 못한다면 플랫폼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될 테고, 루프페이가 삼성의 대응책 중 하나라면 쉽게 수긍됩니다.
 
 문제는 루프페이를 인수한 것 자체만으로 애플 페이에 대응하긴 어렵습니다. 또는 대응책으로 인수한 것이 아닌 순수하게 모바일 결제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본 인수라고 해도 기대감을 주기는 아주 모호합니다.
 
 


 루프페이의 기술은 순전히 마그네틱 정보를 카드 대신 전달하는 것인데, 추세는 보안성을 이유로 IC 카드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즉, 현재 루프페이가 내세우는 기술이 시장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고, 결국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NFC나 바코드나 블루투스로 말이죠.
 
 재미있는 점은 루프페이의 정체성입니다. 루프페이는 킥스타터로 주목받은 스타트업이고, 기존 POS 단말기에서도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결제 성공률을 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당시 스퀘어는 바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스퀘어 월렛(Square Wallet)'을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카드를 등록하여 바코드에 스캔하는 것으로 스캔 과정에서 실패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만약 지속해서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용자는 플라스틱 카드를 지갑에서 다시 꺼내어야 했고, 루프페이는 자사 기술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 되레 그걸 노리고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러나 스퀘어의 목표는 결제 방식에 있는 게 아니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가맹점을 늘리면서 상점과 고객의 결제 방식을 스퀘어로 통합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루프페이는 그런 접근보다 결제 방식에 주목했고, 스퀘어의 결제 방식을 물었으나 실상 목표하는 지점은 달랐습니다.
 
 그랬던 스퀘어가 애플 페이 등장 후 스퀘어 월렛을 종료한 건 스타벅스와의 제휴가 끝을 맺은 것도 있지만, 결제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기존 소상공인 가맹점에 스퀘어의 결제 관리 솔루션을 포함한 NFC POS 단말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애플 페이를 수용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스퀘어도 NFC 결제 방식을 내놓을 수도 있었으나 앱을 실행하는 과정을 포함해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기본 기능으로 탑재한 애플 페이나 구글 월렛의 접근성이 높으니 힘든 경쟁이 아닌 이용할 수 있는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것입니다.
 
 현재 애플 페이가 대부분 대형 업체들과 손을 잡은 채 애플 페이를 제공하지만, 스퀘어가 애플 페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 소상공인까지 애플 페이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건 스퀘어가 확보한 소상공인 가맹점이 100만 개 정도라는 겁니다. 루프페이가 주장하는 1,000만 개 수준에 미치진 않으나 핵심은 루프페이는 스스로 기반을 다진 것이 아닌 기존 POS 단말기를 이용하는 쪽을 선택하되 결제 방식에 초점을 맞췄고, 스퀘어는 직접 가맹점을 관리하면서 소상공인이 쉽게 새로운 결제 방식에 접근하게 하면서 판매 분석, 매출 검토 등의 서비스 제공으로 기존 POS 판매 체제를 벗어나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쪽이 미래에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당연히 스퀘어겠죠. 그러니 루프페이 자체가 향후 결제 시장 영향을 끼치는 것보다 점점 발디딜 공간과 IC 카드 교체로 마그네틱 카드가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삼성은 어차피 NFC나 블루투스 등을 활용한 새로운 결제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기존 POS 기반이 줄어들면 애플처럼 가맹점을 마련하거나 스퀘어 등이 해당 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루프페이를 인수한 것만으로는 그런 효과를 낼 수가 없고, 끝내 삼성이 나서야 할 부분이 바뀌거나 수월해지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당장 루프페이로 기대할 수 있는 건 줄어들 예정인 기존 POS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 고로 더 안전하고 빠른 새로운 철로가 깔리는 시점에서 낡은 철로 노선에 새 기차를 운행할 사업을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애플 페이 대응을 논하기 전에 삼성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 자체에 루프페이 인수만으로 기대할만한 건 마땅히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삼성이 쓸데없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고 필자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현재 루프페이를 인수했다는 것이 그다지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며, 무언가 시너지를 낼만한 장치를 내놓지 않으면 이번 인수의 의미는 삼성만 아는 것이 되겠죠.
 
 사실 삼성은 이미 모바일 지갑 서비스인 삼성 월렛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딱히 성과를 찾기가 어려울 뿐 루프페이 인수를 그 과정의 하나로 본다면 현재 삼성의 모바일 결제 시장 포지셔닝은 파악하기 쉽습니다. 오히려 인수만 놓고 삼성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이고, 실로 그럴 생각이었다면 현실성은 둘째 치더라도 루프페이보다 스퀘어나 베리폰(Verifone), 인투이트(Intuit)가 더 나은 대상이었겠죠.
 
 즉, 루프페이에 집중할 게 아니라 삼성이 지금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부터 지켜보는 게 순서이자 실체 없는 기대감을 뚜렷하게 할 지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