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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비트코인, 어디까지 가능할까?

 비트코인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치솟습니다. 가상이라곤 하지만, 돈 문제가 되다 보니 그저 신기하기만 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이 영향력의 정체입니다. 더군다나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파생 화폐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고, 전체 통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전혀 얘기된 바가 없는 탓에 실제 비트코인으로 차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비트코인, 어디까지 가능할까?

 
 비트코인의 성장에 가상 화폐를 그냥 내버려둬야 하는지, 그냥 내버려두더라도 문제가 없는지 등의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실체는 없는데 수익이 나는 구조에 대해서 그렇다 할 정리는 되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발행 주체가 없고, 통화 사용자들이 형성한 것이라 그 자체를 무너뜨리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비트코인



 지난 18일, 미국 의회는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가상 화폐의 부작용에 대해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가상 화폐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전날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통화라고 성명을 내놓은 것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는데, 비트코인의 통화로 인정하면서 적절하게 통제하여 특별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의 성명에서 찾은 모양입니다.
 
 청문회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자 비트코인 환율이 700달러까지 폭등했습니다. 200달러 선에 머물러있던 것이 700달러까지 올랐으니 1비트코인이라도 가지고 있던 사람도 대박이 난 것입니다. 그 사실만 두고 봤을 때 마치 주식이나 펀드처럼 보이지만, 통화의 개념에서 보면 투자가 아니라 환율로 이익을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물 화폐와의 실질적인 거래량에 따라 환율이 조정되고, 조정된 환율의 차이가 이익이 되는 것인데, 이는 아직 가상 화폐가 정착되지 않은 탓에 환율이 요동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이런 현상은 파생 화폐의 등장으로 폭등하는 일보다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파생 화폐에도 차이가 생기면서 그 차이가 실물과 부딪혀 화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키프로스의 사립대학인 니코시아대는 등록금과 대학 내 여러 비용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비트코인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키프로스가 국가부도의 위기에서 찾아낸 방패막이가 비트코인인 것인데, 중앙은행이 궁지에 몰리자 국가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키프로스 정부는 구제금융의 여파로 키프로스 모든 은행의 고액 예금계좌를 대상으로 예금의 40%를 강제 징수한다는 정착을 내세우자 이를 피하려고 비트코인 거래로 몰리면서 당시 3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의 환율이 250달러로 급증했습니다. 그랬던 비트코인의 환율이 870달러 수준에 도달하다 보니 아예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에 화폐가 돌아야 하니 말입니다.
 
 키프로스 자체가 거대한 비트코인 바구니라고 할 수 있는데, 중앙은행의 영향력을 벗어난 화폐 단위로서 국가 자체는 위기 속에 있지만, 제3국에서 봤을 땐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지역으로 비칩니다. 미 정부가 달러와의 경계를 달리하는 비트코인을 통제하려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언제까지 상승할 수 있을까요? 비트코인이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더 오르기 전에 비트코인의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실체 없는 거품으로 결국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통화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려면 먼저 통화의 원초적인 개념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가상 화폐다, 실물 화폐다 구분 지어 놓았지만, 실상 실물이라고 하는 것도 금덩어리가 아닌 이상 색깔을 입힌 종이에 불과합니다. 재화를 거래하는 것에 있어 일종의 약속으로 화폐가 생겨난 것이지, 화폐에 실체가 있다고 화폐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게임 속의 가상 단위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A라는 게임 속의 화폐 1,000이 B라는 게임 속의 화폐 1을 대변하는 수준이라면 이를 거래했을 때 가상의 단위끼리 거래하는 셈이 됩니다. 만약 어느 카페에서 A게임의 화폐 3,000 정도에 커피 한 잔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면 B게임에서 3을 얻어 A게임의 화폐와 교환하여 커피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약속만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카페에서는 B게임의 화폐로 구매할 수 없으며, B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는 A게임의 화폐로 교환해야 합니다. 여기서 시세라는 것이 만들어지며, A게임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높아지면 A게임 화폐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것이 게임을 예로 든 것으로 A게임 내 화폐 획득 기회비용과 B게임 내 화폐 획득 기회비용에 따라 시세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약속이 곧 화폐의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고, 실제 이것이 통화의 본래 개념입니다. 오랜 옛날 조개껍데기가 약속이었다면, 지금 조개껍데기로 재화를 구매한다고 하면 미친놈 소리 듣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비트코인의 첫 거래는 10,000비트코인의 피자 배달이었고, 이것이 판매자와 구매자의 약속으로 성사되면서 화폐로 정식 거래가 이뤄지게 됩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92억 3,000만 원짜리 피자였던 셈인데, 어쨌든 구매자와 판매자가 비트코인을 화폐로서 인정하고, 이것으로 거래한다면 그것이 가상이든 실물이든 상관은 없습니다. 또한, 거래량만 뒷받침된다면 범국가적인 화폐로 안정적인 통화 거래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 가능성을 짓밟는 것이 해킹과 환율 조작 등이며, 거래명세를 쫓을 수 없으니 해킹으로 지갑이 도난당했을 때 해결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좀비 PC를 활용하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으며, 애초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제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사용하기 어려워 실상 소수만을 위한 화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굴량이 제한되어 있지만, 채굴을 가장 원활하게 하는 쪽에서 이 새로운 약속의 끈을 잡고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쪽의 거래를 조절하면서 투기 이상의 실질적인 화폐 역할이 오래가긴 어렵습니다. 아니,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미 정부의 개입에서 알 수 있듯이 변동성이 너무 크고, 미국이 이를 통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을 때 달러보다 훨씬 영향력이 큰 변동 지수가 될 수 있으므로 낙관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일정 수준의 거래 단위로 범국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자율적인 통화 거래만 이뤄진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새로운 약속으로 자리할 수 있겠지만, 큰 조직이 개입하기 시작했을 때 비트코인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약속에 회의감을 품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고, 결과적으로 화폐 통합에 실패할 것입니다.



가능성



 비트코인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화폐라는 것으로 제대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구매자들이 화폐로 확고히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세 변동으로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거래를 위한 수단이 되었을 때 비트코인의 가치가 빛나는 것이지 소수의 투기 상품이 되어서는 전혀 화폐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도박 상품과 다르지 않고, 그렇게 인식하게 되었을 때 가능성을 잃게 됩니다.
 
 결국, 파생 화폐들도 이런 투기 목적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고, 파생 화폐들도 환율의 조정이 슬슬 이뤄지고 있는 비트코인도 그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앞서 얘기한 게임 내 화폐의 거래처럼 이뤄지지 않을 꿈이 될 수 있죠.
 
 미 정부는 부작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미 정부에 대한 부작용을 막을 장치인지 범국가적인 화폐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사용자들에 대한 부작용을 막을 장치인지 알 수 없기에 현재 비트코인의 가능성은 딱 여기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국가가 비트코인에 달려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어떤 변동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정이 날 수도 있으므로 변동성 자체가 투기라면 화폐로서의 가치보다 투기 자체의 목적이 더 뚜렷해집니다.
 
 얼마 전, 이베이가 비트코인으로의 거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고, 필자도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재화를 거래하는 데 있어서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입증은 할 수 있어도 낙관을 할 수 없기에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하며, 비트코인이나 다른 파생 화폐에 투기적으로 다가가는 발상은 자제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것을 화폐의 '가능성'이라고 얘기하진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