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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HTC 철수, 공격적 마케팅이 부족했다

 HTC가 한국에서 철수합니다. R&D(연구시설)을 먼저 폐쇄하고, 정리해고하면서 한국법인도 철수할 것으로 HTC가 인정했습니다. 8월 출시하기로 했던 '윈 X(ONE X)'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되었으며, 이후 제품 출시도 묘연해졌습니다.

 이 소식은 해외매체에도 소개되며 관심을 끌었는데, ZDNET은 '삼성, LG, 팬택이 점유율을 90% 쥐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며 엔가젯은 이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HTC 철수, 국내 업체들의 텃세로만 봐야할까요?






HTC 철수, 공격적 마케팅이 부족했다


 HTC는 애플을 제외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한국에서 가장 잘낙던 외산 업체입니다. 그러나 점유율 1%를 유지하지 못했고, 올해는 단하나의 제품도 출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업체가 되어버렸습니다. 2010년부터 국내에서 판매 된 HTC 제품은 60만대 가량이며 이조차도 2010년 새로운 외산폰에 대한 호기심정도였을 뿐 만족도를 주진 못했습니다.

 현지화 전략을 펼쳐 와이브로 제품을 내놓는 등의 선택폭을 넓히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것은 맞지만, 필자는 이것이 부족했다고 평가합니다.




HTC




 HTC는 올해 단 하나의 제품도 국내에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이미 HTC가 한국 시장을 정리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였습니다. 작년에는 하이엔드 제품과 저가형 제품, 태블릿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TV광고도 하는 등 마케팅을 펼쳤지만 신통하진 않았습니다. 그나마 2010년에는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다양한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반짝 효과를 보긴 했지만 그것 뿐이었습니다.


 나름 현지화를 잘꾸려나갔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삼성, LG, 팬택이라는 글로벌 강자들의 홈그라운드에서 팽팽하게 싸우기 위해서는 사실상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나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HTC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이 제품의 마감처리나 A/S, 사후지원과 같은 기초 문제입니다. 제품의 품질은 당연한 것이며 기초 서비스 지원의 미미함은 사업 초기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점입니다. 거기에 필자는 수요분석의 문제도 파악하고 싶습니다.


 HTC가 내놓은 쿼티바 페이스북 폰 '차차(ChaCha)'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행 업체인 익스펜시스와 공동구매 카페들이 공동구매를 몇차에 걸쳐서 진행해왔는데, 한국화 되지 않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구매자들이 몰렸습니다. 처음에는 한개였던 공동구매 카페도 몇개가 늘어났고, 이 공동구매는 얼마 전 차차의 재고 소진 소식과 함께 마지막 물살을 탔습니다. 한때는 '차차대세론'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인기있는 품목이었습니다.

 차차만 한국에 출시했다면 HTC가 살아났을 것이라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국내에도 저가 제품과 쿼티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HTC 스스로 이에 대한 분석을 했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차차를 대행으로도 구입해온다는 것은 어느정도 HTC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외산폰




