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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비싼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전략적 고찰

 아이패드 미니가 공개되었습니다. 7.9인치 디스플레이에 308g의 가벼운 무게가 더해진 이 제품은 공개 전부터 온갖 루머로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곧 판매에 돌입 할 것으로 보이면서 구입에 대한 소비자들이 망설임이 발표 된 하루 중 줄타기를 했는데요, 한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비싼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전략적 고찰


 아이패드 미니의 최저가는 $329입니다. 킨들파이어나 넥서스7의 $199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문인지 아이패드 미니가 고가 정책을 펼치면서 거품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을 내세우는 분도 계십니다. 실제 경쟁대상이라 여겨지는 킨들파이어와 넥서스7과의 가격차는 분명히 높은 가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할 것은 아이패드 미니는 저가 시장을 주타겟으로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니발리제이션





 필자는 지난 7월, '미니 아이패드, 애플에 있어 효율적인 제품인가?'라는 글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가 출시하기 전의 이야기인데, 실제 아이패드 미니가 저가 시장에서의 경쟁을 펼치려 한다면 애플에 효율적인지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필자의 의견은 '아이패드 미니가 $199 수준이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였습니다. 카니발리제이션을 피하기도 어렵다고 했죠. 그렇기 때문에 저가 시장을 공략 할 생각이라면 아이패드 미니는 출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329의 가격이 책정되었죠. 필자는 결정적으로 '수익구조가 안정적임을 증명' 할 수 있어야 아이패드 미니가 출시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해답이 $329라는 가격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하드웨어 마진이 전혀 나지 않는 킨들파이어나 넥서스7과 달리, 아직 원가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넥서스7로 대조했을 때 아이패드 미니는 $140 수준의 마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아마존과 구글처럼 컨텐츠나 광고를 통한 수익이 아닌 전통적인 기기 마진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짚고 가야 할 것이 '왜 $329?'냐는 것인데, 아이팟터치의 가격이 $299라는 점을 미뤄볼때 아이패드 미니를 $299로 내놓는다는건 카니발리제이션에 제발로 몸을 담그는 것입니다. 소비자 선택과 무관하게 말이죠. 그것을 피하면서 하드웨어 수익을 통한 수익 안정까지 내겠다는 전략이 $329라는 가격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아이팟터치도 계속 팔아야 하니까요.


 여기까지는 애플의 입장입니다. 간단히 생각해서 기존 저가보다 높기 때문에 저가 태블릿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애매한 가격이고, 애플의 전략상으로도 저가 시장을 노릴 생각이 아닌걸로 보입니다. 일단 다른 제품에 비해 마진을 높게 잡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역시나 가격때문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플이 그런 고민을 고려 하지 않은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329라는 가격에 더 확실한 이유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가 시장




 아마존의 킨들파이어와 구글의 넥서스7으로 대표되는 저가 시장에 대해 간혹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크기'인데, 크기가 작으니 가격이 낮고 사양이 낮으며 고가 태블릿과의 차이를 둔다는 것입니다. 이부분은 갤럭시탭 7.7의 80만원대 출고가를 보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양과 부품 원가의 문제임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로 사용 환경인데, 가격과 사양이 낮으니 대부분이 웹서핑, 메일, 뉴스, 매거진을 휴대하면서 즐기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사용 환경이 고가 태블릿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태블릿을 통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메일 확인이며, 다음이 뉴스, 그 다음이 게임이라는 통계를 퓨 리서치 센터가 발표한 바 있습니다. 태블릿 사용에 있어서 가격이야 어떻든 이북과 매거진까지 합치면 사용하는데 있어 거의 대부분을 보고 읽는데 사용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점들을 미뤄봤을때 저가 시장이라는 것은 오로지 '가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으니 저렴하다거나 태블릿의 활용 용도에 따라 저렴하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만이 가장 강조되고 가격으로 결정 된 시장인 것이죠. 아이패드를 사용하든 넥서스7을 사용하든 사용 환경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화면 크기, 화질, 앱생태계 등을 일일이 따졌을때 아이패드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일뿐이지 저가 제품들은 비중 높은 사용 환경을 들어 시장을 파고 들었다는 말입니다. 해서 공개 당시야 사양을 따지거나 할지 몰라도 구입 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가격'입니다.


 그러나 아이패드 미니는 그런 '가격'이 배제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양이 월등히 넥서스7을 따라잡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몇몇 사양은 넥서스7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키노트에서 넥서스7과 직접적으로 비교를 하긴 했으나 사양을 놓고봐도 가격을 놓고 봐도 저가 시장에서의 경쟁 상대로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물론 16GB 모델의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진 않지만, 킨들 파이어나 $99짜리 태블릿 제품들까지 포함시키면 최저가 제품에 있어서 가격을 내세울 수 있는 제품은 분명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소비자는 옵션보다는 기본 최저가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경향을 보이니까요.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애플의 생태계가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차이가 벌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선뜻 손을 들어줄 가격은 결코 아닙니다. '가격'만이 저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걸 알고 있다면 애플은 좀 더 공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했을테지만, 카니발리제이션에 먹혀버리겠죠. 그렇다면 경쟁력이 없는 가격인가?

