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아이폰 회사를 벗어나려 해

 어느 회사든 한가지만으로 살아남으려 한다면 그것은 꽤 힘든 일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 에어컨을 생산하는 회사가 겨울에는 전기히터를 생산한다던지, 이모작처럼 생산하면서 근처에 밭을 가꾸듯 따로 휴대폰 라인을 만들어둔다던지의 방법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보통 '안전하다'고 얘기합니다. 비수기와 성수기를 돌아가며 이익의 끈을 놓지 않는 선에서 계속 된 물량을 공급 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애플, 아이폰 회사를 벗어나려 해


 애플은 전통적인 PC회사입니다. 하지만, '아이폰 회사'이기도 하죠. 아이폰은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중 하나이고, 가장 유명한 스마트폰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수익의 절반을 아이폰이 차지할만큼 현재 애플이 아이폰에 기대고 있는 바는 매우 큽니다. 판매량은 가면 갈수록 늘어가고, 그만큼의 이익이 쌓이지만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아이폰에 가중되어 위험 부담이 큰 회사'라고 지적합니다. 아이폰이 망했다가는 수익의 절반을 내놓아야 할테니까요.




전통적인 휴대폰 강자



 노키아와 RIM은 전통적인 휴대폰 강자였으나, 시장에서 밀린지 오래입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는 본토인 핀란드에 공장을 철수시키고, 감원을 감행했으며, 특허처분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점유율이 50%에 달했던 RIM은 이미 '기타 제조사'로 분류되어 수익은 바닥입니다.

 이 두회사의 공통점은 주구장창 휴대폰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노키아는 휴대폰 외 지도 사업 등을 병행하긴 했으나, 수익의 98%가 휴대폰에서 창출되었던 회사입니다. RIM도 별반 다르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휴대폰이 꺾이자 그들은 금새 나가떨어졌습니다. 항상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이 둘은 '휴대폰'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노키아는 MS와 손을 잡고 윈도폰에 진출해있으며 올인 상태입니다. RIM도 자사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BB10을 준비하며 내년에 출시하기를 기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가 윈도폰에서 파이를 얻어도, RIM의 BB10이 성공을 거두어도 그들의 위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휴대폰만 만들고 있으니까요.


 윈도폰이 실패하고, BB10이 실패하면 그대로 회사 문을 닫아야하는 회사가 이 둘입니다.




아이폰




 아이폰은 애플 수익의 50% 수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애플 회계년도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애플의 전체 수익 중 51%가 아이폰에 의한 것이었으며, 2,69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치웠습니다. 170만대를 팔던 2008년과 비교하면 16배나 성장했으며, 1% 단위로 성장하던 때와 비교하면 그 수치는 어마어마합니다.

 덕분에 '애플도 위험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는 예전부터 나오던 것입니다. 노키아나 RIM처럼 말이죠. 그 위험 부담론의 배경에는 아이폰의 성장이 있는데 사실 2010~2011년 까지만 하더라도 아이폰은 전체 수익의 50% 수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물론 계속 성장을 하긴 했으나, 2008년에는 전체 수익의 절반이 맥과 아이팟이었고, 전체 수익의 20%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계속 성장했고, 2010년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91% 성장 기록, 2012년 1분기 전년 동기 128% 성장 기록 등을 세우며 지금에 와서는 전체 수익의 50%를 담당하는 품목이 되었습니다.


 2012년 2분기에는 전체 수익의 58%라는 아이폰이 애플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던 때였는데, 아이폰4s가 판매 호조를 이루며 나타났던 실적이었습니다. 이번에도 1분기와 2분기에 더 많은 아이폰5가 팔릴 것으로 보이면서 46%까지 내렸던 비율이 다시 올라갈 것임을 예상하게 했는데, 애플은 이런 사실들과 리스크에 대해 계속해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아이패드




 애플은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전세계 태블릿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아이패드는 아이폰의 수익 비율이 40~50%를 넘나들며 들쑥날쑥 할때도 계속해서 성장해왔습니다. 이번 4분기 실적에서 월가의 1,700만대라는 예상 수치를 넘지 못한 1,400만대를 팔았음에도 애플 전체 수익의 21%를 얻었으며, 3분기에는 26%를 차지했습니다. 아이폰의 절반 수준이지만, 아이패드가 계속 성장하면서 아이폰의 파이를 야금야금 얻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패드에 대해 애플은 '포스트PC'로 명명했으며, PC 판매량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맥과 합산했을 경우 30~40%의 비율을 얻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아이팟과 아이튠즈 등을 제외했을 때 애플에 있어 두번째로 높은 파이입니다. 10%대에 머물렀던 2010년과 달리 아이패드는 배로 성장하며 애플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아이폰이라는 '휴대폰 회사'가 아니라 아이패드를 통해 '전통적인 PC 회사'인 애플로 돌려놓게 만드는 결정적인 부분입니다.


 월가에서 이미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아이패드가 아이폰의 비중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으며, 아이폰 회사라는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이를 점점 앞당기고 있으며, 아이폰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를 아이패드와 분산하면서 애플의 아이폰 거품이 빠져 안정적 상태로 돌입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




 애플의 이런 아이패드로의 발길은 이번 스페셜 이벤트에서 더 도드라졌는데요, 좀 더 저렴한 아이패드 미니와 아예 라인 정리를 하려고 새로 아이패드를 내놓는 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팀쿡은 아이패드 미니가 애플의 다른 제품들에 비해 평균보다 낮은 이윤을 지니고 있다고 했지만, 어찌되었건 이윤을 내기 위한 제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며 30%~40의 마지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패드 미니가 얼마나 팔릴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많음에도, 성공은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것을 보면 기존 아이패드와의 라인 구성으로 PC 판매의 비중을 더 높히고자 내놓은 제품이 분명합니다. 결정적으로 기존의 이윤을 떨어뜨리면서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애플이 아이폰에 대한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며, 전체적인 매출도 매출이지만 제품별 비중 분배를 안정적으로 가지겠다는 의지인 것입니다.


 이것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이패드 미니 발표와 실적 발표가 있은 후 애플의 주가를 계속 떨어졌습니다. 이는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성공 불확실과 실적 저조가 아닌 안정적으로 돌아선 애플에 대한 기대감 감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패드가 잘팔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폰에 좀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죠.


 어찌되었건 애플은 아이패드를 통해 다시 전통적인 PC회사로 회귀하려 합니다. 아이폰 회사로 남아 '아이폰 미니'라던가, '패블릿 아이폰'이라던가를 하려는건 아니니까요. 애초 아이패드를 만들기 위한 제품으로 먼저 나온 것이 아이폰이었고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걸 생각해보면 진작에 기획되어 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애플에게 있어서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휴대폰 회사로 남아있지 않으려는 것만은 아이폰이라는 것에 너무 메달리지 않고 회사의 정체성과 본질을 수렴 할 줄 아는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