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어떤 스마트폰이든 카카오톡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찾는 것보다 설치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찾기 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국내 스마트폰 유저의 스마트폰 사용에 큰 영향을 끼치며, 서버에 문제라도 생기면 대혼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 카카오톡을 권하지 않은 이유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커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카카오톡이 국내 스마트폰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마치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속감을 박탈당하는 것처럼 되거나 현대적인 소통법에 멀어진 것처럼 말이죠. 사실 여전히 카카오톡은 '선택'이지만, '필수'처럼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변인이 스마트폰을 사서 사용법을 물어본다면 '카카오톡을 설치하는 것'이 1순위가 되었으니까요.
부모님
필자의 부모님 두 분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사용하신지 1년이 조금 넘으셨으며, 어머니는 3개월 정도 되셨네요. 처음 사용하는 스마트폰이지만, 생각보다 많이 활용하시는 편입니다.
아버지는 장기를 두는 것에 재미를 붙이셨고, 음악을 듣거나 실시간 방송, 특히 야구를 언제나 볼 수 있다는 것이 크게 만족하고 계십니다. 불자이신 어머니는 불경을 듣거나 음악, 라디오 듣는 재미에 빠지셨고, 사진 촬영이나 지도 활용이나 달력 보기, 계산기, 메모, 거의 기본적인 기능들이지만 활용하려 하시는 것, 더군다나 컴퓨터 근처도 오지 않으시던 두 분이었기에 스마트폰을 얼마나 활용하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스마트폰답게 사용하시는 것 같고 비싼 요금에도 활용도에 만족을 하시는 것이 처음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의 회의감도 날려버리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음성 검색 기능을 알려드리자 한 번도 인터넷을 사용해보지 않으셨음에도 수시로 궁금한 것들을 직접 검색해 찾아내시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는 두 분에 한가지 권하지 않은 것, 그러니까 1순위로 내세우지 않은 것이 있으니 바로 카카오톡입니다.
이틀 전, 아버지가 물었습니다. '그 무슨... 카... 뭐고... 사진 올리고 하는게 있다는데... 그거는 어떤거고??'. 필자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 생각했지만, 사용한 지 1년이 넘으셨기에 생각보다 늦게 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쨌든 카카오톡의 존재를 설명해 드렸고,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니도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버지는 친구들을 만났더니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친구는 모두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얘기하셨고, 어머니는 회사 동료가 카카오톡을 같이 하자며 설치하라고 권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필자는 카카오톡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권하지 않는 이유
'카카오톡 없어도 연락 잘하고 잘산다'
이게 카카오톡을 권하지 않는 이유였습니다.
카카오톡이 국내 스마트폰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다 보니, 대부분의 소통이 카카오톡을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소통의 방식이 카카오톡의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얘기입니다. 수많은 친구 추천과 카카오 플랫폼 속의 권유, 상대방이 메세지를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 카카오톡의 기능이 커뮤니케이션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메세지를 읽었는지의 확인 속에 더 빠른 메세징이나 그 사람이 실시간으로 무엇을 하는지의 파악, 원하지 않는 상대의 친구추천이 메세지로 돌아와 관계를 어지럽히거나 그룹 채팅 탓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인스턴트 메세지의 폭주는 현재 카카오톡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소통 방식의 변화 덕분에 사람들의 관계가 가까워진 것인지, 그저 빠른 소통에 쫓기기만 하는 것인지는 느끼는 이들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카카오톡이 필수처럼 굳어졌지만, 이 필수라는 것에 의해 소통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부쩍 늘었습니다. 분명 카카오톡의 소통 방식이 장점이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카카오톡이 소통 방식의 전부가 된 것은 아닙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따라 소통의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따뜻한 전화 한 통, 손글씨는 아니지만 길게 마음을 담은 메세지의 의미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고,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카카오톡으로 이어져 빠르게 넘어가는 대화 속에 무뎌졌습니다. 필자는 부모님께서 그 무뎌짐 속에 소통에 지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먼저 권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올 것이 온 필자는 이 생각에 대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원하시면 설치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기 전에 이미 '별로 필요 없는 거 같아서 하라고 부추겨도 됐다고 했다' 말씀하시면서 카카오톡이 어떤 식으로 동작하시는지 알고 계셨습니다. 사용해보지도 않으셨는데 그 방식 자체를 알고 계신데다 이미 선택해서 결정했다는 것에 놀라긴 했습니다. 다음으로 아버지의 의견이 중요했는데, 주변 사람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었고 존재 자체를 그 날 아셨기 때문에 필자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에 금방 수긍하진 않으셨지만, 어머니가 제 얘기에 수긍하시는 모습을 보시고는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카카오톡
어떻게 보면 필자가 이기적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필자가 카카오톡에서 경험한 그 커뮤니케이션이 피로감을 알기에 무작정 사용하시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의 생각을 전달하고 선택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것이 소통의 방식을 강제적으로 바꾸어 놓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이전에 카카오톡의 존재가 드러난 적이 있긴 합니다. 아마 부모님께서 카카오톡이라는 이름을 까먹으신 것 같지만, 외지에 나간 동생이 집에 돌아와 어머니보고 카카오톡을 설치하라면서 얘기하고 있더군요. 그게 뭐냐고 묻자 동생은 채팅하는 건데 설치하면 자기랑 자주 얘기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필자는 울컥해 동생에게 뭐라고 했는데, 동생이 외지에 나간지 반년 정도는 꼬박꼬박 2~3일 마다 부모님께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이후로는 한 달에 한번 오는 것도 줄어들었습니다. 필자는 타일렀습니다.
'하루에 쓸데 없는 문자 100통 하는 것보다 전화나 자주 하라'고 말이죠.
적어도 굉장히 좁은 시야에서 보면 필자는 부모님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을 설치하는 것이 동생과의 관계가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다른 의미 부여보다 카카오톡을 권하지 않은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권하지 않은 것에 충분히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필자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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