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대법원을 상대로 정품 소프트웨어인지 확인하겠다며 서버 열람을 요구했습니다. IBM은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여부를 의해서라고 밝혔으며, 대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IBM은 추가 소프트웨어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보여달래도 보여줄 수 없는 대법원과 다짜고짜 보여달라는 IBM,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IBM의 대법원 열람, 소프트웨어 시장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방부 상대로 저작권 문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대응하기도 했지만, 차츰 시간이 갈수록 사실화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문서에 따른 손해배상비만 약 670억원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연간 5억원 정도를 투입하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지만, 분쟁이 심화되어 미국 기업과의 법정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번 IBM의 대법원 열람 문제도 이런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미FTA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필자는 정치적 문제보다는 IT의 관점에서, 대중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IBM
미국의 세계적인 정보기술 회사인 아이비엠(IBM)이 최근 대법원에 서버(컴퓨터) 열람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이비엠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사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으나, 대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요구라며 거부했다. 아이비엠은 이후
대법원에 소프트웨어 납품을 중단했다.
정보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20일 “아이비엠이 몇년 전부터 자신들이 판매한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정품 사용)가 잘 지켜지는지
구매자 쪽을 직접 찾아가 조사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에 이런 뜻을 전달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아이비엠이 (대법원의) 시스템 유지보수 업체인 삼성에스디에스(SDS)를 통해, 직접 또는
회계법인을 보내 현장 조사를 하겠다는 말을 넣어오더니, 지난달 다시 그런 의사를 전해와 분명하게 안 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서버 열람 요구를 중간에서 전달한 삼성에스디에스 고위 관계자도 “한국아이비엠이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와 관련해 ‘갱신
계약이 있어야만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대법원에 보낸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한겨레 -
사실 IBM의 요구는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대법원이든 다른 관공서든 기업이든 불법 사용의 의혹을 제기 할 것이라면 적어도 열람을 할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열람에 대한 법적 허락을 받은 다음 열람을 시도해야 하는게 절차에 맞다는 것이죠. 다만, 서버 열람이라는 것이 공문서 파악이나 정보 검열이 아닌 단순 라이센스 확인이라는 점에서 IBM의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유지보수를 위해 정식 라이센스임을 확인해야하고 이것이 계약상의 권리라면 대법원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의 최고 권위 기관 중 하나이기에 대륙 넘어의 일개 기업이 서버를 열람하겠다고 절차없이 들이대는 것은 권위를 무시하는 행위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IBM이 추가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대법원에 대한 신뢰감이 상실되었기 때문입니다. 정식 라이센스를 사용하는지, 그게 아니면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거래 대상에 납품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 섰을 땐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 대상이 대법원이라는 것일 뿐 이런 문제는 향후 기업 대 기업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기업 대 교육기관으로 나타나거나 MS와 국방부의 문제처럼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런 말이 튀어나옵니다. '안팔겠다고 하면 저 미국놈들꺼 쓰지마! 딴거써!'
소프트웨어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그냥 우리나라 제품으로 교체하면 안되냐고 얘기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서버/보안/빅데이터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은 현저히 떨어져있으며, 이를 보안하기 위해 연구진을 꾸리고 개발에 착수한다고 한들 기반 산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인력 확보나 연구 진행에 있어서도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기반을 세계2차대전 때부터 다져온 미국이나 러시아는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산업으로 가장 잘 발달 시킨 나라가 미국이기에 우리는 현재 미국의 제품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문제점은 단순히 미국의 기업이 우리나라의 권위기관에 무례하게 행동했다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사법부가 아니라 기업이나 사교육기관을 상대로 계약상의 문제로 제기했어도 되었을 것을, 굳이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정품 사용 의심을 제기했고 이에 불응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을 자초하도록 한 것에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공기관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관행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이는 기업이나 공교육기관에도 나타납니다. 얼마전에는 어도비가 우리나라 기업들을 상대로 불법 사용 검열을 하기도 했죠. 국내 제품을 쓰건 다른 나라 제품을 쓰건 정품을 써야하고 그에 맞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함은 기본 상식입니다. 근데 불법 사용을 관행처럼 여기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은 어떨까요? 이런 검열을 시도해야하는 자기들 나름의 명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겁니다. MS와 국방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런 소프트웨어 문제는 계속해서 터지고 있는데, MS는 국방부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때문에 약국을 대상으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검열했으며, 이에 따라 약국에서 분주하게 소프트웨어를 삭제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몇몇 약국은 단속에 걸렸죠.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유통이 이루어졌다면 이런 말도 안되는 명분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며, 대법원을 상대로 한 IBM의 억지스런 요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유통의 문제점을 그대로 들어내면서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고 있습니다.
정당한 소비자가 될 것
현재 가장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정당한 소비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게 국가의 권위 기관이건 기업이건 교육기관이건 개인이건 간에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로써 정당한 소비를 행했다고 한다면 전혀 문제될게 없습니다. 제 발 저릴 일도 없으며, 이들의 이런 억지에도 당당하게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린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적이 없으니 법적 절차에 따라 확인을 거치라고 말이죠.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무례함보다도 우리가 당당할 수 있음이 먼저이고 그게 상식적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상식을 벗어났는데 저녀석들이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한다해서 뭐라고 할 자격이 있느냐는 얘기입니다.
정당한 소비자가 되어야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합니다. 물론 교육적으로 열악하다는 점과 인력에 대한 대우, 산업의 이해도가 매우 떨어진다고 해도 동등한 위치에서 대응을 하려면 그만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둘 모두 현재 사회적 시각에서 한번에 바뀌기는 매우 어려운 것들입니다. 영영 바뀌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처할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에 따라 발맞춰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그게 개인부터 바뀌기 힘들다면 적어도 정부 산하의 공기관들은 지금이라도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과 예산 투입 등의 시정조치를 진행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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