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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Yahoo

야후코리아 철수, 도태한 이유와 교훈

 한때 글로벌 검색엔진 빅3를 꼽으라면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그리고 '야후'였습니다. 다만, 이 셋 모두 구글이라는 강적을 만나는 바람에 하나하나 쓰러져나갔죠. 알타비스타는 야후가 재정 문제를 들며 2010년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라이코스와 야후는 아직 연명은 하고 있지만 확고한 비즈니스를 이끌어나가고 있진 못합니다. 꽤나 위태위태한 상황이죠.

 그보다 한국에서 더 위태위태 줄타기를 하던 것이 '야후코리아'였습니다.





'야후코리아' 한국 철수, 야후가 도태한 이유


 '야후~우~!'라는 광고는 꽤나 익숙합니다. 15여년전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그 당시 등장했던 '야후코리아'는 그당시 웹을 접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한번쯤은 써봤을, 대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했을 검색엔진이 '야후'였습니다. 당시 온갖 검색엔진과 메타검색엔진이 맞물리면서 이것도 써보고 저것도 써보는 신비의 세계이긴했지만, 야후만큼 많이 사용되던 검색엔진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1세대 웹서비스로써의 향수가 진득한 '야후코리아'입니다.




야후코리아 철수


     야후!는 오늘 자사의 한국 비즈니스를 올해 말 종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야후!의 비즈니스를 개선하고 장기적 성장과 성공을 위해 준비된 더 강력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립하는데 자원을 집중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결정된 것이다.   

   1997년부터 한국의 야후!팀은 고품질의 편집 컨텐트와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성공적인 검색 광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운영은 지난 몇 년간 야후!의 비즈니스 성장을 어렵게 하는 도전과제에 직면해 왔다. 

 야후!는 아시아 시장에 전념해 탄탄한 비즈니스를 갖추고 있으며 독점 컨텐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전자상거래 사이트 전체에서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 향후에도 야후!는 야후!에 매일 방문하는 모든 지역의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멋진 경험을 구축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야후코리아의 철수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 내용입니다. 올해말로 서비스가 종료함에 따라, 한국지사를 철수할 것이라고 합니다. 1997년 전세계 7번째로 법인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야후코리아는 검색을 기반으로 '야후 꾸러기', '야후 거기', '야후 야미' 등 독자적이고, 공격적인 서비스 이행으로 현지화를 주도했지만, 국내 1, 2위 포털 네이버나 다음이 이런 서비스들이 자리잡기도 전에 그대로 가져가 다른 서비스들을 내놓으면서 점차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런 시장 상황에 대해 낙관한지는 꽤 오래되었을 것이며, 올 3분기 실적이 저조해 주가 급락 등이 주 원인이겠지만 오히려 현재까지 유지되었던게 신기할정도로 국내 상황에 다시 적응하긴 힘들어보였습니다.


 1997년 시작했지만, 1999년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로 700만 트래픽, 2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며 명실공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색엔진이 '야후'였습니다. 2000년에는 그런 트래픽을 바탕으로 당시 CEO인 제리양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6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성성전자 본사를 방문하여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터넷 공동마케팅과 전자상거래 협력 등에 대한 양해각서를 작성하는 등 열을 올렸습니다. TV광고까지 '야후!'였으니 당시 야후코리아의 상황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랬던 야후지만 네이버와 다음에 밀린 후 2004년에는 엠파스, 네이트 등과 경쟁하며 제3자로 낙인찍혔으며, 2006년에는 한미르와 하이텔이 통합한 파란에게까지 밀리며 포털사이트가 커뮤니티 사이트보다도 못한 트래픽을 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쭉 왔으니 몇년간을 줄타기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죠. 지난 7월 야후를 앞질렀던 파란도 문을 닫았으니, 미국에서의 투자 상황이 받쳐준다고 한들 한국에서의 투자상황과 주식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는 야후의 상황이라면 철수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후는 뭘 한걸까?




 '야후는 이렇게 될때까지 뭘한걸까?'라고 이번 철수 사태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서비스가 후퇴하고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철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야후코리아는 한국에서 꽤나 많은 것을 해온 포털입니다.

