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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 기어 2의 타이젠 탑재는 탁월하다


 삼성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타이젠(Tizen)'을 탑재한 스마트워치인 '기어 2(Gear 2)'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이 주축으로 선 타이젠을 탑재한 첫 번째 제품이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워치가 된 것인데, 기존 갤럭시 기어(GALAXY Gear)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과 다른 구도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삼성, 기어 2의 타이젠 탑재는 탁월하다
 
 필자는 '그럼 타이젠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전처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뻗어 나가는 형태를 취해야 할까요? 아니면 타이젠을 좀 더 포괄적인 플랫폼으로 디자인하여 제시할 수 있어야 할까요? 타이젠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라고 삼성의 타이젠 전략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기어 2는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제품이고, 삼성은 좀 더 도전적인 쪽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사실 이번 MWC에서 기어 2보다 주목받은 것은 밴드형 제품인 '기어 핏(Gear Fit)'입니다. 기어 2는 이미 갤럭시 기어를 통해 어떤 모습인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 있고, 활용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은 개선 버전이므로 관심이 덜 집중되는 것이 마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어 2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디자인이나 활용이 아닌 타이젠입니다.
 
 그동안 타이젠은 스마트폰에 집중된 운영체제로 조명되었습니다. 애플은 iOS,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탓에 삼성이 주도하는 운영체제도 스마트폰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죠. 문제는 스마트폰 이후입니다. 타이젠은 스마트폰에 집중하여 개발이 진행되었지만, 시장은 스마트폰을 넘어 더 넓은 플랫폼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iOS를 자동차와 결합한 'iOS in the Car'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PC부터 콘솔, 내비게이션 등으로 말이죠.
 
 분명 타이젠의 궁극적인 목표도 플랫폼 확장에 있었습니다. 냉장고, 세탁기에 타이젠이 탑재될 것이라는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지겨울 정도로, 계획상 타이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후 플랫폼 확장이 다른 사물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안드로이드는 둘째치고, iOS와의 경쟁도 쉽지 않으며, 더군다나 파이어폭스 OS, 우분투 등의 틈새를 공략한 제품들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입니다.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은 MWC가 열리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기자간담회에서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면 더 성숙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타이젠의 서드파티 앱이나 콘텐츠 수급과 연관 지을 수 있는데,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iOS, 안드로이드와 벌어진 거리를 좁히는 데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이어 이영희 무선사업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타이젠은 멀티플랫폼'이라면서 스마트폰이 아닌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타이젠을 탑재한 기어 2로 돌아갑시다. 삼성이 기어 2에 타이젠을 먼저 탑재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처럼 성숙 된 단계가 아닙니다. 그러니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든 타이젠을 탑재하든 선두에서 플랫폼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서드파티 앱 수급도 안드로이드냐, 타이젠이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워치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드는 것이므로 훨씬 수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타이젠이어도 상관없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스마트폰이라는 기본 틀이 없어서 타이젠만 가지고 어떤 제품을 내놓아도 소비자는 타이젠의 경험에 따라가게 됩니다. 만약 타이젠 스마트폰을 먼저 내놓고, 이후 스마트워치를 내놓았다면 스마트폰의 연장선에서 제품을 평가했겠지만, 현재 기어 2의 비교 대상은 전작인 갤럭시 기어뿐이고, 갤럭시 기어보다 나은 경험만 제공할 수 있다면 기어 2가 타이젠을 탑재했다고 해서 평가가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기어 2가 엉망진창이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요.
 
 어쨌든 아이폰이나 자사의 갤럭시 스마트폰 라인과 비교당하는 일 없이 타이젠을 풀어놓았기에 삼성의 부담감은 이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스마트워치로 타이젠이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스마트워치의 실패이고, 이후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연결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기어 2에 대한 평가가 타이젠에 집중되지 않아서 매끄럽게 넘어가도 타이젠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진 않겠죠.
 
 어차피 스마트폰 이후 시계든 카메라든 냉장고든 세탁기든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면 삼성은 계속해서 타이젠을 시도할 수 있고, 스마트폰이라는 큰 덩어리에 부딪히지 않으면 시도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굳이 스마트폰 출시를 선두로 위험부담을 가지면서 타이젠을 성장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과 긴밀한 협의를 하는 삼성이 타이젠이라는 경쟁적 플랫폼을 내걸어 구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썩 좋은 수는 아닙니다. 차라리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마트워치로 우회하여 타이젠을 시장에서 시험해나가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분간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보기 어려울 겁니다. 시기를 결정한다면 내년까지도 어렵지 않을까 필자는 예상합니다. 다만, 삼성은 기어 2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타이젠을 탑재한 기기들을 계속해서 선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확실한 것은 타이젠을 탑재한 제품이 기존 제품에 기능이든 가격이든 뒤처지지만 않는다면 타이젠 자체의 평가를 올릴 기회라는 것입니다.
 
 삼성은 타이젠에서 나타난 딜레마를 스마트폰이 아닌 좀 더 포괄적인 형태의 플랫폼 확장으로 풀어낼 모양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어 2를 주목해야 하며, 나아가 타이젠의 전략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나은 관심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기어 2의 평가는 시장에 출시되어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점까지 기대한다고 말할 수 없겠죠. 그러나 타이젠의 성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기대해볼 만 하며, 삼성이 기어 2에서 얻은 평가를 가지고 계속해서 어떤 타이젠 제품을 내놓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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