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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의 박시(Boxee) 인수, 미디어 생태계 강화할 것

 많은 셋톱박스 업체들이 경쟁인 와중에 일체형의 스마트TV로 단연 재미를 보고 있는 업체는 삼성입니다. 사실상 스마트TV 시장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셋톱박스 제품들의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기능 탓에 교체 시기가 짧지 않은 스마트TV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에볼루션 키트라는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삼성의 박시(Boxee) 인수, 미디어 생태계 강화할 것


 삼성이 오래전부터 미디어 사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그렇다 할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빙빙 도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강력했던 경쟁자인 소니를 따돌리면서 TV 강자로 올라섰지만, 레드오션인 TV 시장에서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겉돌았던 것이죠. 그랬던 삼성이 초강수를 뒀습니다.



박시 인수





 삼성이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박시(Boxee)를 $3천만에 사들였다고 외신들은 보도했습니다. CEO인 에브너 로렌(Avner Ronen)을 포함하여 40명 정도의 직원을 삼성에 채용하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대략 340억 원에 인수한 것인데, 박시가 어떤 기업이길래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일까요?

 박시는 2007년, '더 나은 TV 환경을 구축하자'를 모토로 설립되었습니다. XBMC 기반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2008년 박시의 알파 버전을 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베타 버전을 출시했고, 2010년에 D-Link와 협력하여 박시 박스라는 셋톱박스 제품을 개발합니다. 처음에는 N스크린 전략으로 어떤 조건에서든 동일한 TV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운영되다가 박시 박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박시 박스를 허브 역할로 중심에 둔 전략으로 미국 내 1위 셋톱박스로 군림했습니다.

 넷플릭스, Vudu, 유튜브, TED, 비메오, 판도라, 스포티파이 등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PC나 NAS의 컨텐츠를 박시로 재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 N스크린으로 미디어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박시 박스의 리모콘으로 사용할 수 있고, 박시 박스의 가격은 $99입니다.


 원래 박시는 소프트웨어형 미디어센터로 몇몇 XBMC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XBMC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커스텀을 하는 등으로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았던 거죠. 그리고 D-Link와 협력하여 박시 박스를 만들자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합니다. 다른 셋톱박스보다 구동 속도도 빠른데다 부족한 컨텐츠를 채워넣어 사용자화된 미디어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스테이션, Xbox, 애플TV, 로쿠를 밀어내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셋톱박스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삼성은 그런 역량 있는 업체를 인수한 것입니다.




미디어 생태계




 삼성의 박시 인수는 철저히 북미 시장을 노린 것입니다. 박시가 잘나가는 셋톱박스 위치를 고수하고는 있지만, 애플의 강세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은 애플이 TV, 영화 컨텐츠 다운로드가 전체 시장의 66%를 장악했으며, 영화 렌탈 점유율도 전체의 45%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45%라는 수치는 그 뒤를 잇는 아마존, Vudu, Xbox 비디오를 합친 것과 맞먹은 수준입니다. 애플TV 덕분으로 보긴 어려우며,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선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컨텐츠 장악력은 고스란히 애플TV로 넘어갑니다. 삼성이 아무리 스마트TV를 만들어 놓아도 컨텐츠를 통한 애플TV 구축으로 거실 주도권을 애플에 넘겨주는 것입니다.


 삼성이 이를 타계할 방법은 미디어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레드오션인 TV 시장에서 허우적거려 봐야 크게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박시는 소프트웨어만으로 미디어 시장에서 주목받고, 그 여파로 하드웨어가 성공했습니다. 즉,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소프트웨어의 영향이 컸다는 것입니다. 박시를 미디어 센터로 구축했을 때의 활용도는 다른 셋톱박스 제품을 뛰어넘습니다. 거기에 N스크린 전략까지 구사하면서 셋톱박스 시장의 강자가 됩니다. 삼성은 이런 박시를 통해 자체 미디어 생태계를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TV뿐 아니라 삼성 제품의 전체적인 컨텐츠 역량을 강화하여 부딪혀볼 생각입니다.




삼성




 이제 한 제품 속에만 미디어를 밀어 넣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 되었습니다. 미디어 생태계가 항상 사용자를 따라다녀야 하며, 어떤 조건에서든 동일한 환경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박시는 그 부분이 강력하고, 삼성은 강화하고자 선택했습니다.

 이미 지난달 삼성이 스마트TV용 게임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모블'(MOVL)'을 인수하면서 N스크린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는 계속 들려오던 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태어 게임 뿐아니라 TV와 영화 컨텐츠까지 N스크린을 강화하기 위해 박시를 인수했다는 것은 삼성이 TV 사업의 체제를 전환하고, 미래 동력으로 굳히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굵직굵직한 인수를 통해 거실 전쟁에서 삼성이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미디어 생태계를 강화하고 N스크린 전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