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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저가 아이폰은 완전한 치킨게임에 빠져야 한다

 치킨게임의 전제는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방을 말살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어줍잖은 생각으로 거는 치킨게임은 스스로 겁에 질려 브레이크를 밟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벼랑 끝에 메달리더라도 더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해야 하는 것이 치킨게임의 승리 조건이라는 것이죠. 애플은 저가 아이폰을 출시할 생각이라면 완전한 치킨게임을 걸 수 있어야 합니다.





저가 아이폰은 완전한 치킨게임에 빠져야 한다


 필자는 '아이폰미니, 절대적 실패 할 것'과 '애플은 아이폰을 버려둬야 산다', 두가지 글을 통해 저가 아이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시선을 돌려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애플이 실제 저가 아이폰을 출시한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저가 아이폰에 대한 좋지 못한 견해를 가지고 있음에도, 저가 아이폰으로 승부수를 띄우려 했을 때의 그만큼 분명한 승리 조건도 존재하리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거기서 필자가 제시한 답은 '완전한 치킨게임'입니다.





저가 아이폰



 저가 아이폰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여러가지 견해들과 고민들이 긱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된 루머지만, 돌고 돌아 이 자리까지 왔고 아마 가장 심각하게 반영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되게 합니다.

 대충 루머들과 견해들을 훑어보자면 '고가의 알루미늄 재질이 아닌 플라스틱을 사용하거나 좀 더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여 가격을 다운시키는 대신 애플 특유의 마감을 살린 제품으로 $99~$200 사이의 제품이 될 것' 정도입니다.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종합해보자면 이정도라는 것이죠. 이전 세대 제품들을 변형시켜 가격을 다운시키는 방법들도 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모든 것이 저가 아이폰의 승리 조건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모두 '최소 마진'을 생각한 플랜인 것이죠. 이건 치킨게임의 전제가 되지 못합니다. 애플이 $99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치킨게임을 주도 했던 때를 생각해봅시다. 재질이든 부품이든 모든 부분에 있어 'MP3를 저 가격에 만들 수 없다'는게 대부분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만큼 저렴했다는 뜻이고, 실제 어떤 회사도 $99에 근접한 가격의 플레이어를 출시하지 못했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불제 스마트폰은 바로 화웨이의 어샌드 G300입니다. 4인치 디스플레이, 1GHz Cortex-A5, 4g 스토리지와 512MB 메모리, 5MP 카메라를 지원하는 이 제품의 가격은 무려 £100입니다. 한화로 16만원 수준인 것이죠. 이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모델이 어샌드 330인데 G300의 바탕에 Dual-core 1GHz Cortex-A5만 탑재하여 £185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제품들 모두 가격을 경악케 했던 넥서스4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영국 선불제 폰 시장의 1, 2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이 제품들은 저가 시장에서는 무조건 저렴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보여주며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가 아이폰이 상대해야 할 제품은 이런 제품들이며 화웨이 뿐 아니라 ZET도 유럽시장을 대상으로 화웨이와 저가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일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 업체들간의 저가 쟁탈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이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치킨게임을 완벽히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완전한 치킨게임




 저가 아이폰은 비효율적인 제품입니다. 간단히 계산하면 올해 아이폰 예상 판매 대수는 2억대이며, 삼성과 중국의 예상 판매 대수는 5억대 입니다. 즉, 저가 아이폰을 3억대를 팔아야 비로소 점유율을 떨어뜨리지 않고 챙길 수 있게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보니 단순히 G300이나 G330와 견줄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3억대를 채워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효율'을 완전히 포기하고 '비효율'적인 치킨게임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상위 모델보다는 값싼 부품을 쓰겠지만 중저가 제품 수준의 사양을 맞추고, 고급스런 재질을 이용해 저렴하지만 판매 가격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제품이라 생각되는 아이폰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이너스 치킨게임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저가 시장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경쟁 업체들에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하며, 성능부터 마감, 프리미엄, 그리고 가격까지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도록 돌려놔야 합니다.


 소비자가 아이폰과 G300을 들고 고민하다 약간의 우위점으로 아이폰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저가 시장에서 아이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치킨게임을 유도해야만 점유율에 만족스러운 충분한 판매 대수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애플이 이런 치킨게임을 주도하게 되면 경쟁 업체들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똑같이 비효율적인 저가 제품으로 치킨게임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프리미엄 시장을 노릴 것인지로 말이죠. 대게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며, 그렇다면 기존 아이폰으로 프리미엄 시장 대결을 펼치면 점유율을 탈환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3억대를 팔아치우는 것이 이상이 아니라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애플




 애플이 저가 아이폰을 내놓는다면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단순한 라인늘리기라면 점유율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냥 실패한 제품이 되버리겠죠. 하지만 점유율을 상승시키진 못하더라도 유지를 하기 위해 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생각이라면 치킨게임을 시도해야 합니다. 만약 시도한다면 굉장한 자본을 투자할 수 있어야하고, 그렇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이유를 갖다붙혀도 좋을만큼 저가 아이폰은 성공할 것입니다. 점유율 높히기건, 안드로이드 박살내기건 말이죠. 심할 경우에는 반독점에 걸릴 수 있는 위험이 있긴하지만 치킨게임을 걸 생각이라면 그것조차 무시하고 치고 들어갈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꽤 극단적이고 무모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가 아이폰이 확실하게 시장에서 성공하고 점유율도 챙기면서 소비자들의 반발도 배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선택은 애플에게 달렸습니다. 올해 어떤 전략으로 애플이 나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애플, 저가 스마트폰 공식 부인




 이 글을 송고한 뒤 애플의 마케팅 수석 부사장인 필 쉴러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MacRumors에 따르면 쉴러가 상하이 이브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가 아이폰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쉴러는 '애플이 만드는 모든 제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들을 사용하도록 고려된다. 레티나, 유니바디 디자인, 알루미늄 모두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포함된 것들이다'며 '저렴한 스마트폰이 인기임에도 애플은 그런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20%지만 우리의 이익률을 75%를 소유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애플이 공식적으로 저가 아이폰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본문과 같은 치킨게임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은 것 같으며 필자가 '아이폰미니, 절대적 실패 할 것'과 '애플은 아이폰을 버려둬야 산다'에서 언급한 점유율보다는 이익률과 사용자 경험 중심의 에코시스템을 확장해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인터뷰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100% 진실로 받아들일 순 없고, 뒤집어 질 수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역시나 저가 아이폰이 나온다면 완전한 치킨게임을 걸어야 할만큼 절벽을 내달릴 때이며, 애플 스스로 판단하여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굳이 인터뷰 내용을 뒤집어 저가 아이폰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추가

 로이터는 어제 애플 마케팅 수석 부사장 필 쉴러의 '저가 아이폰 부인 기사'를 철회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쉴러는 저가 아이폰에 대해 부인한 적이 없으며, 단지 '맹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저가 아이폰에 대해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것이며, 이는 애플이 얘기하는 '맹목적' 관점을 벗어났을 때 저가 아이폰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The Atlantic Wire는 전했습니다.

 상하이 이브닝 뉴스 또한 인터뷰 내용을 '애플은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길 원하고, 시장점유율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로 수정하여 인터뷰 내용이 뒤집어졌고, 실제 다양한 모델의 아이폰이 출시 될 가능성이 다시 열린 것으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