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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갤럭시 기어의 의의

 삼성이 시계형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몇 번 거론된 바 있는 '갤럭시 기어'입니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새 시장을 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등장한 제품이기에 그 어떤 제품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갤럭시 기어의 의의


 결론부터 얘기합시다. 갤럭시 기어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출시한 것'




갤럭시 기어



 삼성은 독일 베를린에서 언팩 행사를 하고 플래그쉽 패블릿인 갤럭시 노트 3, 태블릿 제품인 갤럭시 노트 10.1, 그리고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 3가지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한 번 프로토타입이 유출되었던 터라 살짝 김이 새버리긴 했지만, 보다 정돈된 디자인에 70여 개의 서드파티 앱은 눈길을 끌만 했습니다.

 800MHz 프로세서, 1.62인치 디스플레이, 320x320 해상도, 블루투스 4.0, 512MB 메모리, 4GB 저장 공간, 315mAh 배터리, 190만 화소 카메라, 4.3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있는 갤럭시 기어는 눈길을 사로잡은 것과 별개로 과연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의 시계형 제품을 주도할만한 제품인지 검증이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반응은 'NO'.

 경쟁 제품에 이미 있는 기능, 시계치고는 커다란 크기, 너무 짧은 대기 시간, 낮은 수준의 방수 기능 등 많은 문제점이 제시되며, 혹평이 이어집니다. 디자인이 별로라거나 카메라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타났습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UI와 UX였는데, 특색 없이 기존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는 형태는 현재 스마트 워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거기다 우스꽝스러운 통화 방식이나 너무 쓸데없이 많은 기능, 꼭 필요하다고 판단할만한 주요 기능 없이 분산된 점을 보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완전히 망가진 제품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죠.




의의




 그렇다고 해서 갤럭시 기어가 아무런 의미 없는 제품인 것은 아닙니다. 출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먼저 시계형 컴퓨팅 제품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처럼 대중의 주목 받았던 적은 처음입니다. 프라다 링크는 제품 자체보단 프라다라는 브랜드와 LG와의 콜라보레이션에 더 주목되어 있었고, 1,000달러 신화의 페블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제품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계속 성장해온 삼성이기에 갤럭시 기어가 얼마나 망가졌던 스마트 워치라는 제품군을 출시한 것은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스마트 워치라는 시계형 제품을 대중들이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어제 본 반응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굳이 스마트폰이 있는데 저걸 귀찮게 왜 손목에 차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기능이든 그 기능이 무슨 역할을 하든 스마트 워치가 다가간 인상이 이렇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죠. 긱들의 전유물 같았던 시계형 제품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눈에도 들어가기 시작한 계기를 갤럭시 기어가 열어젖힌 것입니다.

 물론 많은 이들이 구매하진 않을 겁니다. 후하게 성적을 예상하더라도 120만 대 팔리면 선방한 셈이죠. 그러나 이미 제품을 출시한 상태에서 애플이나 구글, 소니 등이 뒤따라 붙기에 단종하거나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개선하고 다듬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이 삼성입니다.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며, 대중들의 반응이 제품에 반영될 수 있다면 스마트 워치 시장 자체가 전체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삼성이 주도 하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갤럭시 기어가 가져다 준 영향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스마트 워치에 대한 관심을 꺼뜨리지 않고 대중들이 구매할만한 제품을 누군가 내놓는 것입니다. 후끈 달아오른 시장에 안착하기만 하면 되는 좋은 기회이죠.




스마트 워치




 갤럭시 기어는 부족한 제품입니다. 정확히는 웨어러블 컴퓨팅이라고 하기 어려운 제품이죠. 일단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는데다, 단독으로 작동하더라도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보조 장치입니다.

 갤럭시 기어로 사람들이 시계형 제품에 관심을 두게 되더라도 시계형 제품 전반을 보조 장치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웨어러블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이죠. 갤럭시 기어가 대중의 관심을 끌어냈다 하더라도 이것이 판매량으로 연결되진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방식의 시계형 제품이 필요하며, 스마트 워치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은 제품이 등장해야 합니다.

 갤럭시 기어는 이미 이전에도 있던 제품이고, 그 컨셉을 강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생소한 것을 익숙해지도록 풀어헤친 것은 좋으나 웨어러블 컴퓨터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선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발판만큼은 충분한 도움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