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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왜 박스를 드롭박스보다 안정적인 기업으로 평가하는가


 퍼블릭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이라고 하면 드롭박스를 떠올리기 마련이고, 그만큼 드롭박스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최근 유니콘 기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드롭박스에 대한 가치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추가적인 투자에 제동이 걸렸죠.
 


왜 박스를 드롭박스보다 안정적인 기업으로 평가하는가
 
 드롭박스에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으로 성장 활로를 찾지 못했고, 기업 시장에 집중하고자 전환하는 과정에서 드롭박스 이용을 유도할 기능이나 서비스의 추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2013년부터 '드롭박스 포 비즈니스(Dropbox for Business)'라는 기업용 클라우드도 운영하고 있으나 업계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것입니다.
 
 


 드롭박스는 오랜 시간 퍼블릭 클라우드의 대표 주자로 나섰지만, 이는 기업 시장에서 나타나는 반응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인 기기를 업무에 사용하는 BYOD 동향에 따라서 개인 드롭박스 계정을 업무에 활용하는 풍속이 생겼고, 기업들은 보안을 이유로 퍼블릭 클라우드 이용을 막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기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드롭박스 이용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는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드롭박스가 BYOD 물살에 급격히 성장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2014년에 사용자 3억 명을 돌파했고, 이는 반년 만에 1억 명이 증가한 수치였죠. BYOD 동향이 마치 드롭박스의 편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계속해서 퍼블릭 클라우드를 제어할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보안 사고 비용이 점점 늘었고, 분산하는 업무 체계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였죠.
 
 드롭박스가 기업시장에 비중을 두기로 한 이유입니다. 개인 사용자 많지만, 대부분 직장인이고, 회사 정책이 드롭박스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언제까지 3억 명의 이용자가 드롭박스를 이용하려고 할지 가늠할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기업이 드롭박스를 수용하고, 개인 사용자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문제는 이런 드롭박스의 상황이 고속 성장으로 끌어올린 기대치에 타격을 줬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드롭박스가 계속해서 더 많은 개인 이용자를 모으길 원했습니다. 이용자 수치가 기업 가치로 바뀐다면 기업공개(IPO)에서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이는 앞서 박스의 IPO가 있었던 탓이 큽니다. 박스는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처럼 대중에 덜 알려진 서비스지만, 작년 1월에 공모가 14달러로 첫날 거래에서 66% 상승한 23.23달러에 마감하면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당시 박스의 기업 시장 점유율도 드롭박스가 27%였고, 박스가 14%였기에 박스의 성공적인 상장은 드롭박스에 대한 기대치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니콘 기업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드롭박스는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여 IPO 시기를 조율하고자 1억 달러에 메일박스(Mailbox) 개발사인 오케스트라를 인수하는 등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 메일박스를 단종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메일박스로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는 계산에 차질이 생겼다는 걸 방증하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슬랙 등 협업 업체와 경쟁하고자 협업 기능을 강화하고, 개인이 사용하기에 허용한 것이 아닌 기업이 원해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협업 기능을 강화해버리면 이메일의 존재가 약해질 테고, 그러니 메일박스를 단종한 겁니다.
 
 이 지점에서 드롭박스와 박스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분명 박스가 IPO 당시 드롭박스보다 기업 점유율은 낮았습니다. 그건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드롭박스가 마땅히 박스보다 나은 매출 상황을 만든 건 아닙니다.
 
 박스는 2017년이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고, 도달하기까지 자금조달을 추가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상합니다. 초기부터 개인 사용보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했고, 기업 앱을 박스와 연동하면서 박스가 기업 전체 업무의 중추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해당 기업이 성장할수록 박스를 이용하는 직원도 늘어날 테고, 그만큼 박스를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거죠.
 
 반면, 드롭박스는 많은 가입자를 순식간에 마련했으나 상기한 것처럼 업무와 밀접한 이용자가 아닌 BYOD 동향으로 직장인이면서 개인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업 점유율을 키웠습니다. 단지 점유율은 늘었으나 업무와 연계할 방법을 박스처럼 제공하지 않은 탓에 2년 만에 그런 솔루션을 포함한 슬랙 등 협업 업체가 등장하자 비슷한 기능으로 뒤따라가기 바빠진 겁니다.
 
 기업으로서는 본래 드롭박스를 중추 서비스로 이용한 게 아니었으나 점유율은 높았고, 점유율은 유지해야 하지만, 원래 필요했었던 기능이나 솔루션을 현재 마련하고자 하니 거품론에 시달리게 된 거죠.
 
 박스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 1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사업은 안정적이고, 매출 상황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롭박스는 덩치만 계속 키운 탓에 IPO 시기를 놓쳤고, 규모를 유지하려는 비용은 늘어났지만, 경쟁 업체를 쫓아야 하는 위치가 되면서 더 많은 자금 유치를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지 모를 드롭박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양호한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큰 박스를 더 안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안은 드롭박스처럼 무작정 성장하고, 이용자를 확보하고, 몸집을 불리는 것이 성공한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해야만 더 나은 평가와 자금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롭박스와 박스의 현재 상황은 과연 몸집을 불리는 것이 스타트업에 득이 될 수 있는가 재고하는 단초가 되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의 선두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