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iOS나 안드로이드와 같은 대표적인 사례만 보더라도 왜 플랫폼이 중요한지 어려운 설명 없이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의 중요성은 사물 인터넷에도 필요합니다.
사물 인터넷, 역시 중요한 것은 UX와 플랫폼
우리는 지난 시간 '사물 인터넷(IoT)'이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어떤 개념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사물 인터넷을 통해 제품 간 소통을 이끌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제품들을 연결하고,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 내야 성공적인 사물 인터넷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용자 경험(UX)
컨셉을 하나 잡아봅시다. '식기'가 좋겠네요. 지난 CES 2013에 등장했던 HAPILABS가 선보인 지능형 포크 'HAPIfork'를 봅시다. 사실 HAPIfork도 사물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각종 센서와 블루투스, 진동모터를 내장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식습관을 체크합니다. 포크로 식사하는 동안의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전달하고, 이 정보를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받아보고 다시 포크를 사용하면서 소통을 시도하죠. 사물 인터넷입니다.
확장해보죠. 만약 포크를 넘어 접시나 수저, 나이프 등에 모두 사물 인터넷을 적용합니다. 이 식기들이 전부 사용자가 식사하는 것을 체크해준다고 해보죠. 일단 사물 인터넷이 이뤄지긴 합니다. 문제는 이런 제품을 누가 구매할까요? 식사를 체크하기 위해선 계속 이 식기들만 사용해야 할 것이고, 음식의 형태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식기 형태도 이 때문에 채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이 식기들은 모두 설거지를 해야 하며, 데이터를 전달하기 위해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면 충전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식기를 설거지한 후 건조가 완료되면 충전도 해야 하고, 사물 인터넷이라는 경험에 도달하기 전에 사용자는 염증을 느낄 것입니다.
포크가 접시와 소통하는 것을 보려다 오히려 생활이 편해지긴커녕 일감만 늘어납니다.
사물 인터넷 제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UX)입니다. 이는 사물 간 소통이 사용자에 도달했을 때 어떤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며, 제품 간의 소통이 이뤄지더라도 이것이 사용자에 부담으로 간다면 절반의 사물 인터넷만 이뤄내는 것입니다. '사물' 인터넷이지만, 정확히는 사물과 사물, 그리고 사람이 소통해야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UX 디자인의 역할이 커지고, 커넥티드만 중요한 것이 아닌 커넥티드를 통한 '경험'에 집중할 수 있어야 제대로 사물 인터넷을 이행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그렇다면 커넥티드를 통한 사용자 경험만 집중하면 사물 인터넷이 완벽해지는 것일까요?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플랫폼'입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 +를 들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운동화에 장착해 착용자의 운동량을 체크할 수 있는 '나이키 + 센서'를 판매 중이며, (+)가 있는 나이키 운동화 깔창 밑에는 센서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나이키 센서는 아이폰과 연동하여 운동량을 체크해주며, 동기 부여를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나이키 +를 더 확장시킨 것이 바로 '나이키 퓨얼밴드'라는 디지털 스포츠 밴드입니다. 손목에 장착하여 운동량을 체크하면서 나이키 센서와 찰떡궁합의 스포츠 아이템으로 손꼽힙니다. 결과적으로 나이키 +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나이키 제품을 계속 구매하게 되고, 나이키 센서의 수명이 1,000시간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IoT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것입니다. 나이키 +라는 플랫폼에 말이죠.
사물 인터넷을 통해 제품들이 계속 소통하게 하고, 그 소통이 확장되고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갖춰져야 경험을 소비자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이제 골프 클럽용 센서나 테니스 라켓용 센서를 출시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나이키 + 제품으로 운동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이를 구매할 것이고, 이들은 또 나이키 센서와 소통할 것이며, 그 모든 데이터가 나이키 +에 통합되어 신발이든 옷이든 사용자든 라켓이든 전달될 테니까요. 거기서 사물 간의 소통이 발생하는 겁니다. 사물 인터넷에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플랫폼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사물 인터넷의 한계가 나타나고, 한계가 나타나면 기존의 연동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하나의 제품이 중앙 시스템이 되어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허브가 되어 사용자든 제품이든 허브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이뤄져야 새로운 사용자 경험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이 사용성이라면, 플랫폼은 상품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가 사물 인터넷을 시장에 내놓는 핵심이라 할 수 있고, 제품을 바라보는 소비자도 이 부분에 집중하여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물 인터넷
아직은 사물 인터넷 시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이렇다 할 사례가 많지 않지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제품들과 이것이 확장된 플랫폼이 충분히 자리를 잡아야 소비자들이 원할만한 사물 인터넷 제품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처럼 보이기도 하고, 로봇이나 자동화 시스템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물 인터넷은 고유의 개념을 지니고 있고, 이는 기술 시장에서 매우 앞에 있는 부분입니다. 사물 인터넷이 이후 기술 시장의 큰 파이로 차지한다면 지금보다 UX 디자이너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며, 인문학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획자의 수요도 상당히 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사물 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고, 이는 기술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 놓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기업들의 사물 인터넷에 대한 대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신발 회사 나이키만 하더라도 IT 기업이 아니지만 사물 인터넷에 접근해 있습니다. 얼마 전 에버노트가 하드웨어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사물 인터넷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며, 구글과 애플은 웨어러블 컴퓨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자사의 가전제품들을 손보면서 미래의 체제 전환에 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미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는 서서히 IT 시장을 흔들 것이고, 우리 삶에도 깊숙이 들어올 것입니다.
과연 어떤 사물 인터넷 제품이 사용자를 감동하게 할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고, 상품성 있는 플랫폼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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