 하지만 필자는 저 가격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일반 소비자를 주요 타겟으로 삼을 생각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가격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교육 시장




  애플은 작년, 따로 교육관련 이벤트를 진행 할 정도로 교육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미 맥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미국의 교육기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죠. 그 다음으로 진행 중인 것이 바로 '아이패드'입니다.

 이번 스페셜 이벤트의 키노트 내용에 따르면, 80% 이상의 미국 고등학교의 핵심 교육과정 교과서가 아이북 어서를 이용한 전자교과서로 제작/제공되고 있으며, 2500개의 클래스에서 종이 교과서를 대신한 아이패드가 투입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 환경의 게임 체인저라고 자신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 아이패드에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가격'입니다. 분명 맥은 파격적인 가격 할인으로 빠르게 미국의 교육기관에 보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그런 전략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이패드가 맥 수준의 마진이 나오지 않을 뿐더러 마진 없이 아이패드를 공급하기에는 저가 태블릿들이 거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패드에 대한 프리미엄도 같이 빼버려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마진을 뺀 아이패드의 공급을 강행하게 되면 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패드의 경우 공통적인 10% 교육할인 외 맥과 같은 할인 정책이 나오질 못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 아이패드 미니의 $329입니다.


 애플은 아이북 어서를 통한 태블릿 교과서 컨텐츠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교육 시장으로의 투입이 기기 가격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되면 아마존과 구글에 쫓길 수 있는 위치가 되죠. 비용에 따른 도입이 느려지니 말입니다. $499의 아이패드가 기존 종이 교과서보다 비싼 것은 아닙니다. Roslyn의 교장인 Daniel Brenner는 장기적으로 아이패드가 출력 비용을 줄일 것이고, 두 클래스에서만 사용하더라도 연간 $7,200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량 구매에 있어서의 가격 경쟁은 애플에게 커다란 숙제이며 교육 시장의 특성이 반영 되면 좀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이 절실해집니다.

 학교에서 아이패드를 구입했다고 합시다. 구입하는 비용은 그렇다치더라도 이후에는 분실이나 고장, 파손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그건 종이책도 마찬가지지만, 아이패드는 장기적 이익이 발생 할 뿐 당장의 분실, 고장, 파손에 대한 비용은 더 많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분은 당연히 저가 제품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죠.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은 그것에 적합합니다. 10%의 할인이 붙게 되면 $296에 판매 가능합니다. 16GB 넥서스7가 $49 더 저렴하긴 하지만, 교과서 컨텐츠가 풍부하다는게 강점으로 작용하면, 아이패드를 통한 애플의 교육 시장 진출이 더 빠르게 진척 될 것입니다. 적어도 교육기관에서 $399짜리나 $499짜리 아이패드보다는 도입하는 것보다는 접근성이 있어 아이패드 미니가 더 유용하다는 것은 뻔해보입니다.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미니의 $329는 애플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가격인 셈입니다.

 아이팟 터치와 아이패드 간의 카니발리제이션을 적절히 피하면서, 교육 시장에서는 10% 할인 정책으로 기존 아이패드보다는 저렴하게, 타 제품과는 최대한 비슷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렇다보니 일부 구입 희망자를 빼고나면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저가 제품과의 경쟁을 했을 시에는 아이패드가 밀릴 수 있습니다만, 교육 시장까지 포함하게 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포지셔닝을 지녔습니다. 한마디로 'E러닝 포지셔닝'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아이팟 터치를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도 없으니 그부분까지도 염두했을겁니다.


 사실 아이패드 미니가 카니발리제이션을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패드2와 거의 흡사한 사양에 가격차이는 $70 밖에 나지 않으니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2가 태블릿 부분에 있어서 겹쳐버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아이팟터치까지 끼게 되면 크기별 가격으로는 그래도 유지할 수 있는 포지셔닝은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 논란은 계속 부풀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저가 라인치고는 비싸다'라는 평이 계속 흘러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제품간 카니발리제이션과 교육 시장, 두가지를 신경 쓴 'E러닝 포지셔닝'에 집중한 $329는 경쟁사에 있어서 매우 달갑지 않은 가격이며, 애플의 포스트PC 라인 정리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329의 가격이 당장 비싸다/저렴하다를 논하기 보다는, 이 가격을 통해 앞으로의 라인 정리에 신경 써 일반 시장과 교육 시장에 변동없이 안정적인 가격으로 판매/보급 할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 쪽이 좀 더 명확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