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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PS4, 제품없는 제품 발표회

 플레이스테이션3(Playstation3 / PS3)가 출시 된지 7년이 되었습니다. Xbox에게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그 이름과 명성은 콘솔 게임기의 자존심이라고 할만한데 그를 잇는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4 / PS4)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7년간 수많은 루머들이 생산되었지만 끄덕하지 않은 PS4는 올해 새로 공개 될 예정인 Xbox와 함께 피튀기는 콘솔 전쟁을 예고했습니다.




PS4, 제품없는 제품 발표회


 소니는 PS4의 제품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PS4가 갖추게 될 사양과 컨트롤러, 출시 될 게임들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제품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습니다. 소니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의 요시다 슈헤이가 차후 공개 될 예정이라고 직접 언급하긴 했지만,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해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본체가 뭐가 중요하느냐. 어떤 사양인지 어떻게 게임이 구동되는지 어떤 조작이 가능한지를 다 보여줬기 때문에 본체가 어떻게 생겼든 상관없는 것이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매우 게임 마니아적인 시각이며 실제 소비자들에게 어떤 각인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PS4



 제품이 없었다는 것은 '본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PS4에 대한 얘기보다 게임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은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PS4보다 새로운 파이널 판타지에 대한 얘기나 PS판 디아블로 얘기가 더 많은 관심을 불러모은 것 자체가 '제품이 없었다는 것'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소니는 PS4의 자세한 사양을 소개했습니다. 
Single-chip custom processor, with eight x86-64 AMD Jaguar CPU cores and 1.84 TFLOPS next-gen AMD Radeon based graphics engine, 8GB GDDR5 memory, Built-in hard drive, 6x Blu-Ray and 8x DVD drive, USB 3.0 and auxiliary ports, Gigabit Ethernet, 802.11 b/g/n Wi-Fi, and Bluetooth 2.1, HDMI, analog AV-out, and optical S/PDIF audio output, DualShock 4 controller, with two-point capacitive touchpad, three-axis gyroscope, three-axis accelerometer, vibration, light bar with three color LEDs, mono speaker, micro USB port, stereo headset port, extension port, 1000mAh battery, PlayStation 4 Eye camera, with two 1280 x 800 cameras, f/2.0 fixed focus lenses, 85-degree field of view, 30cm minimum focusing distance, four-channel microphone array.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이 사양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왜? 어차피 이 게임기에 맞는 게임이 제작되고 구동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양이야 어쨋든 어떤 게임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큽니다.

 '그럼 게임들의 공개가 의미 있는 것 아닐까?'

 그러나 보여진 것은 이 사양들로 인해 어떤 게임들이 구동될 수 있는지였지, PS4를 통해 어떤 새로운 방식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이 날 유출 된 새로운 키넥트에 대한 사양이 훨씬 주목을 받았죠. 실상 '이런 사양으로 나올 것이며, 이런 게임들을 구동할 수 있고, 이 게임패드를 이용한다'가 끝이었습니다. 본래 게임에 관심이 많고 콘솔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정도의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될만한 것입니다. 7년을 기다렸으니까요.

 하지만 PS4에게 필요한 것은 그 이상입니다.




콘솔 시장


 콘솔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콘솔 시장은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커다란 시장이죠. 문제는 늘어나는 PC,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의 비중입니다. 이들이 발전했기 때문에 콘솔 시장이 잠식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로 인한 게임 시장에 반영되는 전체 비중은 매우 줄어들었습니다. 거의 70%를 장악했던 콘솔 시장은 50%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이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콘솔 시장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면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도 콘솔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2012년 콘솔 시장을 보자면 새로운 게임보다는 시리즈물이 유독 강세를 보였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게임은 인기가 없으며,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헤일로나 콜 오브 듀티와 같은 대작들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짓누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 입니다. 소위 대박을 친 몇가지 소극장 공연 때문에 인디 문화 전체가 황금기라고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겁니다.


