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익숙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웹 브라우저에서 오프라인 모드를 사용할 일도 거의 없죠. 아예 보급된 스마트폰이 개인을 항상 온라인상에 머물도록 하기에 오프라인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의 발전은 많은 이를 더욱 오래 온라인에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집착하는 인터넷 기업, 구글
구글은 가장 유명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입니다. 인터넷으로 성공했고, 인터넷으로 혁신했으며, 인터넷으로 수익을 내고 있죠. 그리고 많은 이가 온라인에 머물고 있는 지금, 구글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구글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을 온라인에 접속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은 오프라인에 빠져있습니다.
구글은 2009년 구글 캘린더의 오프라인 모드 베타를 공개했습니다. 여러 오류를 동반하긴 했지만, 오프라인에서 구글 캘린더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어 다음 해에 크롬에 오프라인 모드 지원을 추가했고,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모드 지원에 나섰습니다.
2012년, 구글은 구글 지도의 오프라인 모드를 정식 지원하기로 했고, 같은 해에 구글 나우 발표와 함께 '오프라인 보이스 타이핑'이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애플의 딕테이션처럼 음성으로 타이핑할 수 있는 기능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죠. 구글 문서도구의 오프라인 지원도 2012년에 이뤄졌는데, 여가까지는 웹에서의 오프라인이었습니다.
구글은 올해 다수의 모바일 제품에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했습니다. 먼저 안드로이드용 구글 지도는 오프라인 기능이 빠졌다가 다시 추가되었고, 함께 iOS용 구글 지도도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구글 드라이브로 뭉쳐있던 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분리하면서 오프라인 모드를 추가했고, 구글 나우도 모바일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상 무선 통신에 접속해야 할 스마트폰에 오프라인 기능이 어떤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구글은 무서운 속도로 오프라인 모드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이 크롬 OS인데, 초기에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없이 클라우드 저장소만 이용하여 구동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차츰 자체 저장소를 추가하면서 온라인에만 특화한 모습은 사라졌고, 오프라인 기능의 추가와 크롬 웹 앱조차 오프라인 지원을 가능케 하면서 온라인이 중심이 된 운영체제로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구글의 이런 행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반대로 이행하는 것입니다. 애초 온라인을 강조해왔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스프린트 인수와 함께 미국 통신 시장에 합류했는데, 그는 얼마 전, 월트 모스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터넷 속도는 너무 느리다.'면서 '어째서 미국인들은 미국의 인터넷 속도를 참고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세계 IT 업계의 중심이 실리콘밸리라는 점에서 미국의 인터넷 속도는 형편없다는 겁니다.
손정의 회장의 얘기를 보면 왜 구글이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하는지 일정수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령 구글 나우의 오프라인 모드는 지하 등에서 알림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고려하여 추가된 것으로 좋지 않은 통신 상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온라인만 강조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입니다.
만약 탄탄한 인터넷 인프라와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과 같은 상황에선 오프라인 모드가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한 용도에 걸맞을 수 있으나 세계화 시대에 맞춰 그렇지 못한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선 오프라인 모드가 꼭 필요합니다. 인터넷망의 확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에서 인터넷 기업인 구글조차 성장하기 위해선 오프라인에 집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죠.
구글이 오지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도 비슷한 것이지만, 온라인만으로 제품을 제대로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보다 오프라인 지원으로 부족한 인터넷 인프라를 대처하고,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하도록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오프라인이 제대로 지원되는 지역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오지 사용자를 위해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하기보단 당장 미국의 상황부터 대처해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오지만 두고 본다면 인터넷 보급 사업이 훨씬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넓게 보면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인터넷이 지구 전체 생활에서 꽃피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구글조차 오프라인 지원이라는 반대되는 사업 이행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하고, 사업하려는 이들을 고민하게 할 커다란 단초입니다.
세상은 인터넷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 오프라인 기능을 요청하는 일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싱글 플레이만 가능한 것도 당연한 듯 온라인에 접속해야만 진행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게임이 늘고 있는데, 구글의 행보만 두고 보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좋진 않습니다.
되레 온라인에서의 활동을 캐시 기술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얼마나 불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오프라인 기술력이 재평가받게 될 것이며, 오랜 시간 준비한 구글은 이제 무선 통신의 결정체인 스마트폰에서 오프라인 모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오프라인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뒤를 돌아볼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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