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담벼락을 허물고, 타임라인과 뉴스피드 개편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가 '트위터를 따라 하는 것'으로 봤었죠. 사실 다른 점이라곤 '단문인가, 장문인가', '리트윗인가, 좋아요인가'정도로 구분 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페이스북은 나름의 디자인 차별성을 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사용자 경험을 다르게 구축했습니다. 접근성에서 본다면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모습이었고, 패이스북의 정체성을 더 명확하게 한 계기였습니다.
트위터, 새 프로필 디자인이 최악인 이유
트위터는 IPO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70달러 선까지 오르던 주가는 반 토막을 향해 내리막을 탔고, 그렇다고 실적이나 매출 증가는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트위터를 중요한 데이터 분석 베이스로 여기지만, 정작 멈춘 상태에서 나타나는 분석에 신뢰도가 이전 같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트위터는 신장개업이라도 하듯 대문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트위터는 새로운 프로필 페이지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긴말 필요없이 디자인 요소만 두고 보면 떠오르는 그 이름은 '페이스북'입니다. 한때 페이스북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으니 '트위터는 도둑'이라고 얘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주고 받은 셈이라 보며, 트위터는 새 프로필 디자인과 함께 불필요한 트윗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 기능도 선보였습니다. 베스트 트윗(Best tweets)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트윗의 표시를 크게 보여주는 기능이며, 핀 트윗(Pinned Tweet)은 특정 트윗을 프로필 상단에 고정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조차 비교하면 페이스북의 인기글 필터링이나 하이라이트 기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별문제 없다고 합시다. 트위터에 강화된 필터링 기능은 꼭 필요했고, 사용자들의 요구 사항이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속해서 개선이 필요했었으니까요.
새로운 트위터 프로필 디자인의 문제점은 페이스북을 닮았다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나름 사용자 요구에 반응한 것 같지만, 부분적인 디자인 요소의 혼합으로 트위터가 가진 본연의 장점을 망각한 디자인을 적용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더 앞서고 있으니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그러나 트위터는 페이스북이 아닙니다.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 그 단순함에서 나오는 소통과 공감, 정보의 전달이었습니다. 140자의 힘, 그것이 트위터에 열광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새 디자인을 봅시다. 단순함보단 트위터의 더 세부적인 개인 프로필화, 필터링조차 프로필을 확고히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꼬집어 보면 몇몇 강력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기능일 뿐 누구나 지저귀던 트위터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프로필을 좀 더 세부적으로, 확고히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도이치 은행(Deutsche Bank)은 트위터 사용자, 사용자였던 사람, 트위터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1,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왜 트위터를 떠나는가'의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다른 곳에서 정보 습득'이 82%로 가장 많았고, '트위터의 정보가 유익하지 않다'가 77%로 뒤를 이었습니다. 다음은 76%가 응답한 '필터링 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 유입'으로 상위 3개 항목을 종합하면 '불필요한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전달되는 탓'에 트위터를 그만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개편으로 필터링 기능을 개선했지만, 베스트 트윗은 단지 관심도가 높은 트윗을 강조하는 기능입니다. 실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트위터를 통해 전달되는 많은 콘텐츠를 정리하고, 깔끔하게 출력해줄 알고리즘, 트위터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지입니다. 달리 말하면 해당 알고리즘의 부재가 많은 정보 중 사용자가 원하는 유용한 정보를 가려 놓고, 트위터 사용을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트위터가 이번 프로필 디자인 변경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부분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디자인은 프로필로 더 많은 요소를 보여주길 원하고, 이는 트위터 계정이 개인 혹은 단체의 프로필로서 콘텐츠에 더 큰 힘이 미치길 바랍니다. 소통, 공유, 연결의 역할이 아주 간편하게 진행되었던 트위터가 한 개인을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으로 콘텐츠의 관심도를 올리고, 이것을 알고리즘을 대신하는 큐레이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베스트 트윗도 그것을 위한 기능이죠.
트위터의 새 프로필 디자인은 도이치 은행 조사에서 사용자들이 원한 것과 대척점에 있으며, 프로필 자체가 강화되더라도 트위터의 현재 상황을 벗어나게 해줄 무언가도 아닙니다. 최악입니다.
트위터의 성장 둔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해내야 할 것은 명확한데, 당장 해내기 어려운 장기적인 모델이고,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사용자를 유지할 방법이 없는 탓에 우려의 잠식은 쉽지 않습니다.
도이치 은행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필터링 기능의 향상'을 다시 트위터로 돌아갈 최대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것을 프로필 디자인 개선을 통해 우회할 수 있으리라 간과한 것은 아닌지 트위터는 재고해야 합니다.
올해는 트위터에 지옥 같은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이런 우려의 얘기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겠죠. 트위터가 우려를 더 확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이번 프로필 디자인 같은 악수를 피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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