 2000년 초만하더라도 어린이가 쓰는 인터넷이라는 '야후 꾸러기'는 대단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이를 활용할 정도로 우는 아이 그치게 만드는 뽀로로만큼이나 많이 활용(?)되던 것이 야후 꾸러기였고, 현재 20대 초의 웹이용자라면 당시 꾸러기를 이용해본 사람 찾기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2004년에는 '지역 기반 검색'이라는 '야후 거기'를 내놓았습니다. 이미 네이트와 경쟁하는 상태로 돌입한 야후였기 때문에 거기라는 획기적인 지역 검색 서비스로 당시 지역검색 부분 2위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마케팅 과열을 폭발적이었고, 검색엔진으로써의 역할을 가장 잘 이행하던 두 포털이었기 때문에 트래픽이 줄어가기만 하던 상황의 야후였기에 거기의 적절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UCC 서비스인 '야미'를 시작합니다. 야미는 생각보다 초반에 히트하며 많은 트래픽을 긁어모았습니다. 초기 UCC서비스의 하나로 자본을 바탕으로 꽤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었던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메인 페이지에 음란 동영상을 장시간 방치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바탕 난리가 나고, 야미는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야후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해왔습니다. 대부분이 자본으로 틀어막던 서비스들이긴 하지만, 서비스의 기본 틀 자체는 한국에 적응하지 못했다거나 서비스가 후퇴하면서 철수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자본으로만 구축해놓은 트래픽, 즉, 컨텐츠가 없는 서비스만 벌여놓은 것의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 것이죠.

 다음이나 네이버는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착실히 컨텐츠를 쌓아갔습니다. 검색이 기본이 되었지만, 네이버는 지식인으로도 자신들의 검색환경에 유리하도록 계속 구축해왔죠. 야후는 그런 것보다는 그냥 디시인사이드 서버를 빌려주는 대신 디시인사이드의 트래픽을 받아쓰는 등의 돈을 주고 사와서 트래픽을 메웠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들을 해오긴 했으나, 실질적인 포털의 양식이라 할 수 있는 정보 컨텐츠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냥 돈들여서 '지도 서비스 시작!', 돈들여서 '동영상 서비스 시작!'이 전부였다는 말이죠.

 페이지뷰는 늘었을지 모르지만, 가치있는 트래픽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에 야후코리아는 이지경에 놓였습니다. 한국의 상황이 아니라 포털로써의 기본적인 자세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결국 야후가 도태한 이유는 '외국 회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현재 국내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트래픽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을 본다면, 그렇게만 생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것입니다.

 야후코리아는 게을렀습니다. 모든 일을 빵빵한 투자금으로 크게 벌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웹'이라는 공간을 벽걸이 TV가 있기때문에 들리는 노인정 마냥 생각하고 있었던거죠. 하지만 노인정에는 TV도 있어야 하지만,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사탕도 있어야하고, 이불과 베게도 있어야 합니다. 그외 아무것도 없는데 '60인치 TV를 들여놓았으니 저희 노인정에 오십시오!' 하는 꼴 밖에 되지 못한 야후는 도태할 수 밖에 없었다는거죠.


 그런데 이런 현상이 네이버와 다음에도 슬슬 나타납니다. 야후의 야미가 문을 닫았던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음란 동영상이 게제되었던 것이 문제되었기 때문이지만, 얼마전 네이버의 아동성범죄 웹툰이 올라왔던 충격적인 사건을 생각하면 야후 몰락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네이버 곳곳의 성인광고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거죠. 음란 동영상 문제가 야후를 끝으로 몰아넣은 하나라고 애기하기에는 애매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나 다음은 근래 들어 카페나 블로그,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야후처럼 60인치 벽걸이 TV를 설치해서 트래픽을 쫙~ 땡겨볼 생각을 하고 있죠. 그게 과연 가치가 있을까요? 필자가 블로거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과연 웹의 기본 구조상 야후와 같은 상황을 네이버나 다음이 만들어내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트래픽이 왜 올라갈까요? 유행이라서? 그랬다면 야후도 유행일 뿐이었을겁니다.


 네이버는 많은 돈을 들여 웹툰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웹툰이 인기를 얻으며 트래픽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게 사실이죠. 그런데 만약에 블로그나 카페, 지식인의 트래픽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 웹툰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네이버는 어떨까요? 야후가 디시인사이드와 결별한 것만으로 한순간에 130만명의 트래픽이 증발했습니다. 기본이 유지되지 않으면 웹툰의 트래픽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베게와 이불이 있는 노인정에 누워 사탕 녹이며 20인치 TV를 볼 수 있는 노인정'과 '허리 굽히고 앉아 60인치 TV만 봐야하는 곳'. 어디가 오래 살아남을까요?


 야후의 철수는 씁쓸합니다. 서비스야 어쨌든 추억이 있으니까요. 다만, 야후의 철수를 국내 남아있는 포털들은 경쟁자가 떨어져나갔다고 '아싸!'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들도 이렇게 도태되어 추억 속의 씁쓸함이 되버릴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