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분해 될 순간까지 갔던 블랙베리가 블랙베리 메신저(이하 BBM ; BlackBerry Messenger)의 성원에 힘입어 제 도약을 결심했습니다. iOS와 안드로이드로 넘어간 BBM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매각 계획까지 철회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려 하는 것입니다. 임시 CEO로 발탁된 존 첸(John Chen)의 전략입니다.
블랙베리, BBM만으로 회생할 수 없을 것
첸은 CEO직을 맡으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습니다. CFO, COO, CMO와 이사 1명을 교체했는데, 그 이유는 경직된 조직에 덩치만 불어난 블랙베리가 규모를 유지하기에 고위 임원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입니다. 그와 함께 BBM 사업에 집중하려는 계획까지 내보였습니다. 하드웨어 사업보다 소프트웨어 사업에 좀 더 비중을 두겠다는 겁니다.
BBM 채널
블랙베리는 지난 28일, BBM을 활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BBM 채널(BBM Channels)'을 출시했습니다. 현재는 베타(Beta)상태로 서비스되며, 블랙베리 10(BB 10)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개월 내 iOS용과 안드로이드용 BBM 채널을 선보일 예정이며, 몇몇 제품에는 기본적으로 BBM 채널을 탑재하여 출시할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지난 5월에 발표되었던 서비스였지만, 블랙베리의 매각으로 출시가 오리무중이었던 것이 출시되면서 가닥을 잡게 되었습니다.
BBM 채널은 '채널(Channels)'이라는 공간을 기업이나 미디어들이 가져갈 수 있고, 이를 고객이나 소비자가 구독하는 방식의 SNS입니다. BBM 채널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의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특히, 기업과 고객 간의 소통을 중심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과 협력 중이며, 스마트폰 제조업체와도 기본 탑재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블랙베리의 계획은 단순합니다. BBM은 출시 하루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주간 평균 이용시간은 약 80분으로 페이스북 메신저와 스카이프 등에 앞섰습니다. BBM의 명성답게 보안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자극했고, 블랙베리의 보안 기술력이 BBM을 특별하게 한 덕분에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하자마자 사용자가 심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니 이 사용자를 바탕으로 주요 기업들과 연결할 수 있는 허브를 제시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얘기입니다. BBM 채널은 BBM 사용자라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으며, 구독 채널만 설정해두면 원하는 기업의 정보를 전달받고, 고객으로서 소통도 가능하므로 새로운 가치 창출 가능성을 엿본 것입니다.
SNS 사업을 한다지만, 이미 게임이나 쇼핑 등은 선두업체에 빼앗긴 터라 블랙베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 메신저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선택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BBM만으로 블랙베리가 회생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회생
가령 BBM 채널이 성공했다고 합시다. 일정 수준의 사용자 유지가 이뤄지고, 제휴 기업도 늘어나면서 새로운 SNS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입니다. 그럼 블랙베리는 다시 회생한 것이냐?
BBM이 현재 블랙베리의 핵심 사업 중 가장 잘나가는 부분이긴 하지만, 블랙베리는 BBM을 여태 블랙베리 플랫폼을 판매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했었지, 실질적인 수입원으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용료를 받긴 했지만, 단말기를 판매하고, 이를 통한 기업 솔루션 사업에 주력했던 겁니다. BBM은 부가서비스였죠. 그런데 BBM을 전면에 내세운다?
BBM이 크게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블랙베리 내 사업의 규모는 여전히 블랙베리 플랫폼에 있습니다. BBM으로 플랫폼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BBM 채널과 비슷한 수준의 개념의 제품밖에 나올 수 없고, 고부가 가치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BBM 채널 자체가 소비 지속적인 콘텐츠 사업도 아닌데다, 무리하게 콘텐츠 사업을 진행할 여력도 안 되는 상황에서 블랙베리 내 단말기 제조 부분은 여전히 남았으므로 BBM만으로 회생하기 위해선 나머지는 다 잘라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BBM의 성공이 블랙베리 단말기 판매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했으니 굳이 블랙베리를 구매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걸 인기 없는 블랙베리 10 스마트폰을 구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블랙베리 플랫폼의 규모가 BBM 플랫폼의 규모보다 훨씬 크다 보니 BBM이 아무리 인기를 끌고, 사용자를 많이 확보한다고 해도 회사의 현 상태를 버티게 하는 것 외 블랙베리 자체를 회생하도록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블랙베리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회생하고자 한다면, IBM이 PC 사업부를 매각한 것처럼 제조 부분을 처리해야 합니다. 결국, 블랙베리를 되살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우수한 단말기이며, 이를 통해 블랙베리 플랫폼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블랙베리가 더 잘 알고 있을 테고, BBM으로 블랙베리가 회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보단 BBM이 그나마 블랙베리가 유지되는 희망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블랙베리
얼마 전, 블랙베리는 기업을 상대로 스마트폰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얘기는 이미 BB 10이 공개될 때도 했던 것이라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BBM과 같은 서비스를 강화하여 기업 시장에 스마트폰을 판매하겠다는 것이 BB 10만 내세울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리고 제조 부분을 남겨두고, 스마트폰을 다시 제작하겠다는 겁니다. BBM을 기업 대상의 핵심 서비스로 키워 블랙베리 단말기를 구매하더라도 사용할만한 상태로 만들면 제조 부분에 힘을 보탤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BBM은 단지 첫 단추에 불과하며, 이 첫 단추조차 제대로 잠그지 않았기에 블랙베리의 부활은 아직 멀리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블랙베리가 BBM이라는 첫 단추를 잘 끼워 다시 스마트폰 제조로 회생할 수 있을지, 결국에는 제조 부분을 잘라낼 것인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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