 소니는 '소셜'에 주목했습니다. PS4에 소셜 경험을 집어넣어 관계망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콘솔을 즐긴다는 컨셉을 잡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콘솔을 함께 즐길 친구가 함꼐 PS4를 이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오류가 발생합니다. 친구에게 같이 게임을 하기 위해 PS4 구입을 권하고 구입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소비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간단히 이뤄지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똑같은 옷과 똑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을 겁니다. 친구들과 함께 PS4를 통해 충족할만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온갖 소셜 표방 게임이니 서비스들이 새로 생기고 망하고를 반복하는데 PS4로 가능하도록 하겠다? 결과적으로 친구들로 하여금 PS4를 통한 관계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PS4로 하여금 친구를 만들고 관계망을 형성시키려는 억지가 될 것입니다.


 완전히 반대인겁니다. 애초 소니가 표방하는 목표 자체가 전형적인 콘솔 마니아들 위주입니다. 이것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잠식되어가는 콘솔 시장에 빛이 될 수 있을까요? 제자리걸음일 뿐입니다. 다시 콘솔 시장을 회전시키기 위해선 가정에 한대쯤은 구입할만한 물건이 되어야 하고, 정말 가끔이지만 새로운 타이틀을 구입할만 해야 하고, 그것으로 인한 관계망이 형성되려하면 그것을 소셜 기능으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일반인들에게 얼만큼 PS4를 각인시키고 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제품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콘솔보다는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게임이 더 큰 시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그 생각은 게임 시장에 반영될 것이고 자연스레 콘솔은 무너지는 절차를 밟게 될겁니다. 소니가 야심차게 준비한 소셜도 허울뿐이라는거죠.




게임


 요시다 슈헤이는 'MP3와 게임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MP3 플레이어의 음질이 좋아졌기 때문에 워크맨이 사라졌지만, 게임은 다양한 입력방식과 게임기만이 제공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오랜 기간 큰 시장으로 유지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콘솔 시장에만 얽메인다는 의미는 아니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려 중에 있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문제는 콘솔에 대한 접근법이 잘못 된 것에 있습니다.

 'MP3의 음질이 좋아졌기 때문에 워크맨이 사라졌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워크맨이 MP3에 밀린 것은 단순히 음질 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MP3가 더 편리해졌고 많은 기능들이 포함되기 시작했으며 작아지고 이쁜 디자인이 쏟아졌기 때문에 워크맨을 잠식한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콘솔 시장을 잠식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NDS가 많이 팔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 밀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3DS로 반격을 노렸지만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생각해봅시다. NDS는 입력 방식의 향연과도 같았습니다. 터치스크린, 조이스틱, 스타일러스, 그러더니 나중에는 카메라도 달아놓았습니다. 하지만 밀렸습니다. 왜?


 예를 들어 전자사전에 웹브라우징과 MP3, 동영상 재생, 전화, 게임과 같은 기능들은 첨부한다고 해서 전자사전이 스마트폰을 대체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그 기능 이상으로 사용하는 사람 또한 생각보다 드뭅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좀 더 범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상이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기기로써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전화를 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지 않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전자사전은 어떤 기능을 더 집어넣건 전자사전이라는 카테고리를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전화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전자사전이라는 말입니다.

 콘솔은 게임을 벗어던져야 합니다. 물론 게임이라는 요소에 집중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써 가정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을 통해 게임이 확산 될 수 있어야 하며, 소니가 PS4를 통해 추구하는 관계망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PS4는 그런 제품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망쳐놓았습니다.


 Xbox를 봅시다. MS는 Xbox LIVE를 통해 Xbox 뿐 아니라 윈도우8과 윈도폰 등에서 Xbox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Xbox를 복합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만드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컨센이야 MS나 소니나 비슷하지만, 이를 행하는 방법 자체는 MS가 더 공격적이고 확실해 보입니다.


 소니는 여전히 게임 마니아들이나 환호할만한 발표회를 꾸몄습니다. 절대 미래 콘솔도 아니고, 혁신도 아니며, 무엇도 아니었습니다. 제품이 없었던 겁니다.


 PS4는 연말에 출시 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게임 마니아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서 PS4가 잊혀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런 임팩트를 주지 못한 소니는 PS4도 망쳤고, 콘솔 시장도 망쳤으며 그 명성에도 먹칠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