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직업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즐겁기만 하던 취미가 압박에 시달려야하는 직업이 되었을 때 과연 취미 떄처럼 즐기는 것이 가능한지 생각해보라는 뜻입니다. 이는 우리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선택을 하게 하고 고민하게 합니다. 간혹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죠. 생각해보니 애플도 취미 하나가 있었군요. '애플 TV'입니다.
애플 TV, 취미가 아니게 될 때
애플 TV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아이폰과 같죠. 하지만 아이폰은 애플의 가장 핵심적인 메인 제품이 되었고, 애플 TV는 여전히 취미 같은 제품입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애플 TV는 서서히지만 매번 많은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마치 초보자가 6년간 뜨개질을 배워 능숙하게 못만드는게 없을 정도가 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고 뜨개방은 오픈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변천사
애플 TV는 2006년 스페셜 이벤트에서 최초로 언급되었습니다. TV와 맥을 이어주는 제품으로써 셋톱박스와 TV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제품으로 소개되었죠. 2007년에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었고, 출시되었습니다. 가격은 $299였죠. 2008년에는 아이튠즈 영화 렌탈 서비스가 제공되었고, HD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리커를 통한 사진 뷰도 가능해졌습니다.
2010년 9월 스페셜 이벤트에서 2세대가 공개됩니다. iOS를 탑재했으며 8GB의 캐쉬 메모리만 제공되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에어플레이가 지원되었으며 휠씬 작아졌고 가격도 $99로 저렴해졌죠. 모바일미의 사진 감상이 가능해졌으며 그것은 아이클라우드로 이어졌고, 비메오의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스트리밍도 지원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 3세대가 공개되었으며, A5를 장착하고, 포토스트림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변경, 1080p 영상을 지원합니다. 가격은 그대로 $99였죠.
취미
애플 TV는 수년동안 조금씩 변하고 발전했지만 여전히 '취미'로 불립니다. 이는 단순히 잡스가 취미로 명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보더라도 메인 제품이 아닌 일종의 악세사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플이 TV를 취미로 두지 않으려면 커다란 액정을 가진 TV셋을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건 옳습니다. 기능이야 어쨌든 커다란 액정이 집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메인 제품이 될테니까요.
하지만 당장 그런 제품이 나온다고 해서 애플의 메인 제품이 될 수 있을까? 애플에게 있어 취미가 아니게 되는걸까?
애플은 TV에 있어 완전한 초보입니다. 만들어 본적이 없죠.(매킨토시 TV라는 매우 엉성한 제품이 떠오르긴 하는군요.) 단순히 셋톱박스로 서비스를 제공할 뿐입니다. 물론 그 셋톱박스는 매력적인 기기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뜨개질을 조금 한다고 해서 뜨개방을 열어도 좋다고 동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며, 차라리 주말 벼룩시장에나 팔아보길 권장할 것입니다. 우리는 애플이 어떤 TV를 만들면 좋겠다고 상상하지만, 애플이 그런 TV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그것이 잘팔릴 것이라는 보장도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취미가 취미가 아니게 되는 순간 애플은 거대한 TV 시장 속에 몸을 던져야하고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발버둥쳐야 합니다.
'현재의 셋톱박스에 액정을 달면 그만이다?'
$99짜리의 매력적인 셋톱박스의 평균 분기당 판매량은 200만대입니다. 가장 많이 팔았던 때가 400만대였죠. 하지만 삼성은 $1,000짜리 TV를 4분기 연속 1천만대 이상 팔아치웠습니다. 물론 애플이 TV 시장의 1위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연 취미가 취미로써 존재할 수 있는 선을 넘었을 때의 물살을 견뎌낼만큼 현재의 셋톱박스가 완전하냐는 뜻입니다.
취미가 아니게 될 때
애플은 애플 TV를 관리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기반이야 iOS였으며 일부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과 컨텐츠는 이미 아이튠즈가 있으니 유입만 하면 그만이었죠. 또는 미러링 같은 몇가지 기능을 제공하는 선에 머물러있기만 해도 좋았습니다. 취미였으니까요. 하지만 벗어나게 되면 좀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Jefferies & Company의 분석가, Peter Misek은 애플이 3월에 'TV와 관련 된 행사'를 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TV셋의 출현장이 아니며 SDK를 공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 TV용 SDK가 등장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애플이 취미를 벗어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증명입니다. 일단 애플은 개발자들을 신경써야 하며 개발자 환경을 지원해야 하고, 그들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애플 TV 사용자들이 서드파티 컨텐츠를 활용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애플 TV에 있어 경쟁력이 된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애플 TV를 구입하려 들 것입니다. '단순히 서드파티 앱의 추가 때문에?'
이는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원래 애플 TV는 OS X의 프론트 로우 기반이었습니다. 이것이 iOS로 바뀌게 된 것이죠. 문제는 애플이 OS X 마운틴 라이언에서 프론트 로우를 빼버린 것에 있습니다. 이 프론트 로우 기능은 컨텐츠를 즐기려는 맥 유저들에게 매우 중요한 인터페이스였는데, 가장 애플 리모트에 적합한 것이었고, 굳이 애플 TV가 없더라도 맥을 셋톱박스로 사용해도 좋을만큼의 기능이었죠.
첫째로 애플은 맥과 TV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대형 TV가 존재하긴 하지만 여전히 소형 TV의 수요도 높은데다 컴퓨터 모니터의 크기가 커지다보니 아예 이 둘을 합친 제품이 나왔습니다. 애플 TV는 맥과 iOS, 아이튠즈를 TV로 연결시키는 제품이어야 하는데 대형 모니터에 맥북을 꽂아 프론트 로우를 이용하면 그것이 그냥 애플 TV가 된 것입니다. 둘째로 애플 TV를 TV에 꽂는 것보다 모니터에 맥을 꽂는 편이 더 많은 컨텐츠를 이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왜? 프론트 로우로 즐기다가 맥앱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분명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미러링이 안되질 않느냐. 그건 매력적이다.'라던지 말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맥과 애플 TV의 경계에 있어 프론트 로우는 교집합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프론트 로우를 빼버립니다.
그런데 애플 TV가 SDK를 얻어서 맥과 달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사용자는 굳이 TV가 아닌 맥과 연결 된 모니터나 아니면 다른 데스크톱 모니터에 애플 TV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맥에서 빠져버린 프론트 로우를 이용하며 누워서 리모트로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애플 TV가 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빠져버린 프론트 로우를 애플 TV 셋톱박스가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애플 TV가 독립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애플이 독립적인 제품을 만들기 원한다는 뜻이며, 맥에서 빠진 프론트 로우가 그것을 증명했고, SDK가 나온다면 확실해지는 것입니다.
현재의 애플 TV는 독립적인 제품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을 때 TV셋으로써의 가치도 커질 것이며, 진정 취미가 아니게 되더라도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 것입니다. 애플에게는 SDK와 같은 현재의 상태를 벗어던질만한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TV셋이 출시 되더라도 결국 똑같은 취미로 남을테죠.
그 를 맞이했을 때 비로소 우리가 기대하는 애플의 새로운 TV를 볼 수 있는 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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