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플랫폼, HW와 SW가 결합해야 집단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

 '플랫폼, HW와 SW가 결합해야 집단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당연한 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당연한 것을 떠나 플랫폼 업체라고 포부를 밝힌 기업들이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HW와 SW가 결합해야 집단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만큼 크로스 플랫폼이 늘어나고, 소프트웨어 역량이 강화되면서 하드웨어 제조보다 소프트웨어 기반 사업이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하드웨어를 생산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만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플랫폼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플랫폼



 공학의 차이라면 차이일 테고, 집중하는 분야에 따라 나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도 하드웨어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분리되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플랫폼이라는 커다란 덩어리가 주목받고, 이를 지탱하고, 확장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한창인 현재에 와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불투명합니다. 오히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집단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둘을 결합할 수 있어야 하죠.
 
 구글이 왜 넥서스 시리즈나 구글 글래스 같은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일까요? 과거였다면, 구글은 웹 분야의 소프트웨어 기업에 머물렀을 겁니다.
 
 예를 들어 넷스케이프가 1995년, 성공적인 IPO 이후 PC를 생산하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당시에는 굉장히 허망한 소리로 들렸을 겁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했던 넷스케이프는 결국에 AOL에 흡수됩니다. 수익은 없었고, 점유율은 MS에 계속 빼앗겼죠. IPO 직후만 해도 그런 낌세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넷스케이프는 웹 브라우저를 유료로 제공했고, MS는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넷스케이프는 49달러에 판매되었고요. ISP와 PC 제조사들은 번들로 넷스케이프를 끼워 넣은 탓에 일반인들이 직접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고, 번들로 사용한 경험이 많습니다. 그런데 익스플로러 등장 이후 PC 제조사로서는 어차피 윈도우를 구매하면 웹 브라우저가 딸려오는 데 굳이 넷스케이프를 49달러에 또 구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넷스케이프는 윈도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한다고 홍보했으며, 익스플로러는 운영체제에 종속된 것으로 기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대세는 기울고, 윈도우가 잘 팔리면서 익스플로러 사용자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윈도우라는 플랫폼으로 익스플로러를 확장하고, 전체를 강화한 것이니 플랫폼 사업이라 볼 수 있으며, 넷스케이프는 여기에 밀린 겁니다. 그랬던 넷스케이프는 계속해서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했고, 가정용 전화기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직접 PC를 생산했더라면, 그래도 익스플로러에 밀렸을까요?
 
 MS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플랫폼 사업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넷스케이프가 PC를 생산했더라도 성공했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이라는 조건을 붙이기 힘든 조건이니까요. 다만, MS가 소프트웨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생산까지 겸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마우스, 키보드는 물론 콘솔 게임기인 Xbox, 그리고 첫 PC 제품인 서피스도 지난해 출시했습니다. 물론 이 제품들이 제대로 훌륭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나마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Xbox도 초기에는 문제가 많았고, 360 이후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 시간과 투자를 생각해보면 자본과 시간의 결실이었죠. 서피스는 MS 최초의 PC지만, 최악을 달리고 있고, 딱히 윈도우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왜 MS가 하드웨어를 생산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단지 '돈이 넘쳐나서'나 '심심해서'는 아닐 겁니다. 수익에 영향을 끼치는 '무언가'가 있기에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고, 얼마 전에는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생각인지 노키아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집단응집력입니다.
 



집단응집력



 집단응집력은 집단의 구성원들 간 신뢰, 자부심, 애정, 공감 등의 요인으로 집단을 유지하면서 존재하게 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집단응집력이 강화될수록 어떤 집단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으며,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도 커지게 됩니다.
 
