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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의 간판으로 자리하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애플의 키노트는 한편의 공연 같습니다. 진행하는 임원들은 배우들이고, 손님도 있고, 섹션도 있으며, 관객도 있죠. 길게는 2시간가량 진행되는 행사는 지루하지 않고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그 흡입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놀라운 제품들도 있지만 배우들입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의 간판으로 자리하다


애플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말하자면, iOS와 OS X입니다. 그리고 이 둘 모두의 개발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입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며, WWDC 2103의 주역으로 종횡무진 무대를 휘저었습니다.




키노트




 그가 키노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잡스의 그늘에 가려진 '데모용 파츠'였습니다. 항상 데모를 위해 등장하곤 했었죠. 그것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2012년에 처음 OS X 섹션의 전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많이 떨리는 모습이었고 실수도 있었습니다. 대처를 잘하긴 했지만 말이죠.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인지 데모만큼은 항상 완벽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데모에 집중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랬던 그는 이번 WWDC 2013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OS X과 포스톨이 회사를 떠나면서 넘겨받은 iOS까지 맡아 애플의 소프트웨어 전반을 소개하는데 한치의 실수도 없었습니다. 관객을 유도하고 연신 웃으면서 무대를 장악했습니다. 가장 오랜 시간 무대에 머물렀으며, 애플의 핵심 두 가지를 모두 풀어놓았죠. 훌륭하지만 강한 인상의 쉴러와 달리 부드럽고 유쾌하게 진행한 그는 키노트 내내 환호받았습니다.

 포스톨의 뒤를 이어 훌륭한 연설자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것은 OS X까지 맡아 잡스와 쉴러의 그림자 노릇을 청산하고, '소프트웨어 수장은 나다!'라고 표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고양이의 부족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이 지연되는 회사가 되고 싶진 않다.'

 그렇게 말한 뒤 '바다사자(Sea Lion)'를 보여주는 농담을 합니다. 애플 위기설 속에 무거웠던 장내는 한순간에 무장해제되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그는 매우 돋보였습니다.




스타일




 그는 키노트 뿐 아니라 업무 스타일도 그림자와 같았습니다. 항상 잡스나 포스톨이 앞에 있었고, 그들은 자기 의사를 가장 먼저 내세우는 방식을 취했었기 때문에 페더리기는 뒤에서 이를 받쳐주는 역할로 있었습니다. 잡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OS X을 맡은 그에게 iOS의 포스톨이 참견하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스톨에 우호적이고 협력하려 했던 몇 안 되는 간부 중 한 사람입니다.

 WSJ이 보도한 'Apple's Rising Star: Craig Federighi'를 보면, 두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익명의 관계자는 '스콧과 크레이그는 매우 우수하지만, 크레이그가 팀 쿡과 더 잘 맞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둘의 스타일에 따라 팀 쿡이 결정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페더러기는 누구든 의사 결정의 합의를 얻는 것을 좋아했고, 이런 성향을 팀 쿡과 비슷합니다.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럼에도 그룹의 의사 결정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하지만, 합리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또 매우 개방적인 성격인데다 수시로 이메일의 회신에 가장 신속하게 반응하는 간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사 결정을 중점에 둔 업무 스타일이 뚜렷한 것입니다.

 팀 쿡은 이런 페더러기에 iOS 권한까지 맡겼으며, 독단적이었던 포스톨을 내쫓았습니다. 포스톨이 애플에서 빠진 뒤 애플의 업무 체계를 개방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꾸어 놓는데 그가 일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OS X와 iOS 간의 협력 문제에서도 개발자들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아이브가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데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개발팀을 조절하는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합의점을 이끌어 내는데 탁월한 그였기에 어려운 일도 아니었죠.




크레이그 페더리기




 항상 데모용으로 가려졌던 그였지만 넥스트(Next) 때부터 잡스와 함께 해온 주역 중 한 사람입니다. 묵묵하게 뒤에서 직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려 하고, 독단적이었던 포스톨까지 감싸 안으려 했던 그의 진가가 이번 WWDC 2013에서 한 번에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전체 소프트웨어 수장으로 자리한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WWDC 2013 이후 그의 평판은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잡스와 포스톨을 이은 훌륭한 연설자이자, 팀 쿡의 눈에 든 간부 중 한 사람으로 말이죠. 그는 이번 OS X 매버릭스와 iOS7으로 제품 평가를 받게 될 것이며, 정식 버전 이후의 반응에 따라 그의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는 이제 그림자가 아닌 애플의 간판으로 자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