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걸 다시 재구성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기존 방식에 대한 고민과 그로인해 기능이 너무 없어져서 불편하거나 아니면 너무 덧붙여져서 복잡해지거나 등의 실패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 편이 나은 것이라고 얘기하곤 하죠.
야후의 개편도 '기존'에 있지만, '새로운 방향'을 찾아 가는 듯 합니다.
야후 메일 개편, 마리사 메이어의 전략 엿보다
마리사 메이어가 야후에 들어간지 5개월이 되었습니다. 구글의 초기 맴버이자 여성 개발자, 최연소 여성임원, 스탠포드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 일리노이 공대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 UX 개발과 G메일, 이미지 검색 등의 개발에 참여하여한 진국 개발자인 그녀가 야후의 CEO가 된다는 것은 매우 큰 뉴스였습니다. 아무래도 야후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데가 구글을 그녀가 13년간 일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굳이 구글을 떠나 야후로 간다는 것에 대해서 과연 옳은 선택인지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죠.
대학을 졸업 할 당시 14개의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그녀가 이제 막 시작하던 구글을 선택한 것만 보더라도 도전적인 면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고, 야후로 떠난 이유로 대변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주안점은 '성공'입니다.
야후 메일
마리사 메이어가 야후로 오면서 '야후는 모바일 기업'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모바일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첫작품이 바로 '야후 메일'입니다.
지난 12일 야후는 완전히 개편 된 새로운 메일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메일보다 더 깔끔해진 모습의 야후 메일은 모바일 버전도 개발되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최적화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메일을 사용하기 위해 봐야했던 광고를 없애버려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향상시켰습니다. 웹에서든 PC에서든 모바일에서든 깔끔해진 야후메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인데, 무엇보다 기존 메일 서비스처럼 포털 사이트에 종속 된 느낌이 아닌 서비스로 분리 된 느낌이 들게 하여 메일만 사용해도 야후를 전부 사용하는 듯인 인상이 들도록 한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기존의 서비스들은 제쳐두고 메일 부분만 떼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전면적인 개편이 아니라 메일을 먼저 한 것일까요? 그것도 야후의 메인 페이지도 아닌 메일을 말입니다.
야후 전략
야후는 현재 70여개의 서비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을 전부 개편한다는 것은 당장에 무리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메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야후 메일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일입니다. 매년 16%로 미국 사용자들이 줄어들고, 구글의 G메일은 20%씩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야후에게 있어서 주력 서비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메일'입니다.
야후는 포털서비스지만, 모바일에서는 포털을 전반적으로 이용하지 않습니다. 사용자들은 한가지 서비스에 대한 네이티브 앱을 선호하고 최적화 된 서비스를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PC에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현재의 모바일 트렌드입니다. 해서 야후는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메인 페이지를 뜯어고치는 공사를 감행하기 보단 메일 서비스 한가지만 일단 수정한 것입니다. 어차피 고객들이 모바일에서 야후 메일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은 PC에서도 사용할 확률을 늘리는 것이고, 곧 야후의 고객유치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메일 유저들을 붙잡는 것도 가능하죠.
아주 조심스럽게 첫발짝을 내딛은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느낌을 들게 합니다. '메일 서비스만 성공하면 돼!'니까 말이죠. 포털을 이용하면서 전반적인 서비스를 모두 사용해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과감하게 버린 것입니다. 어찌보면 구글식의 서비스 제공 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야후 메일 고객들을 붙잡은 상태에서 뉴스를 개편하고, 쇼핑을 개편하는 등의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모바일을 주력으로 야후 사용자를 점점 늘려가는 방향으로 말이죠.
이는 굳이 포털이지만 포털 느낌을 털어버리고 서비스 중심의 개별적인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메일을 수정한 것이 고객들로 하여금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라는 작은 의구심이 생깁니다만, 야후 메일이 개편 된 후 앱스토어 전체 무료앱 21위를 유지하며 G메일보다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반이라 강세를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G메일의 상승세와 야후 메일의 하락세를 비교해본다면 야후 메일 고객들이 모바일 버전의 야후 메일에 얼마나 관심을 표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마리사 메이어
커다란 원 안에 새로운 원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원을 모아모아 커다란 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야후의 새로운 전략입니다. 누가봐도 구글식 전략입니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서비스를 정비해 나간다는 것에 있습니다.
야후 메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첫번째로 마리사 메이어의 처음으로 맡은 일이라는 점과 두번째는 모바일에서 밀리고 있는 야후의 실정입니다. 모바일에서 밀리다보니 웹에서도 밀리게 됩니다. 사용자들이 모바일과 웹을 분리해서 사용하질 않기 때문이죠. 세번째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인데, 이는 앞으로도 야후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일단은 정비하는 쪽으로 기존 고객들을 아우르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뭐가 어렵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으나, 더 악화되어가기만 하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무엇인가 새로운 걸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대게의 CEO들 모습과 달리 야후 메일에서 알 수 있는 마리사 메이어의 전략은 여유롭고 침착합니다. 현재 야후가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인지, 그 순서가 어떤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그녀의 능력을 대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13년간 구글의 주력 맴버였던 이유도 야후로 들어가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야후 메일의 개편은 조심스럽게 성공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서비스가 되버리진 않았으니까 말이죠. 그리고 이제 궁금증이 생깁니다. '야후는 또 뭘 할까?'. 물론 새로운 서비스를 예상할 필요 없이 기존의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만 엿보면 됩니다.
마리사 메이어는 첫번째 과제를 군더더기 없이 선보였습니다. 그녀의 이런 구글식 전략, 하지만 야후를 색이 묻어있는 방식이 절박한 상황의 야후로 하여금 새로운 힘을 부여하고 행운의 여신이 될 수 있을지 몹시 흥미롭습니다. 사실 야후 코리아가 철수하여 떠났기 때문에 먼나라 이야기가 되버렸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 밀리던 야후가 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야후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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