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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이 이브 생 로랑의 폴 드네브를 영입한 이유

 애플은 예상치 못한 결정을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것은 간혹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기도 한데, 그런 결정들이 시사하는 바는 기술 시장에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애플은 지금 상황에서 뭐가 가장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브 생 로랑의 폴 드네브를 영입한 것처럼 말이죠.





애플이 이브 생 로랑의 폴 드네브를 영입한 이유


 필자는 '애플 워치의 혁신은 기술 집약이 아니다', '스마트 워치는 블루오션인가?'를 통해 애플이 시계 제품을 만드는데 단지 좋은 기술을 포함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미 몇백 년의 역사를 가진 시계 제조사들이 있고, 패션이라는 부분을 보았을 때 단순히 기술 집약을 해서 시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었죠. 긱들만 좋아할 제품이 나올 것이 뻔하다는 거였습니다. 애플이 이런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매우 주목하고 있었죠.




이브 생 로랑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이브 생 로랑의 CEO인 폴 드네브(Paul Deneve)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웬 패션 명품 브랜드 CEO를 애플이 영입했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드네브는 이미 잡스가 복귀하기 전 8년 동안 애플에서 유럽지역 마케팅을 전담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몇 개의 실리콘 밸리 기업 고문으로 자리하고 있어 기술 기업에 능통하죠.

 그는 스페셜 프로젝트를 담당하기 위해 패션계에 머무르다가 애플에 다시 합류했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는 팀 쿡에 직접 할 것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그를 영입한 이유는 대략 알 것 같습니다. 이 소식에 대부분의 사람은 'iWatch'를 얘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유



 애플은 러시아, 일본, 멕시코, 대만 등에 iWatch의 상표권을 신청했습니다. iWatch라는 이름의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건 확정적인 겁니다. 애초 팀 쿡이 '손목형'이라고 얘기했던 것에서 예상되었지만, 제품 이름까지 확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브 생 로랑의 드네브를 영입한 것입니다.

 애플이 시계형 제품을 내놓는 것에 제일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구글도 아니오, 삼성도 아니오, 소니도 아니었습니다. 기존 자리 잡고 있는 시계 업체들이 가장 큰 벽이었고, 패션업계와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점이 기술 기업으로써 고민거리였습니다. 만약 패션 요소가 가미되지 않는다면, 긱스러운 제품밖에 되지 못하니까요. 대중들은 끝내 외면하는 희대의 망작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죠. 필자도 그 부분을 많이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드네브의 영입으로 애플이 그런 부분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드네브의 역할은 iWatch뿐 아니라 애플이 이후에도 내놓을 웨어러블 컴퓨터에 패션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쉽진 않은 일인데, 예쁘게 만든다고 해서 패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착용한다는 특징상 아이팟이나 아이폰처럼 되긴 힘들죠. 그렇다고 해서 여러 가지 디자인의 제품을 우후주순 내놓을 수도 없습니다. 일단은 디지털 제품이니까요. 어떤 식으로 패션 요소를 가미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애플이라는 기업을 알고 있고, 기술 회사에 능통하면서 패션계에 몸을 담았던 드네브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적임자는 없습니다.

 그것이 애플이 드네브를 영입한 이유입니다.




iWatch




 iWatch를 두고 얘기하자면, 애플은 이미 iWatch의 개발 자체는 끝낸 것으로 보입니다. 컨셉은 잡아두었고, 이를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 중인 상태겠죠. 드네브에 iWatch 전반을 제작하라고 주문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드네브는 만들어진 제품을 토대로 패션 요소를 가미하는 임무를 맡았을 것이고,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는 쪽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컴퓨팅이 뜬다 하여 기술 업체들이 달려들던 방식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스마트폰 기능을 시계 제품이 구겨 넣는 것이었죠. 이는 매우 좋지 못한 방법이었고, 필자는 애플이 그런 시도를 했을 때 무조건 실패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드네브의 영입을 통해 보여준 것은 조금 다른 방식의 웨어러블 컴퓨팅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순 없지만, 무조건 실패할 것과 같았던 상황을 벗어난 것만으로 애플의 웨어러블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뉴스이며, 애플이 어떤 제품을 선보이게 될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