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닷컴 버블을 잇는 '유니콘 버블'이라는 용어가 유행입니다. 페이스북 이후 몸집을 불린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기업공개 사례는 없어졌고, 알리바바, 고프로, 핏빗 등이 반짝하긴 했지만, 금세 가치가 추락하면서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들에 대한 의심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드롭박스, 메일박스는 왜 밀려났나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드롭박스는 기업 가치 100억 달러의 세계에서 가장 가 치있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업 가치보다 낮은 매출 규모는 드롭박스의 성장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경쟁사인 박스의 가치가 상장 이후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드롭박스를 유니콘 버블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게 했습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드롭박스의 지분 가치를 24% 낮춰 공시하기까지 했죠.
드롭박스가 꼭 상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 가치가 거품이라고 하더라도 매출로 기업을 유지하는 것에 문제는 없으며, 주가가 내려긴 경쟁사 박스도 기업 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처럼 드롭박스도 기업 시장에 상당히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니 투자자들이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에 발목 잡힌 게 가장 큰 쟁점입니다.
드롭박스의 IPO는 3년 전부터 거론된 것이고, 페이스북의 뒤를 이은 대박 종목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IPO 시기를 결정하는 데서 기업 가치를 좀 더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고, 지난해 초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100달러까지 올려놓은 겁니다.
이런 가치 급등에 영향을 준 것 중 하나가 1억 달러에 인수한 '메일박스(Mailbox)'였습니다. 메일박스는 이메일 앱으로 미려한 디자인과 간단한 사용법에 순번을 기다려야만 쓸 수 있는 대기 시스템 덕분에 일주일 만에 38만 명의 가입자가 몰린 화제의 앱이었습니다.
드롭박스는 메일박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메일박스 개발사인 오케스트라를 인수했고, 드롭박스가 BYOD 동향에 맞춰 기업 시장에 파고드는 것에 메일박스의 화제성이 더해지면서 드롭박스는 단숨에 BYOD 동향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당시 BYOD 동향은 지금처럼 세부적으로 정리되진 않았었기에 메일박스 인수는 드롭박스의 향후 전략에 매우 중요한 열쇠처럼 보였습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외 드롭박스의 플랫폼을 확장할 새로운 제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드롭박스는 자사 사진 공유 앱인 캐러셀(Carousel)과 함께 메일박스를 내년 초에 단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캐러셀 기능은 드롭박스 앱에 추가하는 방식이지만, 메일박스는 내년 2월 26일이면 이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메일박스에 얻은 영감을 다른 협업 기능에 반영하겠다는 게 드롭박스의 공식 성명입니다.
메일박스의 단종 이유는 당연히 성장 둔화거나 수익성을 찾지 못한 탓일 겁니다. 단지 드롭박스가 메일박스를 인수했을 상황과 현재 상황을 겹쳐놓았을 때 메일박스가 밀려난 이유를 단편적으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드롭박스는 메일박스 인수로 BYOD 동향을 이끌고자 했습니다. 기업 내 이메일 이용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메일을 통한 소통에 메일박스가 침투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이미 기업에서는 아웃룩이나 지메일을 도입했지만, 업무 개인화가 뚜렷해진 것이 메일박스가 화제가 된 이유라면 일리는 있었습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업무 개인화 경향을 억제하고자 슬랙, 큅 등의 협업 도구나 구글 앱스 포 워크 등 요금 혜택이 있는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기업 시장에서 생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했죠. 그 탓으로 내놓은 게 '드롭박스 포 비즈니스'이지만, 여타 경쟁 협업 도구들보다 기능은 약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하거나 협업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기업 솔루션 사업을 재편했습니다.
인수한 기업에는 쥴립(Zulip)이나 클레멘타인(Clementine) 등 소통과 관련한 곳도 있고, 해당 기업들의 기술을 드롭박스에 적용하여 슬랙 등의 협업 도구처럼 업무 소통을 할 수 있으면서 드롭박스 내에서 문서를 수정하고, 공유하는 등 굳이 이메일을 쓰지 않아도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메일박스의 입지를 드롭박스 스스로 줄여버린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도 하지만, 드롭박스는 IPO 전에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목적으로 메일박스를 인수했기에 유니콘 거품으로 IPO가 막힌 현재로썬 메일박스의 존재가 드롭박스가 진행하는 협업 사업과 어울리지 않고, 결과적으로는 메일박스로 이끌려고 한 BYOD를 통한 기업 시장 전략을 집중하려는 협업 솔루션으로 옮기게 된 것입니다.
메일박스 단종은 드롭박스의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에 기인한 높은 기업 가치에 흠을 내는 겁니다. 그런데도 단종을 결정한 건 달리 보면, IPO에 대한 드롭박스의 움직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무한정 가치가 솟을 것 같았던 과거와 다르게 지적받는 매출 상황을 협업 솔루션으로 직접 해결하려는 거죠.
드롭박스의 전략 변화가 메일박스를 단종하게 했지만, 드롭박스의 기업 위치에 변화를 줄 만한 결정이고, 유니콘 거품론이 겹쳐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중요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0여 곳의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꼽았는데, 드롭박스처럼 매출을 내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서 높은 기업 가치를 지닌 곳도 많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 드롭박스가 방향을 돌린 건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쪽에서도 흥미를 느낄 부분이고, 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지켜봐야 할 건 메일박스가 아닌 드롭박스에 통합한 협업 도구고 드롭박스가 기업 가치를 지킬 만큼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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