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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여전한 게임 체인저임을 증명해야 할 것


 '애플이 여전히 게임 체임저(Game Changer)인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나열해서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단호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2010년 아이패드 이후 시장의 판도를 크게 뒤집을만한 무언가를 내놓진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최근까지 평가는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700달러를 넘어섰던 주가는 400달러 선을 넘어 388달러까지 크게 떨어졌고, 다시 회복하지 못할 것처럼 몰매를 맞았습니다.
 


애플, 여전한 게임 체인저임을 증명해야 할 것
 
 지난주, 애플에 대한 평가가 요동쳤습니다. 500달러 선에서 줄타기하던 애플 주가가 5월에 들어선 600달러까지 치솟았고, 애플의 목표 주가를 바클레이즈 은행은 650달러, 번스타인은 700달러까지 상향 조정했습니다. 상반기 대외적인 행사를 한 번도 갖지 않은 애플이지만, 올해 주가상승률만 20%에 도달했습니다. 이를 두고, 'WWDC 2014에서 차세대 아이폰과 스마트워치가 공개될 기대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애플이 WWDC 2013에서 차세대 아이폰이나 스마트워치를 공개할 확률은 10% 미만입니다. 극적인 반등을 노리겠다는 전략이 아니라면, 굳이 주기를 앞당겨 출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해를 거듭할수록 WWDC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행사로 자리했으며, 애플은 하반기에 하드웨어를 한꺼번에 출시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검증을 마쳤습니다. 쫓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렇다면 왜 애플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게 된 것일까요? 목표 주가는 어째서 상향된 것일까요?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은 지난해 '애플의 혁신 주기는 3~4년이었다.'면서 '내년까지 기다리면 애플이 여전히 [다르게 생각해라]를 실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가 중요한 지점이라는 건 지난해부터 언급되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작슨은 반대로 올해 초 애플에 대한 회의감도 표했는데, '현 CEO인 팀 쿡이 다음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했고, 빠르게 결정하여 실행했지만, 지금의 애플은 그런 모습이 아니라는 겁니다.
 
 '애플은 여전히 게임 체인저여야 하고, 그것을 올해 증명해야 하는데, 예전 같지 않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전의 애플을 잃을 수 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아이작슨 뿐만 아니라 투자 분석가들과 소비자에게도 나타나던 것이었습니다. 애플에 대한 기대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죠. 애플은 이런 반응들을 진압하고자 '새로운 카테고리'를 강조해왔습니다. 팀 쿡은 지난해 10월, '2014년을 목표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구체적이지 않지만,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예상이야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팀 쿡의 발언은 회의감을 물리고,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에디 큐 부사장도 거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진행 중인 Re/Code 주최의 코드 콘퍼런스(Code/Conference)에 참여한 에디 큐는 '25년 동안 애플에서 일하면서 본 최고의 제품군을 올해 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년하는 의례적인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미 팀 쿡이 새 카테고리를 강조해온 덕분에 발언의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24살에 입사한 그입니다. 잡스 복귀 이전부터 애플을 보아온 인물이고, 무엇보다 그는 아이튠즈와 아이클라우드 등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 부사장입니다. WWDC 2014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행사이고, 하반기에 하드웨어를 발표한다면 그가 말한 라인업은 새로운 하드웨어를 뜻하는 것인데, 자신이 총괄하는 부분이 아닌 하드웨어 쪽에 기대감을 실어놓는 발언을 했다는 건 의미심장합니다. 물론 콘퍼런스 앞 쪽에 비츠 인수 관련과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도 설명했지만 말입니다.
 
 


 에디 큐의 발언을 두고 볼 때, 새로운 카테고리는 단순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분에서도 달려든 총체적인 범위라고 예상합니다. 단순 업그레이드라면 '최고의 제품'이라고 했겠지만, '제품군'이라는 건 제품의 구색이 최고라는 것으로 새 카테고리 제품과 자신의 총괄 부분이 연결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결국, 애플조차 올해를 강조하고 있고, 올해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소비자, 개발자, 투자자, 업계, 그리고 애플조차 올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겁니다. 흔치 않은 일이고, '이 기대감을 폭발시켰을 때 애플의 평가가 이전에는 없던 위치까지 솟을 것'이라는 흥분이 애플을 투자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돌려놓았습니다. 가장 높게 책정된 목표 주가는 777달러로 애플이 기록했던 최고치인 702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새로운 카테고리도 형편없고, 게임 체인저임을 증명하지도 못한다면 어떨까요? 재미있게도 애플에 향한 이런 기대감에 실체는 없습니다. 온갖 소문이 떠다니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애플이 게임 체인저의 위치를 지켜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아이워치? 대화면 아이폰? 이런 개념적인 것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긴 힘듭니다.
 
 그럼에도 애플을 향한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애플에 퇴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올해 애플이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해서 문을 닫을 일은 없습니다. 몇 번이나 더 시도할 여지는 충분하고, 다시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어느 때보다 고조된 분위기와 분위기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애플이라는 점은 애플이 게임 체인저임을 증명하지 못했을 때 뒤엎을 여파는 머릿속에 생생하게 나타납니다.
 
 애플은 자신감에 차있습니다. 그리고 자신감만큼 실패했을 때 불어올 역풍도 상당합니다. 팀 쿡이나 에디 큐의 발언이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만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런 자신감을 보일 리 없고, 만약에라도 똑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할 바보 같은 회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바보가 애플이라면 더 얘기할 것도 없겠지만요.
 
 


 무게가 다릅니다. 당연하고, 똑같은 말일 수 있으나 실린 무게가 다르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무게만큼 실현해야만 하고, 수년간 끌어온 애플에 대한 평가를 뒤집어 놀을 테니까요.
 
 아이작슨은 애플에 대한 회의감을 표한 후 몇 주가 지나 '애플은 어떤 회사보다 제품을 제대로 완성한다.'고 다시 말했습니다. '무슨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일단 시작하면 제대로 만든다.'는 것인데, 여기에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애플이 게임 체인저로서 한 가지 제품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끝자락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애플이 어떤 바람을 몰고 오게 될지 기대되며, 이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