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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윈앰프(Winamp), 추억 속에 잠기다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플레이어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1997년 출시된 거원(코원)시스템의 '제트오디오(JetAudio)'와 같은 해 출시된 널소프트(Nullsoft)의 '윈앰프(Winamp)'입니다. 당시 주목받던 MP3포맷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CD플레이어가 아닌 PC로 음원을 재생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확산하게 한 주범이었죠.
 




윈앰프(Winamp), 추억 속에 잠기다


 윈앰프의 등장은 음악 듣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PC 관련 매체들은 하이파이(HI-FI) 오디오 시스템을 PC로 옮긴 피씨파이(PC-FI) 시스템을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으며, 음원 공유 산업도 활발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탓으로 불법 음원 유통도 덩달아 활성화되었지만, 현재의 디지털음원 생태계를 구축한 주역 중의 하나로 윈앰프를 꼽는 것은 지나치지 않습니다.
 



중단


 
 윈앰프가 12월 20일,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윈앰프는 공식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윈앰프의 배포가 12월 20일 중단되며, 업데이트와 개발도 함께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외 별다른 이야기는 없는데, 15년 동안 감사하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한 달이 남은 셈이죠.
 
 12월 20일 안에 윈앰프를 내려받는다면, 앞으로 사용하는 것에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중단된 상태로 얼마 동안이나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한부가 되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윈앰프 배포 중단 소식에 국외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윈앰프는 필수 유틸리티로 인식되던 프로그램이었고, 특히 국내 PC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00년 초에는 PC를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기도 해서 그 시절 PC를 사용해본 사용자라면 누구나 기억할만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추억의 한 페이지라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을 현재 사용하고 있던, 그렇지 않던 잘려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윈엠프가 내리막을 달리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가 AOL이 널소프트를 인수하면서 핵심 개발진과 마찰이 커졌고, 결과적으로 기존 윈앰프 시스템을 뒤엎으면서입니다. 이는 윈앰프가 세상에 등장한 2년 만의 일이었고, 길었던 15년의 AOL과의 동거가 당시 기대와는 달리 윈앰프의 성격을 바꾸고, 특별한 조치 없이 방치되면서 나락으로 점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맥용 윈앰프나 안드로이드용 윈앰프를 출시하긴 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습니다. 모바일 시장 확대로 얻은 이익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윈앰프가 사라지게 되었지만, 윈앰프가 남긴 것은 변함없습니다.
 


음악 재생



 
 윈앰프는 MP3를 듣는 방식을 달리했습니다. 음악을 재생하기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음악 재생기와 다르게 음악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다양한 버튼과 조절바, 이퀄라이저까지 흠잡을 때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피씨파이가 태동할 수 있었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푸바 2000이 피씨파이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당시 윈앰프만한 음악 재생기가 없었으므로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음악방송에 큰 공헌을 한 것도 윈앰프입니다. 널소프트가 개발한 MP3 스트리밍 기술이자 플러그인인 샤우트캐스트(SHOUTcast)는 윈앰프를 사용하는 것으로 손쉽게 음악방송을 할 수 있게 도와줬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샤우트캐스트를 통한 다양한 음악방송을 들을 수 있었고, 이로써 확산한 것이 현재의 아프리카TV와 같은 영상 방송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라디오 DJ처럼 다수 청취자를 대상으로 방송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매력이었으며, 라디오 이상의 콘텐츠를 원했던 청취자들도 푹 빠져들게 하였죠.
 
 이것이 2000년 초반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뒤로는 휴대용 MP3플레이어의 인기와 함께 스트리밍 방식이 유행하면서 이에 대응하지 못한 윈앰프는 점점 뒤로 밀려났습니다. 단지 그때까지 PC에서 음악을 재생할 때 필요한 것들, 그리고 그런 방식의 변화에 윈앰프가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지금은 윈앰프를 대체할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어 뭐가 불편한지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윈앰프가 불편함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제품으로 평가받은 만큼 PC 역사에서의 의미도 크다고 봅니다. 여전히 피씨파이 입문용으로 윈앰프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윈앰프



 
 윈앰프의 추억에 잠겼다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12월 20일 전에 윈앰프를 다운로드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고, 종료되더라도 계속 사용되겠지만, 최소한 윈앰프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윈앰프는 17년 동안이나 거듭된 장수 소프트웨어 중 하나입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아마 AOL이 인수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인기 있는 유틸리티로 남았으리라 생각하는 윈앰프 사용자도 있겠지만, 뭐가 되었든 오랜 시간을 PC에서 고급스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배포가 중단되더라도 그 자체로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