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IT 업계에서 체제 전환에 가장 성공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컴퓨터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체제를 과감하게 던지고, 1990년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로 크게 확장하면서 컨설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IBM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강력한 주도력을 지닌 기업입니다. 그러나 한때는 거의 말라버릴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으며, 샘 팔미사노(Sam J. Palmisano)가 CEO가 되어서야 현재에 이르게 되었죠.
IBM 인원 감축, 또 한 번의 체제 전환
IBM은 2005년 레노버에 PC 사업을 매각했고, 지난 1월에는 x86 서버 부문을 다시 레노버에 넘겼습니다. 하드웨어 부문을 완전히 매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IBM이 좀 더 핵심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을 많은 이가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HP나 델보다 낮은 x86 점유율에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으나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팔아버릴 만큼 가벼운 사업부도 아니었기에 IBM의 새로운 모습에 기대하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IBM은 x86 서버 부문 매각과 함께 하드웨어 사업부 감원을 했습니다. IBM 시스템&테크놀로지 그룹 직원 25%가 구조조정에 포함되며, 5,000~13,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버 부문을 레노버가 가져간 터라 일부 직원은 레노버 이직을 제안받은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인력 감원이라는 점에서 'IBM이 어렵나?'라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는데, 지난 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이 지난해보다 4.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 하락했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에 빠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족한 실적을 채우기 위해 특허를 팔거나 이번 서버 부분 판매까지 본다면 어렵지 않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죠.
이를 두고 항간에는 현 IBM CEO인 버지니아 로메티(Virginia Rometty)를 IBM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게 한 루 거스너(Louis Gerstner)에 비교하기도 합니다. 160억 달러의 손실을 내던 IBM에 루 거스너가 CEO로 영입되었고, 그는 파격적인 구조조정과 부서 통합 및 사업 집중으로 IBM을 적자에서 구출합니다. IBM이 현재의 컨설팅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죠. 그 뒤를 이은 샘 팔미사노가 적자 탈출 외 미지근했던 부분을 확 끌어올리면서 IBM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성공합니다. 애플로 본다면 길버트 아멜리오와 스티브 잡스에 빗댈 수 있는데, 어쨌든 영웅 대접은 샘 팔미사노가 받고 있지만, 구조조정 단행과 새로운 문화 형성, 체제 전환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은 루 거스너였습니다.
그럼 버지니아 로메티를 왜 루 거스너와 비교하는 것일까요? 이는 단순히 구조조정에만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IBM의 새로운 체제 전환의 단초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IBM은 MWC 2013에서 'IBM 왓슨 모바일 개발자 대회(IBM Watson Mobile Developer Challenge)'를 3개월 동안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왓슨은 2011년 퀴즈 쇼 제퍼디에 참가했던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으로 유명하죠. 실제 100만 달러의 상금도 받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왓슨이 퀴즈 쇼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IBM의 창립자인 토머스 존 왓슨(Thomas J. Watson)에서 이름을 따왔을 만큼 IBM의 미래 전략으로 항상 점쳐지고 있지만, 애초 IBM이 생각했던 것처럼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아 흐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에 '왓슨 비즈니스 그룹(Watson Business Group)'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마련했고, 얼마 전에는 DBaaS 전문 업체인 클라우던트(Cloudent)를 인수했습니다. 거기에 곁들인 것이 바로 IBM 왓슨 모바일 개발자 대회로 클라우드 역량을 강화하면서 왓슨을 상품화하여 개발자로 하여금 왓슨을 활용한 모바일 앱 확보에 들어간 것입니다.
포괄적으로 얘기하면 누구나 말하는 모바일이나 클라우드 집중이겠지만, 정확히는 왓슨에 대한 집중이고,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IBM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를 위한 매각이고, 구조조정이었으므로 IBM이 왓슨 중심의 체제 전환에 돌입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죠.
왓슨 비즈니스 그룹의 총괄을 맡은 마이클 로딘(Michael Rhodin)은 '여태 왓슨이 보여준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학습하고, 발전하는 인지컴퓨팅의 가치를 IBM이 증명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IBM은 대회 이후 API를 통한 제휴와 왓슨만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용을 왓슨에 적극 투자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왓슨이 가능한 영역이 무궁무진하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IBM의 역량을 달리하고, 포지셔닝을 새롭게 할 기술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체제 전환의 끈을 잡으려는 버지니아 로메티의 모습이 루 거스너에 투영되는 것도 일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IBM에게 왓슨은 IBM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모바일을 한층 더 가까워지게 할 것이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왓슨의 활약을 기대하는 IBM이기에 BYOD 트렌드에 적합한 왓슨 활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모바일에 본격적인 진입을 할 겁니다. 이는 항상 앞서 가고, 새롭게 변모하려 했던 IBM의 모습 그대로이며, 기대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인원 감축이 체제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실적 부진으로 무작정 단행하는 것도 아니며, IBM 미래 계획의 한 축으로 타당한 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계획이 성공하리라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시대에 쇄신하는 것이 IBM의 본질이고, 그것을 다시 시도하는 거라면 IBM의 이후를 긍정적으로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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