 플랫폼 사업이란, 중심적인 제품과 뻗어 나가는 가지로 표현할 수 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 집단응집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존재를 설명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사업입니다. 이는 제품 간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 생산자, 소비자가 집단으로 존재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요인들이 그 정도의 높낮이를 결정하게 됩니다. 고로 제품대로의 요인, 생산자대로의 요인, 소비자대로의 요인이 결합하려 집단응집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선 이 집단응집력을 강화해야 하며, 집단의 요소인 제품의 집단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이 MS나 구글이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실상 이 두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통한 수익이 대부분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이런 현상은 거대 기업에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에버노트는 강력한 노트 서비스지만, 최근에는 하드웨어 쪽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티셔츠나 종이 메모장을 판매하는 것을 벗어나 에버노트 마켓을 열고, 서드파티 업체와 협력하여 에버노트 스타일러스펜이나 스캐너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제품은 '스캔스냅(Scansnap)'인데, 지난달 에버노트는 자사가 판매 중인 스캔스냅 스캐너를 에버노트에서 지원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사진이며, 메모, 영수증 등을 빠르게 에버노트에 스캔하여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럼 소비자들은 어떨까요? 정말 쉽죠. 에버노트를 주로 사용하고, 에버노트의 사용을 확대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스캔스냅에 주목할 겁니다. 그리고 '에버노트가 이런 제품도 내놓는구나!'라며, 온갖 요인을 집합하겠죠. 집단응집력은 강화됩니다. 이 고객이 실제 스캔스냅을 구매하든 구매하지 않든 상관없이 에버노트라는 플랫폼과 집단을 이루는 요인으로 영향력이 커지는 것입니다.



< Evernote Scansnap >


 피프티쓰리(Fiftythree ; 53)은 페이퍼(Paper)라는 메모 앱으로 유명합니다. 애플 디자인 어워드(Apple Design Award)에도 뽑혔을 만큼 감성적이며,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앱을 개발한 피프티쓰리는 페이퍼를 두고는 전혀 다른 시도를 합니다. 페이퍼 앱으로 작성한 페이지를 모아 하나의 책으로 제작해주는 '북(Book)'이라는 걸 선보이는가 하면, 아예 페이퍼용 스타일러스펜을 제작했습니다. 50달러짜리 이 스타일러스의 이름은 '펜슬(Pencil)'이며, 출시한 지 3일 만에 펜슬로 작성된 페이퍼의 메모만 1억 건을 넘겼습니다. 단지 페이퍼가 인기있는 앱이 되었으므로 펜슬도 인기를 얻는 것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페이퍼라는 앱을 이용하는 데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확대하는 것으로 페이퍼 앱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것을 가장 넓게 확대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과의 경계를 넘어 사용자와 제품, 그러니까 페이퍼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집단응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페이퍼 앱을 사용한다면 펜슬을 구매할 확률이 높고, 펜슬을 구매했다면 계속해서 페이퍼를 사용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거기다 페이퍼와 펜슬을 사용해 작성할 것들을 북을 통해 실제 책으로 받아본다면 사용자는 이 집단에서 빠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 53 Pencil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집단응집력을 강화하는 것이 곧,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이고, 그 덕분에 여러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넷스케이프의 창업자인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상 소프트웨어가 소비자들의 집단응집력의 요소로 작용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하드웨어의 역량에 따라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합



 
 MS가 하드웨어로 큰 성과를 낸 적도 없고, 대부분 수익을 소프트웨어에서 얻고 있음에도 계속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기반의 신생 기업들이 착각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만으로 플랫폼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하드웨어 기업과 분리해서 보려는 90년대 시각을 여전히 두고 있는 것입니다.
 
 제품의 '인기'라는 것은 중요합니다.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고, 브랜딩에도 중요한 부분이죠. 그러나 균형 잡히지 않은 인기는 금방 식기 마련입니다. 결합하지 못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그렇습니다. 하드웨어는 하드웨어 업체가 생산하니까, 우리는 우리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균형을 잡아주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의 인기도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이건 IT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고, 소비자의 시각에서 열광하고 싶은 제품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에버노트나 피프티쓰리의 사례가 그러하며, 그 밖의 다른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로 성공해놓고도 하드웨어 역량을 강화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플랫폼 사업은 '집단응집력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균형 있게 결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