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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실리콘밸리에 들이닥친 '엿보기' 바람


 엿보는 것은 좋아하더라도 엿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간혹 그런 변태를 만날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누구나 싫어할 엿보기의 온상으로 낙인 찍힌 곳이 있습니다. 바로 '실리콘밸리'입니다.
 



실리콘밸리에 들이닥친 '엿보기' 바람

 
 NSA 논란으로 감시와 사찰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도움을 준 기업, 혹은 사찰 된 기업으로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겨냥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전 세계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그런 활동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명분은 사용자의 편의 제공을 위해서입니다. 기업을 믿을 수만 있다면 편의를 받는 것에서 끝나겠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불이 붙었습니다.
 
 


 얼마 전,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은 유출된 문서에 따라 NSA가 드롭아웃지프(DROPOUTJEEP)라는 명칭의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폰을 훔쳐봤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단 아이폰을 탈취해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폰 사용자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는 없지만, 특정 인물의 아이폰을 탈취했다고 본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문서가 2008년에 작성되어 최신 iOS 사용자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을 테고, 애플은 '백도어를 만들기 위해 NSA와 협력하지 않았다.'고 공식 성명하면서 마무리됩니다. 그럼에도 애플에 대한 불신을 꺼뜨리기 쉽지 않죠. 애플 말처럼 협력한 적이 없다면, NSA가 감청 규모를 상상해볼 수도 있겠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지금도 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과 제품의 안정성에 대한 걱정입니다.
 
 그런 걱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새해 첫날에 벌어졌습니다. 지난 1일, 시리아 정권의 해커집단인 '시리아 전자군(SEA;Syrian Electronic Army)'이 스카이프의 소셜 미디어 계정과 블로그를 해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SEA는 해킹한 소셜 계정을 통해 'MS는 당신의 계정을 엿보고 있다.', '당장 아웃룩과 핫메일 등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 정보를 정부에 팔고 있다.'와 같은 내용을 계속 업데이트했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유출한 문건에 스카이프가 미 정부에 통신 내역 등의 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파문이 일었는데, MS는 당시 '그런 적이 없으며, 영장이 있을 때만 허용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SEA는 스카이프를 직접 공격해버렸습니다.
 
 고소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Re/code는 '페이스북이 메시징의 개인 정보 침해 혐의로 고소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인 매튜 캠벨(Matthew Campbell)과 마이클 헐리(Michael Hurley)는 페이스북 메시지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메시징에서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웹 활동이나 링크, 검색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들이 페이스북이 이런 정보를 광고와 마케팅에 사용하고자 수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페이스북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구글처럼 뻔뻔하게 수집하는 기업도 존재하니까요. 사용자들은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구글을 비판하지만, 여전히 끄덕하지 않으면서 수집한 정보로 편의를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편의가 존재하긴 하지만, 대개의 정보가 수익을 위한 것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의 양면을 보이게 되죠.
 
 그런데 NSA의 감청 논란은 이런 정보 수집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워놓았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표적이 되었으며,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이 논란이 실리콘밸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겁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구글의 에릭 슈밋,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등 15개의 IT 기업 리더들은 지난해 12월에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을 만나 면담을 했습니다. 여기서 팀 쿡 등의 참여자들은 미 정부의 광범위한 감청 활동에 우려를 표하며, NSA가 활동하는데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재 NSA의 무분별한 감청 행위는 중단되어야 하며, 개혁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산업에 끼칠 우려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위의 해킹이나 고소 사건만 보더라도 NSA의 감청이 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NSA의 활동이 수면 위로 떠올라 중단되지 않는다면, 이들 기업은 더더욱 엿보기 논란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될 테고, 이전과 같은 논란 수준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뒤엎을 만한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트토렌트 싱크(BitTorrent Sync)'나 '비트토렌트 챗(BitTorrent Chat)'과 같은 감시를 벗어나기 위한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서버와 사용자를 분리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수집과 벗어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빨리 불을 진압하지 않으면 여파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정보 수집에 대한 투명한 원칙 정도는 요구하는 단계를 밟을 것이고, 기업들은 여기에 충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 논란을 딛지 않고는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에 더욱 큰 반감부터 사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모양입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새로운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NSA가 8,000만 달러 규모의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를 제작하고 있다는 기밀이 담긴 문서입니다. 이 양자 컴퓨터는 암호화를 무력화하고, 부수기 위한 것으로 대부분 암호를 해독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문서를 보면 NSA가 그 어떤 그룹보다 성공적으로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점이 IT 기업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NSA의 껍질을 벗겨 낼 때마다 IT 기업에 향한 불신은 덩달아 커집니다.
 
 완전히 정리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벌여놓은 일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며, 딱히 관계가 없는 IT 기업이라도 한동안은 엿보기 바람의 거센 몸부림에 떨어야 하겠죠. 제대로 수습하지 않는다면 더 큰 화를 당할 것이며, 미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도 있지만,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들도 나름의 대답을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