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MS는 빌드(Build) 이벤트에서 태블릿과 스마트폰 제품을 늘릴 목적으로 윈도 8.1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윈도가 탑재된 제품의 제조 비용을 줄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에 활용할 윈도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라이센스비가 주요 수익이었던 MS이기에 이런 발표는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윈도 8.1 with Bing이 매력적이지 않은 2가지 이유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와 무료 배포를 강점으로 빠르게 성장한 탓에 MS에 많은 선택지를 쥐어주진 못했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차세대 윈도를 무료로 돌린다는 건 전략적인 면에서도 한 수 접어둔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긴 어렵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MS가 윈도 배포에 중점을 두고 전략을 선회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윈도 에디션을 공개했습니다.
확인된 새 에디션은 '윈도 8.1 with Bing'으로 명칭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기본 검색엔진을 빙으로 탑재한 윈도입니다. 그리고 빙을 탑재하는 조건으로 OEM 라이센스 비용을 70%정도 줄여 저가 윈도 제품 제조를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빌드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항목을 설정하지 않고, 저가의 윈도가 탑재된 제품 전반을 겨냥합니다.
윈도 8.1 with Bing이 탑재된 하드웨어는 대만에서 개최하는 컴퓨텍스 2014(Computex 2014)에서 공개할 예정이며, 어떤 파트너들이 참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윈도 8.1 with Bing의 본래 취지를 생각해보면 줄어든 라이센스 비용으로 여러 제조사들이 다양한 저가 윈도 제품을 쏟아낼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기본 검색 엔진을 빙으로 할 뿐 기본적인 동작에 차이도 없고, 단순히 비용만 줄어드는 셈이므로 구색을 강화하고자 하는 제조사라면 윈도 8.1 with Bing을 탑재한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리 없습니다.
하지만 윈도 8.1 with Bing을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윈도를 보급하고, 소비자가 새로운 윈도 경험에 접근하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저가 윈도 제품 자체가 시장에서 경쟁력있지 않다.'는 겁니다. '기존 제품을 저렴하게 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모바일에 적합한 플랫폼의 등장과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벗어난 안드로이드의 확장력 등이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틈에서 윈도가 평가받고 있는 건 '강력함'인데, 저가 윈도 제품이라는 항목보다 '강력한 윈도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소비자가 주목하고, 여기서 덧붙여 가격을 보게 된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얼마 전, 공개된 서피스 프로 3가 왜 호평을 받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죠. 그리고 윈도 RT 태블릿들이 종말했다는 점도 말입니다. 또는 델의 베뉴 8 프로(Venue 8 Pro)가 크게 인기를 얻은 이유를 상기해보면, 탄탄한 사양에 윈도를 수월하게 구동하면서 가격까지 저렴했던 덕분입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단순히 가격만 저렴해서는 윈도 제품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없고, 먼저 윈도의 경험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제품인지 확신할 수 있어야 가격으로 경쟁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윈도 8.1 with Bing이 순전히 보급에 의의를 두고 있다면 어떤 다양한 제품이 쏟아진들 예전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빙'입니다. MS는 윈도의 가격을 낮추는 대신 빙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하는 조건을 내세웠지만, 빙은 그렇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가격은 낮추고자 빙을 기본 탑재할 수는 있겠지만, 빙은 원래 기본 검색엔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빙 기본 탑재를 조건으로 낸 건 제조사들이 빙을 탑재하지 않고, 구글 등의 검색엔진을 제휴하여 탑재하면서 빙의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가격을 낮춰주면 제조사들이 빙을 탑재할 것인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정말 중요한 제조사라면 신경쓰지 않겠지만, 빙 탑재는 이전에도 이뤄졌었습니다. 그러므로 윈도 8.1 with Bing의 타겟은 '빙을 탑재하지 않던 제조사'가 되는데, 대게 이들 제조사는 단가도 중요하지만,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빙을 사용해오지 않았던 겁니다. 그들 상대로 라이센스 비용을 낮주는 조건을 건다고 해서 저가 모델을 다양하게 양산하리라 예상한다면 아주 단편적인 접근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이유처럼 소비자가 강력한 윈도를 사용하길 원하기에 무작정 제원을 낮추기 위해서 윈도 8.1 with Bing을 선호하진 않을 것입니다.
컴퓨텍스에서 어떤 하드웨어가 등장할 지가 관건이겠지만, 당장은 최종 소비자가 윈도 8.1 with Bing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없습니다. 자칫 윈도 8.1 with Bing이 윈도의 사용자 경험을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윈도의 프리미엄을 가격과 조건으로 재설정하려는 전략이며, 해당 전략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윈도가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입니다.
단지 보급을 늘리는 것만이 윈도가 모바일에 대응할 좋은 방법인지 재고해야 합니다. 현재 소비자들이 모바일에서의 윈도에 바라는 건 전통적인 PC에서처럼 강력한 윈도의 모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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