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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태블릿을 컴퓨터로 분류, 엇갈린 두 업체

 세계관세기구(WCO) 제49차 품목분류위원회에서 태블릿을 IT협정에 의해 무관세가 적용되는 '컴퓨터'로 최종 분류했습니다. 이는 IT협정에 따른 관세 문제로의 품목분류이지만, 사실상 시장에서도 이제 태블릿이 컴퓨터로 분류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분위기가 엇갈려버린 두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애플'과 'HP'입니다.





태블릿을 컴퓨터로 분류, 엇갈린 두 업체


 여태 태블릿을 어떤 것으로 구분지어야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품목분류를 통해 시장조사기관에서도 태블릿을 컴퓨터로 분류하여도 별문제가 없게 되버렸습니다. 누군가 태블릿은 컴퓨터가 아니라고 지적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국가간의 무역 이익 분쟁에 따른 결과이긴 하지만 시장에 있어서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애플





 애플은 자사의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가 '포스트PC'임을 강조해왔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PC이다'라고 말이죠.

 작년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아이패드를 포함한 PC시장에서 4분기 애플이 HP를 제쳤다고 했습니다. 가트너는 카날리스와 다르게 아이패드를 제외한 PC시장을 분석했습니다. 둘의 발표를 합치면 태블릿을 제외한 PC시장에서 2011년 4분기 출하량은 HP와 두배이상차이가 났지만, 아이패드를 포함시켜버리면 확실히 넘어버립니다.

 이 애매모호한 경계가 국가간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분류 덕분에 완전히 엎어집니다. 애플은 이제 당당히 아이패드를 컴퓨터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판매량을 자랑할 때도 포함시켜 버릴겁니다. 시장조사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날리스는 이미 아이패드를 포함할 경우 애플이 2012년에는 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PC제조사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HP가 분발하지 않는 이상 미친듯이 팔려나가는 아이패드의 출하량을 따라잡기는 어려워보이고, 연말에는 분명 애플의 1위를 점쳐버릴겁니다.

 HP는 애플에게 밀려난 불명예를 얻게됩니다. 애플은 '세계 최대 PC 제조사'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신나겠죠.





HP





 HP(휴렛팩커드)는 태블릿을 모바일기기로 구분하고 여지껏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지으려고 했습니다. 분명 'PC 시장 1위'라는 체면을 아이패드 때문에 구기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HP도 웹OS로 터치패드를 만들었지만 이는 모바일 사업부 관활인 제품이였고, 완전히 PC 제품군과 동떨어져있었습니다.

 HP의 PC 글로벌사업부 총괄담당 제임스 모턴은 'PC는 생활필수품이며, 태블릿PC는 PC의 멋진 보완재'라며 PC로써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죠. 그리고 HP는 또 그걸 구분하기 위해서 'iOS는 모바일OS', '윈도우는 PC OS'라며 윈도우가 탑재된 '슬레이트' 제품군은 또 PC 항목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 소프트가 뒷통수를 때립니다. '윈도우8'을 태블릿에서도 사용가능하도록 제작하면서 실상 데스크톱, 랩탑, 태블릿의 구분을 없애버렸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태블릿의 PC로 인정을 한것이고, 슬레이트라고 구분을 짓는 일도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모르죠. '윈도우8만 PC OS이니 슬레이트로 불러야한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태블릿을 컴퓨터로 분류해버렸습니다. 더이상은 아니라고 다시 우겨봐야 HP는 우스운 꼴만 당하게 됩니다. 'PC 시장 1위'도 애플에게 내줘야 할 판이고 웹OS에서는 손도 놔버렸으며, 더 이상 구분지으려 할 수도 없습니다. 자기들끼리 그래봐야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을테니까요.





5월


 이번 품목분류 결정은 5월말까지 다른 국가의 이의제기가 없다면 최종 확정됩니다. 말그대로 국가간의 분쟁이기 때문에 HP가 여기에 끼어들어서 '아니!! 태블릿은 PC가 아니라니까요??' 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이미 자국인 미국도 찬성하는 쪽에 붙어있고, 딱히 딴지를 걸 수 있는 국가가 없습니다. 일본 또한 찬성 쪽에 붙어버렸고 러시아는 꼬리를 내렸으며, 중국도 시장을 고려해서 찬성 쪽에 붙을테니까요. 결국 이대로 확정된다는 말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PC가 맞는거 같다'라고 발뺌하기도 HP 입장에서는 부끄러울 것입니다.


 이번 결정이 반대였다면 HP가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르지만, 분류 하나로 완전히 엇갈려버린 두 업체의 분위기가 이제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