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립니다.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는 사람이 있다거나 애플을 망쳐놓고 있다는 의견도 있죠. 확실히 잡스가 살아있을 때의 애플을 보자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팀 쿡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애플을 이렇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그건 정말 모를 일이고, 그런 적임자는 손에 꼽으며, 그들에 대한 확신은 팀 쿡에 대한 확신보다 믿을게 못 된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팀 쿡은 왜 훌륭한 애플 CEO인가
팀 쿡은 원래 업무최고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 COO)였고, 애플의 전반적인 업무를 지휘하는 통솔자 역할이었습니다. '잡스는?'이라고 묻겠지만, 잡스는 제품을 구상과 개발, 마케팅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역할이었고, 이를 위한 의사 결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 팀 쿡의 담당이었죠. 그래서 잡스가 병가로 부재 중일 때에도 팀 쿡이 CEO의 대행을 맡아 이끌었으며, 잡스는 그의 능력을 믿고 CEO를 맡겼습니다.
의심
아직 그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은 것은 그가 제품을 개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팀 쿡이 애플에서 해낸 일은 제품 재고를 관리하여 손실을 최소화하고, 유통 과정을 단축하며, 너무 많은 파트너의 수를 줄이고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팀 쿡이 이런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잡스는 경영상의 문제를 접어두고 제품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고, 개발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팀 쿡이 CEO 대행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실질적인 제품 개발 결정권은 잡스가 쥐고 있었습니다. 병실에서도 신제품을 테스트했을 정도라고 하니 팀 쿡이 대행을 하더라도 권한 자체가 이행된 것은 아니므로 큰 의미가 없어 보였죠. 당연하게도 팀 쿡이 정식 CEO가 되어서도 그런 부분은 그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팀 쿡이 혁신적인 제품을 구상하고 개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 때문에 애플 위기설에 '그가 CEO로 있어 혁신적인 제품은 나오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 상태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타납니다.
그 의심은 끊임없이 재생되며, 그를 시험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가 애플에서 해내고 있는 것은 명확하며, 이보다 더 애플다울 수 없습니다. 팀 쿡의 현재는 그런 의심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합니다.
역할
분명 팀 쿡은 제품을 개발하는데 특별한 능력이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가 애플의 CEO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합니다.
그는 여전히 그가 애플에서 해왔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았죠. 하지만 많은 사람은 그에게 잡스의 역할을 대신할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는 잡스가 아닐뿐더러 잡스를 뒷받침하던 인물이었죠. 그가 갑자기 CEO 명칭을 달았다고 해서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런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것에 집중했습니다. 어떤 제품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것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인재들의 의사 결정을 돕고, 그들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자처합니다.
스콧 포스톨의 해임은 독단적인 포스톨의 의사 결정이 자신의 체제에 불합리하다는 결정 때문이었고, 이는 iOS의 걸음마부터 총괄해온 책임자를 잘라내 제 살을 깎아 먹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단행했고, 그 자리에 합의를 이끄는 것에 탁월한 크레이그 페더리기를 앉혔습니다. 페더리기는 iOS라는 새로운 과제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조나단 아이브에게는 새로운 과제인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던져줬으며, 애플의 머리인 에디 큐에게는 시리와 지도를 맡겼습니다. 이것은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전에 가까운 것이고, 팀 쿡은 그 도전을 결정했습니다.
팀 쿡에는 탁월한 제품 개발 능력은 없지만, 탁월한 의사 결정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것은 우수한 직원들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그가 뒤에서 잡스를 받쳐줬던 것처럼 직원들을 밀어주고 받쳐주고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을 믿고 완전히 맡겨버리는 강수를 두면서 수평적 체제를 강화합니다. 그 결과 전혀 다른 개념의 데스크탑 모습을 한 새로운 맥프로를 선보이게 하고, iOS7으로 뒤집어 놓았습니다.
애플의 문화는 우두머리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인재와 이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인재들이 함께했을 때 비로소 뚜렷해집니다. 팀 쿡은 애플이 지닌 그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고,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인정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그를 지목한 이유는 분명 그가 애플의 문화를 유지하는 데 가장 탁월한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대로 증명해냈습니다.
스티브 발머는 애초 영업 담당이었고, 20년간 MS에서 영업에서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면서 했던 것은 제품 개발입니다. 온갖 개발 권한에 참견하고, 사양, 가격, 기획까지 건드리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지금은 MS를 떠난 윈도우와 온라인 서비스 부문 케빈 존슨 사장은 '발머는 매우 훌륭한 기업인이고, 그를 CEO가 아니라 COO로 영입한다면 그 기업은 번창할 것이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발머는 자신의 위치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고, 독단적인 성격은 그가 건드려서는 안되는 제품 개발까지 관여하게 했다는 겁니다.
그에 반해 팀 쿡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인재들의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덕분에 애플의 문화가 유지되는 것이 가능했고, 나머지 직원들이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가 CEO가 되면서 변한 것은 잡스가 지녔던 최종 결정 권한을 얻었다는 사실 뿐입니다. 그는 자만하지 않고, 애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의심의 시선에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의심 속에 발머처럼 제품 개발에 손을 대려 했다면 애플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팀 쿡
팀 쿡은 잡스가 구축한 애플 문화를 잡스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지속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애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자신이 애플에서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깨닫고 있는 것만으로 그의 CEO로서의 의미는 큽니다. 지금 그의 옆에는 에디 큐, 밥 맨스필드, 댄 리치오, 크레이그 페더리기, 조나단 아이브, 필 쉴러와 같은 인물이 함께하고 있고, 그들이 애플의 문화를 이어나가게 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팀 쿡은 앞으로도 계속 시험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험과 별개로 잡스가 왜 그를 후계자로 지목했는지, 그가 애플에서 무엇을 왜 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더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는 애플의 훌륭한 CE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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