 이런 문제는 HTC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모토로라나 소니 등도 똑같은 현상을 겪습니다. 모토로라는 풀터치스크린 레이저 이후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지 않으며, 소니도 기대를 모았던 엑스페리아S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갤럭시S3와 붙게다던 윈X는 한국시장을 접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갤럭시S3가 출시되기 전 수요층 공략이 아닌 한참이 지닌 지금에 와서야 출시설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이 수요가 있음에도 출시가 지연되거나 해외에서 이미 한참 팔린 뒤에야 국내에 출시됩니다. 혹은 아예 출시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외산폰 업체들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삼성, LG, 팬택은 합쳐서 거의 분기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품질이 특별히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포화라고 할 수 있을정도의 국내 제품들을 상대로 출시 지연이나 재고처리를 하기 위해 출시하는 것은 팔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외산폰에 대한 관심은 얼리어답터들과 긱들만이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얼리어답터와 긱들은 이 제품이 언제 어디서 출시가 되었으며 어떤 제품인지, 가격대비 성능은 괜찮은지, 외국과의 가격차이는 어느정도인지, 구입 시기가 적절한지 등을 따지고 들어갑니다. 당연히 이에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면 구입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차차처럼 저렴한 가격에라도 판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외산 업체들의 하이엔드급 제품들을 국내에 여느 국가와 다를바 없이 빠르게 출시하고 소진하는 형태로 지속적인 제품 출시를 이어갔다면 어땠을까요? 적어도 우리가 바라는 소비폭에 있어서는 만족도를 느꼈을 것이며, 브랜드의 인식차도 좁힐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되었을 것입니다. 실제 외산폰이 한국에 진출해있다고 해서 소비폭이 만족된 적은 없으며, 오히려 그 소비폭을 만족시켜줬던 것은 국내 업체들입니다. 왜냐면 대부분이 구형 제품들이거나 저가 제품들이였으니까요. 더군다나 그 제품들이 팔리지 않는다고 서비스도 엉망으로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유행과 빠르게 소비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상 신제품의 지속적인 유입과 브랜드를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면 외산폰의 성공도 가능할 것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한국은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캐나다보다 1천 500만명이나 인구가 많으며, 국민의 대부분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좁은 나라에서만 나올 수 있는 꼼꼼한 커버리지 등 통신 제품 사업자에게 있어서는 최상의 조건을 지닌 나라입니다. 이런 인프라가 발달 된 나라에서 간보기식 마케팅을 해서 성공 할 수 있는 업체는 외국 업체 뿐 아니라 국내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런 수요층 분석을 통한 제품 라인업과 함께 자체 A/S 센터 운영 등으로 기초 서비스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었다면, 많지는 않아도 서울에 2~3개, 대도시에 1~2개 정도의 서비스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수준이기만 했더라도 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가능했을 것이며, 향후 제품에 대한 품질도만 높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기존 현지화 전략보다 나았을 것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애플




 한국 시장에 남아있는 외국 업체라고는 애플이 유일무이합니다. 애플이 잘나가는 이유가 단지 수요층이 두꺼워서 일까요? 언제부터 국내에 애플의 수요층이 이정도로 두꺼웠나요? 적어도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에는 애플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실상 다른 외산 업체과 다를바 없으며, 더군다나 아이폰이 막 도입 될 당시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기 때문에 아이폰도 매장 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줄기차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은 국내시장에 완벽히 적응했으며, 불만이던 A/S도 차츰 한국 제도 실정에 맞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90%라는 거의 독과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국내 3사가 시장에 버티고 있다고해서 미리 겁부터 먹고 '저 시장을 공략하려면 한국인의 특징을 파악해서 완벽한 현지화를 통해 판매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지' 같은 어리석은 짓은 외산 업체에게 독이 될 뿐입니다. 기존 자신들의 방식과 신제품의 출시를 얼만큼 신속하고 빠르게 해낼 수 있느냐와 한국 실정에 맞는 기초 서비스를 다지기만 하더라도 브랜드 입지를 굳히는 것이 그나마 한국에서 외산폰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수많은 서비스센터와 판매처, 그리고 브랜드의 입지 등 국내 업체들의 유통 인프라는 정말 막강합니다. 이런 인프라 구조를 깨버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여기에 발맞출 수 있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걸맞는 수준의 시장을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하고 통신 인프라와 소비 회전이 빠른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외산 업체들에게 필요합니다.


 단지 기존 국내 브랜드의 입지와 점유율 때문에 외산 업체들이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외산 제품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며, 이에 대해 외산 업체들이 이 수요에 맞춰 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한국에서는 외산 브랜드는 거들 떠 보지 않아'가 아니라 거들 떠 볼 수 있도록 그들의 마케팅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그런 눈높이를 맞춰 줄 수 있는 외산 업체들의 활약으로 국내 통신 시장의 소비폭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HTC의 철수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