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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뉴스, 하드웨어 중심 플랫폼의 강력함을 보여주다



 애플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서비스 부문입니다. 사실 제대로 성공한 서비스가 많지 않을뿐더러 있는 서비스조차 타사와 비교해서 딱히 압도적으로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용자가 애플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건 하드웨어와 깔끔하게 통합했기 때문이죠.
 


애플 뉴스, 하드웨어 중심 플랫폼의 강력함을 보여주다
 
 가령 파일을 저장하는 용도로만 아이클라우드가 존재한다면 현재 가격 정책으로 이용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기기 간 연동, 백업이 유연하게 작동한다는 점이 타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비싸지만, 이용하게 되는 이유일 테죠. 하지만 그 점이 각 서비스 경쟁을 제어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고, 하드웨어 경쟁력에 보조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애플은 지난주 개최한 WWDC 2015에서 새로운 앱인 '뉴스(News)'를 공개했습니다. iOS 9에 탑재될 예정인 뉴스는 제휴한 50개 이상의 매체에서 발행한 콘텐츠를 하나의 앱에 몰아넣고, 사용자가 원하는 뉴스를 선택하여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설명만으로는 플립보드와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필자는 오히려 페이스북이 경쟁자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뉴스를 페이스북에 모으고자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s)'이라는 새로운 앱을 내놓았고, 이는 이전에 내놓은 '페이퍼(Paper)'와는 또 다른 의미의 뉴스 앱이었습니다.
 
 본래 매체들은 페이스북에 짧은 게시물을 올려 자사 웹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도했으나 인스턴트 아티클은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종속하여 이용자가 페이스북에서 바로 전체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합니다. 대신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매체와 나누기로 했죠.
 
 애플의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뉴스 앱에 제공하는 콘텐츠에 자사 광고 플랫폼인 iAD를 적용하여 수익을 매체와 나눌 수 있게 했습니다. 콘텐츠를 취합하여 하나의 광고 플랫폼에서 수익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둔 것입니다.
 
 


 인스턴트 아티클이 나왔을 때도 반응은 페이스북이 갑의 위치에서 을이 된 매체들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우려가 깊었는데, 애플까지 뛰어들면서 대부분 '과연 매체들이 설 자리가 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기존 포털이나 검색 서비스와 달리 플랫폼과 수익 모델까지 나누면서 종속하는 것이 옳은가 말이죠.
 
 하지만 이들 플랫폼에 들어가기로 한 건 언론사들입니다. 자사 콘텐츠에 자신이 있었다면 굳이 종속하지 않더라도 생존 방안을 찾으려고 했겠지만, 종이 매체의 이익 감소에서 온라인으로 이행했으나 실상 매출이 종이보다 떨어졌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온라인 매체에 포함한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1억 4,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에는 유럽의 통신사들이 구글을 견제할 목적으로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 차단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온라인으로 이행 중인 상태에서 매체들도 직격탄을 맞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체들이 꾸준하게 연구한 것이 네이티브 광고지만, 아직 네이티브 광고만으로 매체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매출을 내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이익을 보장해주는 쪽이 나은 방향일 수 있다는 판단을 매체들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의 사용이 늘어난다면 자체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비용을 더 써야 하기에 차라리 강력한 플랫폼에 붙는 쪽이 안전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이 부분을 페이스북과 달리 좀 더 지독하게 노렸습니다.
 
 어쨌든 페이스북은 어떤 플랫폼에서나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자사 하드웨어에서만 뉴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렇게만 보면 페이스북이 나은 것 같으나 애플이 노리는 바는 단순 경쟁에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골드만삭스의 자료를 인용하여 '구글의 모바일 검색 광고 매출의 75%가 iOS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디스플레이 광고가 아니라 검색 광고만 그렇다는 것이지만, iAD라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지닌 애플에 해당 수치는 거슬릴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를 차단하려는 유럽 통신사들의 움직임도 있으나 매체들에 구글 광고는 가장 매력적인 플랫폼이고, 광고 플랫폼으로 매체들을 규합하려는 건 애플의 광고 사업에 방해였죠.
 
 그러자 애플이 선택한 건 자사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에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iOS 9에 포함하겠다는 겁니다. 가장 쉽게 구글의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플랫폼을 와해할 방법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와해하여 손실될 매체들의 매출을 뉴스로 회복할 수 있게 하여 아예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했다는 거죠.
 
 이는 모바일 광고에서 가진 iOS의 지위를 자사 하드웨어에 응축해버린 것으로 매체들이 가진 고민을 당겨오는 동시에 서비스만으로 구축한 경쟁 플랫폼을 하드웨어 경계에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버린 것입니다. 만약 애플이 구글처럼 iAD를 포괄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키울 생각이었다면 광고를 차단하는 게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겠지만, 애플은 서비스가 하드웨어 판매에 보탬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탁월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그럼 구글도 안드로이드에 특별한 광고 정책과 콘텐츠를 취합할 방안을 내놓으면 되지 않았을까?'
 
 물론 뉴스 서비스의 제공이 애플의 전유물인 건 아닙니다. 단지 구글은 하드웨어 중심의 플랫폼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가 널리 퍼뜨려 거대해진 플랫폼 위에 광고를 올려서 이익을 내는 게 전략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퍼뜨리는 전략과 하드웨어 판매를 공고히 하는 플랫폼 전략의 차이에서 뉴스는 하드웨어 중심의 플랫폼이 서비스 경쟁에서 어떻게 강력히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시기가 적절했던 것도 있습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온라인 광고에 대한 제어 권한을 소비자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규제안이 있었고, 지난달 독일에서는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보급, 이용이 합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온라인 매체들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애플의 뉴스는 아직 여러 부분에서 실험이 필요하겠지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여기서 애플은 구글까지 견제해버렸죠.
 
 다만 뉴스의 이런 전략이 소비자들의 이용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상기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게 그런 의미이고, 전략과 별개로 뉴스가 우수하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결국은 페이스북, 또는 스냅챗이나 야후 등과 경쟁해야 하니까요.

 전제를 초석으로 뉴스가 플랫폼의 힘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