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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Kakao

다음카카오의 '선택과 집중'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다음카카오가 차례로 자사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습니다. 회사 판단으로 종료하는 것이 이익에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올바르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왜 서비스들을 줄줄이 종료하는가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안내는 쉽게 이해가 어렵습니다.
 


다음카카오의 '선택과 집중'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이달 초, 다음카카오가 다음 클라우드를 종료하겠다고 했을 때, 필자는 '다음 포털의 해체 가능성'을 언급했었습니다. 너도나도 운영할 만큼 플랫폼 사업의 핵심이 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 수익만 보고 결정할 만큼 쉬운 것이 아니고, 새로 출시한 블로그 서비스인 플레인과 브런치에서 다음을 배제한 것이 근거였죠. 그러더니 또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23일, 다음카카오는 다음 캘린더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피플, 다음 뮤직, 키즈짱, 다음 클라우드에 이어 종료한 탓에 다음카카오의 다음 지우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방증했는데, 어제는 다음 운세까지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종료 안내를 한 번에 하지 않는 건 주가를 신경 쓴 것도 있겠으나 각 서비스의 최종 종료일이 다르고, 종료일을 조율하는 과정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토픽도 종료하면서 꼭 다음의 색만 지우는 게 아닌가 싶지만, 대신할 카카오채널과 카카오TV를 카카오톡에 포함했다는 것과 카카오샵이나 카카오오더 등 카카오와 관련한 서비스를 계속 내놓아 모바일 서비스 위주로 개편한다는 점에서 다음 서비스는 모바일 전략에 빠져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 종료 자체보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모바일에 있었지만, 모바일에 다음 서비스가 있진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필자는 다음카카오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내건 안내의 한 문구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구글도 비슷하게 많은 서비스를 종료해왔습니다. 지금에야 좀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구글은 베타다.'라고 했을 만큼 베타 딱지를 붙인 서비스를 수년 동안 운영하다가 갑자기 종료하곤 했죠. 그리고 기업이 체제를 전환하려면 기존 필요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종료하고 몇 가지 제품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필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건 다음카카오의 행보는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모바일에 집중하겠다는 건 매우 두루뭉술한 의미로 달리 생각하면 다음 클라우드나 다음 캘린더 등의 다음 포털 기반 서비스들도 모바일 서비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혹은 모바일에 집중할 서비스로서 가치가 있었죠. 앞서 말했듯이 모바일에 다음이 있지 않고, 마치 다음카카오의 모바일은 카카오에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럼 카카오에 집중하는 것일까?'라고 하면 카카오의 무엇에 집중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되레 카카오톡과 연관 지은 온갖 서비스들을 줄줄이 출시하여 확장만 하고 있죠. 더군다나 출시하는 서비스들조차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라기보단 기존에 있던 것들을 카카오톡에 덧붙이고 있는 게 전부입니다.
 
 그걸 '기존 서비스를 카카오톡을 통한 플랫폼 확장으로 새로운 형태로 제시했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에는 현재 카카오톡의 국내 입지를 이용한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별 앱이 아닌 카카오페이나 카카오TV처럼 카카오톡에 서비스를 담아내어 자체적인 역량보다는 카카오톡에 편승한 서비스가 되기에 다음이 포털에서 하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이름이 카카오가 되었을 뿐이죠.
 
 물론 카카오택시나 플레인처럼 개별 앱으로 경쟁하거나 브런치 같은 기존 카카오가 내세웠던 것과 다른 성격의 서비스도 볼 수 있지만, 어쨌든 모바일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점이 거슬리며, 카카오에 집중한다는 게 더 옳은 표현처럼 보입니다. 또한, 수익이 되지 않는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당장 수익이 되지 않을만한 서비스도 출시하고 있기에 집중의 대상이 카카오라는 게 타당합니다.
 
 


 필자가 이 부분을 걸고넘어진 것은 다음카카오가 모바일에 집중한다는 게 어떤 서비스를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다던가 카카오톡 기반의 플랫폼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거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클라우드나 다음 캘린더 등은 모바일에 염두를 둔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게 되니까요.
 
 하지만 이용자들이 황당한 건 해당 서비스를 모바일에서도 이용했었고, 모바일에 집중한다는 안내와 동떨어져 있는 탓입니다. 결과적으로 종료한 서비스와 새롭게 출시한 서비스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죠. 이익 면에서 보면 플레인이나 브런치 같은 서비스도 딱히 특별하지 않으므로 종료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서비스에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다음카카오야 '모바일 = 카카오'로 분리해서 생각하겠지만, 이용자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모바일에 집중한다는 포괄적이고, 모바일에 적응한 서비스의 종료와 맞지 않는 안내가 아니라 실제 다음카카오가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제시가 있어야만 목표에 대해 수긍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