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확실히 웨어러블의 해였습니다. 웨어러블 기기가 훨씬 다양해졌고, 관련한 운영체제도 체계를 잡았으며, 스마트워치 시장 확대에 따라서 기존 시계 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핏빗(Fitbit)은 웨어러블 업체로는 최초로 상장했죠.
 


웨어러블은 왜 서랍으로 들어가는가
 
 그런데도 웨어러블에 대한 의심은 많습니다. 과거 '아직은 아니다.'라는 반응보다는 웨어러블 산업이 커지면서 '웨어러블은 거품이다.'라고 단정하는 반응도 오히려 늘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를 직접 사용해본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상상했던 사용 양식과 다른 결과도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포브스는 액퀴티 그룹(Acquity Group)의 최근 설문 조사를 인용하여, '응답자의 24%는 건강 기능을 탑재한 자신의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법이 너무 복잡하다.'라고 응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 소비자의 33~50%가 기기를 구매한 후 6개월 안으로 착용을 중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필자는 이 조사 결과에 상당히 공감했는데, 피트니스 밴드를 예를 들면, 필자는 한동안은 착용해서 열렬히 움직임을 측정하고, 목표치를 채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측정에 대한 회의감과 관심이 줄어드는 시기가 오고, 마치 가계부나 일기를 빼먹는 것처럼 착용하지 않게 되었죠. 그러고는 신제품이 등장하면 다시 착용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6개월 정도 간격으로 말입니다.
 
 활동 추적에 회의감이 들었던 건 반복적인 생활 양식에서 일정한 움직임을 유지하게 되면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한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던 탓입니다. 목표를 늘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어쨌든 회의감이 찾아오는 시기는 있었죠. 그런데도 다시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한 건 움직임을 측정하여 수치화하는 게 가계부를 쓰는 것처럼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걸 인지한 덕분입니다.
 
 피트니스 밴드를 예로 들었지만,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나타나는 점입니다. 가령 스마트워치로 메시지 알림을 받으면 바로 답장을 할 수도 있으나 스마트폰을 꺼내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쪽이 훨씬 빠르고, 간단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알림 기능에 회의감을 가질 수 있고, 착용을 중지할 수 있죠. 그러나 착용을 중단한 후라면 가방이나 주머니 속 스마트폰보다 알림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다는 걸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계륵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고, 이런 과정의 반복이 액퀴티 그룹의 설문 조사에 드러난 것이죠. 단지 필자는 기능에 대한 아쉬움보다 착용하는 기기로서 새로운 디자인이나 색상에 대한 관심으로 새로운 피트니스 밴드를 구매합니다.
 
 


 여기서 필자가 도출한 '웨어러블 기기가 6개월 안에 서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외형입니다. 여타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것처럼 웨어러블에 접근하는 건데, 이는 이미 많은 업체가 시도하는 방법이고, 상기했듯이 필자도 기능의 특수함보다는 여기에 웨어러블 기기 구매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착용해야 하므로 착용의 만족감을 높이려면 다양한 외형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기능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신발이나 가방이 발의 보호와 수납공간 확보라는 명백한 기능이 있음에도 최종적인 제품 결정에 디자인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기능에 대한 아쉬움으로 웨어러블 착용을 포기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외형의 다양성을 부여하여 착용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기능은 기본적인 것이므로 아쉬움을 느낄 여지가 없죠.
 
 단지 사용자가 웨어러블을 계속 착용은 하겠으나 질린 외형의 기기가 서랍에 쌓일 가능성은 큽니다. 그러므로 단말기가 서랍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형의 기기를 묶을 플랫폼이 서랍으로 향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두 번째는 기능입니다. 어떤 미지의 특별한 기능을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단순하게 질릴 수 있는 외형을 상쇄할 실용적인 기능을 말합니다. 현재 웨어러블 기기가 제공하는 기능을 보조적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없더라도 실제 생활에 큰 부담을 주진 않습니다. 휴대용 투석 장치나 인슐린 펌프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인슐린 펌프를 장착한 피트니스 밴드라면 당뇨 환자들은 해당 제품을 꾸준히 착용할 것입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이죠. 문제는 디자인을 상쇄할만한 실용적인 기능이라는 게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느냐하는 겁니다. 해당 기능이 핵심이 된다면 기능에 대한 가치가 제품 가격에 포함될 테고, 포괄적인 기능이 아니라면 굳이 웨어러블 수요층을 늘릴려고 투자할 필요 없이 기존의 휴대용 인슐린 펌프를 판매하면 될 일입니다.
 
 고로 반대로 말하면, 현재 웨어러블 기기들은 다양한 외형에 자주, 쉽게 접근할 수 있을만큼 풍부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절대적인 결정권을 부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웨어러블을 꼭 착용하게 할만한 포괄적인 기능의 부재가 웨어러블을 서랍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웨어러블 시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액퀴티 그룹의 조사로도 50% 이상은 6개월 이상 구매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다는 의미이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외형적인 문제는 여러 회사가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는 것에서 차츰 해결되리라 생각하며, 기능적인 문제는 현재 대부분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작동하지만, 가전이나 자동차 등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늘어났을 때 스마트폰과는 다른 경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웨어러블이 보편적인 액세서리이자 기술 제품으로 시장에 자리하려면 서랍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넣은 소비자가 다시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두게 할 2가지 과제의 해결이 올해 웨어러블 시장의 화두가 될 수 있느냐에 조사 결과의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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