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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앱마켓 원화결제, 언제까지 정책으로 막을 것인가

  한국에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달러($)'로 결제해야합니다. 결제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중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이용해야하죠. 마치 이베이에서 해외 물건을 사오던 것들이 일상화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해외결제를 해야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안 정책'때문입니다.






앱마켓 원화결제, 언제까지 정책으로 막을 것인가


 구글 코리아는 지난 1~2일에 트위터를 통해 3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75%가 구글 플레이 마켓에서 어플리케이션 구매 시 신용카드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97%가 달러가 아닌 원화로 결제하길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환율 변동과 해외 수수료 승인 납부에 대한 의견도 물었고, 대다수가 현재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구글은 이 조사를 토대로 원화결제 도입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원하는데 구글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구글 플레이

 



 '어라?! 구글 플레이는 원화 결제 아니었나요?'라는 질문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구글 플레이의 결제 방식은 '달러($)'입니다. 어플리케이션에는 원화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결제는 달러로 전환 뒤 수수료까지 떼이도록 되어있습니다. 표기만 원화로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결제는 뒤에서 따로 달러로 된다는 것이죠. 몇가지 완전히 원화로 결제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긴한데, 이는 통신사와의 협의에 의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작년 12월, 구글 플레이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순위 1위는 한국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한국에서는 정작 자기 화폐로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은 구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윈도폰 마켓 플레이스 또한 원화로 표기되어있지만 달러로 결제가 진행되며, 앱스토어는 표기도 달러이며 결제로 달러로 이뤄집니다.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그럼 달러로 결제할 때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요? 일단 '환율'문제가 가장 큽니다. 국제 경제 악화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시 그대로 달러 결제가 되면 환차손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수료' 문제가 있는데, 해외 결제 시의 사용되는 수수료와 동일하기 때문에 약 10% 수준의 수수료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0.99짜리 앱에서 수수료라 함을 고작 몇백원이지만, 1조5천억원으로 커져버린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본다면 1000천억원이 넘는 수수료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구글은 이 도깨비 감투 같은 원화 결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전자결제대행 사업자'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전자결제대행 사업자




 '전자결제대행(PG) 사업자'는 현행 법상 국내에 결제 서버를 둘 경우에만 원화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구글 플레이 마켓', '앱스토어', '윈도폰 마켓 플레이스'는 모두 PG 사업자 등록이 불가능 한 것입니다.

 이 PG 승인 제도는 금융사기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결제대행 사업자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서 대량 결제를 발생시킨 뒤 빼돌리면 그것은 곧 금융사기가 되버립니다. 이런 부분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PG 승인 제도가 있는 것인데, 오히려 이 제도때문에 국내 스마트폰 유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환율', '수수료' 문제 뿐만 아니라 환불의 경우 현재 구글 플레이에서는 구입한 뒤 15분만에 환불신청을 해야 가능하지만, 구글이 PG 자격을 얻게되면 국내법에 맞춰서 환불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국내 결제가 아니라 해외 결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있어서 국내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모든 관할 법은 해외에서 집행되는데 국내 사용자들이 해외를 상대로 피해를 입증해서 보상받기란 매우 힘듭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여론조사를 통해 소비자 편의 증대라는 목적으로 다시 PG 신청을 할 심산입니다. 재미있게도 국내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정부가 아닌 바다 건너 기업이 더 적극적입니다.




이제 PC로...




 이 PG 승인법의 최대 문제점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PC로 넘어갔을 때 입니다. 이미 맥앱스토어의 경우 달러 결제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적은 탓에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진 않지만, 윈도우8이 정식 출시되어 '윈도우 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 되었을 시에는 스마트폰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디지털 환경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결제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는 이상은 윈도우에서 사용할 응용프로그램도 달러로 결제해야 할 판입니다. 출시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죠.


 일본의 경우를 보면 국내의 PG  승인 제도와 같은 법이 있었으나, 검토를 통해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는 엔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변경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따져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 한 것입니다. 이 달러 결제는 단순히 결제의 문제를 넘어서서 컨텐츠 유통을 방해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에 대한 방책이었는데, 소니나 닌텐도만 특혜를 줬을 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악화와 일본내로의 서비스 불균형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재빨리 승인 제도를 손본 것입니다. 그 덕에 아이튠즈 같은 음악 시장 도입도 빨랐습니다.


 어떤 방면으로든 소비자가 불이익을 얻습니다. 그렇다면 현행법에 대한 문제점을 정부 스스로 인식할 수 있어야하며, 다음으로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큰 면을 보고 자국 보호 정책으로 인한 불균형을 초래하여 괜한 불이익을 발생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수수료만 낭비하는 현 상황을 좋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항상 어떤 일이 터지면 '현행법'이 문제였습니다. 가장 빠르고 넓은 통신 인프라, 놀라운 수준의 IT 소비를 지닌 나라로써 IT 긱이 아닌 단순한 소비자로써 IT 관련 법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수정 절차에 대해 고민 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가장 수익이 높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대해 어찌 그리 무관심 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