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는 여전히 높은 점유율의 PC OS지만, 최근 변화하는 시장에 제대로 대응했다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기존 PC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지되고 있을 뿐, 새로운 시장에서 윈도의 위치는 분명 흔들리고 있죠. 이는 MS에 최대 고민 중 하나입니다.
윈도, 어떻게 통합해야 할까?
원도 8, 원도 RT, 윈도폰으로 나눈 윈도는 고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고,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진 못하고 있습니다. MS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체제를 전환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MS의 지휘봉을 잡게 된 사티아 나델라에 이목이 쏠립니다.
22일, MS CEO 사티아 나델라는 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크게 3개로 나누었던 운영체제를 하나의 윈도 플랫폼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3개 운영체제는 PC용 윈도, 모바일용 윈도폰, Xbox용 OS로 이들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전략을 취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나델라가 내세우는 MS의 방향이자 커다란 대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전에는 MS에 여러 윈도를 개발하도록 팀이 나누어졌었다.'며, '이제 팀을 단일화하여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품뿐만 아니라 MS 내부까지 뜯어고칠 생각입니다.
그런데 MS는 이전부터 통합을 전제로 전략을 구성해왔습니다. 3가지로 나누었다고 얘기했지만, 윈도만 보자면 전략적으로는 통합이었던 셈입니다. 분리하긴 했지만, 오피스와 클라우드에는 적극적이었고, 생산성과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사용자 경험을 통합하는 것은 윈도 8에서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생각대로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고, 전통적으로 MS가 주장하던 PC+에 제조사들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충격이 더 우선시되었던 탓이죠.
그러자 직접 서피스라는 PC 하드웨어를 개발했습니다. 폼팩터의 통합에도 손을 댄 것입니다. 또한,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직접 스마트폰을 개발하리라는 계획도 던져놓았습니다. 이조차 플랫폼 영역에서 보면 통합의 발자취입니다.
그런 MS가 다시 통합을 꺼내 들었습니다. 어떻게 통합하겠다는 걸까요?
쉽게 생각해서 하나의 운영체제를 PC에도 탑재하고, 모바일에도 탑재하고, Xbox에도 탑재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피스를 두고 볼 때 폼팩터에 따른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한 모습입니다. 그러니 똑같은 운영체제를 다른 폼팩터에 적용하려 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플랫폼의 영역에서 통합을 보면 윈도를 기반으로 PC, 모바일, Xbox로 분리할 단일 플랫폼 운영이 가능합니다. 애플이 OS X을 맥과 iOS로 플랫폼을 분리한 것처럼 말이죠. 현재 와서는 별개의 운영체제로 인식하지만, OS X와 iOS 부서를 통합되었고, 함께 개발하면서 플랫폼 통합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MS도 전략으로는 그렇게 해왔습니다. 하지만 잘 안 되었던 것이죠. 잘 안 된 이유는 제품에 있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MS가 나눈 제품을 소비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에 있었습니다. 윈도, 윈도 RT, 윈도폰으로 나누었고, 이를 사용자 경험에서 통합하여 하나의 플랫폼으로 엮어내고자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통합 과정에 윈도 XP와 윈도 7이 크게 살아있었다는 것이고, 이들마저 통합하지 못한 시점에서 사용자 경험은 MS가 준비했던 것보다 더 잘게 부서졌습니다.
물론 버전으로 따졌을 때, 기능에서나 플랫폼 측면에서나 다른 제품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하는 문제로 넘어가게 되면, 애플처럼 제품의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층이 두꺼운 것도 아니고, 최근 크롬을 통한 통합을 시작한 구글처럼 접근성을 크게 열어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윈도 XP는 지원을 종료했지만, 교체 시점에서 윈도 7을 구매할지, 윈도 8을 구매할지 소비자가 고민하게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MS가 어떤 의도를 했든 통합하기 어려웠다는 걸 방증합니다. 통합했다고 말하지만, 윈도 7 플랫폼과 윈도 8 플랫폼으로 나누어진 것이었죠.
나델라가 얘기한 것처럼 다시 MS가 단일 윈도 기반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라면 플랫폼 측면에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진보했겠지만요. 더군다나 이번에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Xbox까지 통합 목록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령 기존 Xbox와 통합한 Xbox를 소비자가 분리해서 인식한다면 어떨까요?
MS의 통합은 애플처럼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려놓았거나 구글처럼 유기적일 수 없습니다. 구글만 보더라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으로 빠르게 전략을 수정해가면서 대응하는 데, MS는 통합한 윈도라고 내 건 순간 그 윈도 체제에 초점을 맞추게 되므로 통합을 설명하는 과정조차 길어지게 됩니다. 즉, 일부 소비자층을 포기하더라도 과감하게 통합해야만 MS가 원하는 통합 체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바뀐 체제를 기존 체제와 동일선에서 소비자가 비교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이것으로 MS가 잃는 것도 늘겠지만, 하나의 통합된 체제에 기존 것을 더하고, 그만큼 분리할 수록 통합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그건 여태 MS가 계속 통합을 시도하면서 겪어왔던 일이고, 다시 한 번 통합 카드를 꺼내어들었지만, 걸림돌이 될 부분입니다. 그럼 걸림돌을 치우고 통합할 것인지, 아니면 잃는 것 없이 다시 통합에 실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정확하게는 MS가 통합한 윈도를 제어할 능력이 된다고 증명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은 통합한 윈도 체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란 얘기이고,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 제품을 구매하기에 망설이지 않을 거란 의미입니다. 그 선택한 제품이 꼭 윈도라고 단정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이 점을 극복하지 않으면 MS는 영영 통합이라는 과제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습니다. 나델라 CEO가 이부분에 어떻게 대응하게 될 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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