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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Yahoo

야후가 잘하고 있는 이유

 '진격의 야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최근 야후의 행보는 돋보입니다. 필자가 가장 최근 눈여겨보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눈여겨보게 된 기업이기도 합니다. 거의 도태되어 불씨 하나 남아있을 것 같지 않았던 야후를 눈여겨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야후가 잘하고 있는 이유


 야후에 대한 소식이 급해진 것은 제리 양의 퇴진과 마리사 메이어의 CEO 취임 이후입니다. 구글에서 빠져나온 여성 CEO는 단숨에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가 되었고, 모바일 전략 선언이나 재택근무 금지부터 섬리 인수 등 하나하나 주목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텀블러 인수를 통해 완전히 야후가 부활할지는 최대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플리커




 필자는 지난번 '야후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를 통해 야후를 잠자는 개구리에 비유했습니다. 마리사 메이어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이 다 되었으며, 야후가 가만히 있는 듯 보이지만 잘하고 있다고 얘기했죠. 한 가지 덧붙인 것이 '야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작용하고 싶은 것이 야후'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의 야후는 '야후'보다는 '플리커'나 '날씨'가 더 큰 브랜드로 자리 잡혀있었습니다. 플리커가 '최고의 태그 기반 사진 앨범'이었다면, 야후는 '최악으로 치닫는 포털'로 이상한 관계였고, 야후의 위기 때문에 플리커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몰려있었습니다. 그래서 플리커가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하더라도 야후가 이를 쥐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사용자들의 회의감을 키우는데 일조합니다.

 그런데 야후가 텀블러를 인수한다고 밝힌 직후 또 다른 폭탄선언을 합니다. 플리커의 UI를 변경하고, 1TB의 스토리지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필자가 얘기했던 '야후'의 덩치를 키우기보단 '플리커'를 더 키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야후가 살아나기보단 '플리커'만 띄우고, 플리커의 브랜드 이미지만 강화하여 오히려 회의감을 가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잘하고 있는 이유


 



 하지만 야후는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야후라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을 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플리커는 완전히 야후와 따로 놀던 것입니다. 야후의 가장 매력적인 서비스였음에도 동떨어져 보였던 겁니다. 여기에 야후는 수를 쓰는데, 먼저 텀블러 인수라는 굵직한 뉴스를 물은 뒤 다음으로 플리커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 뉴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야후가 텀블러도 인수하더니 플리커까지 강화한다'며, 플리커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야후 전체에 변화가 온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이는 텀블러에도 크게 작용하는데, 야후가 텀블러의 운영을 별개로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야후가 기둥이 되어 받치면서 텀블러가 존재하도록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보이게 되니 '야후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여론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사실 들여다보면 야후가 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텀블러를 인수했고, 플리커의 용량을 늘렸을 뿐이죠. 야후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것도 아님에도 살아난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면 그것만으로 야후는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플리커 앞에 '야후'가 드러나게 했고, 야후를 언급하게 하였다면 유튜브가 구글을 계속 옆에 붙이고 있듯이 야후 자체를 공고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야후




 만약 야후가 자체 브랜드를 확고히 한다면서 '야후+'나 '야후스북' 같은 걸 만들어 낼 생각을 했다면, 텀블러 인수와 같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덕분에 텀블러와 플리커가 야후의 든든한 백업처럼 보이도록 했고, 야후를 앞세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마리사 메이어의 한 수로 보기 좋고, 아직 그녀의 허니문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점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제부터 야후가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얘긴 아닙니다. 텀블러 인수와 플리커 강화는 여전히 야후의 덩치 불리기 중 하나일 뿐, 이것이 야후를 좌지우지할 무엇이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이 기점이 야후에 관심을 쏟게 하는 계기이고, 야후가 궁극적인 자신들의 목표인 정보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발판이라면 충분할 만큼의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들었던 추락이라는 말은 뒤집은 겁니다.

 이제 야후는 이 기점 이후 새로운 검색 엔진과 자체적인 포털 플랫폼을 키워나가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텀블러든 플리커든 야후의 메인 홈 자체는 여전하니까요. 그 결실까지 완벽하게 수행해낸다면 비로소 야후가 부활했다 단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단정을 위해 야후는 현재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야후가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나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