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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중국, 자체 운영체제가 경쟁력 갖출 수 있을까?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후원으로 세워진 홍기 소프트웨어는 폐업 위기에 직면했었습니다. 홍기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홍기 리눅스(Red Flag Linux)'는 중국 주도의 운영체제였지만, 폐업 상황에 놓였다는 것만 보더라도 성공적이지 못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자체 개발 운영체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자체 운영체제가 경쟁력 갖출 수 있을까?
 
 중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업의 감시를 우려하여 자체적으로 운영체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윈도나 안드로이드를 완벽히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이 이유입니다. 이미 'COS(China Opreating System)'이라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지난 1월에 선보인 데 이어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곧 공개할 예정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개발한 PC용 운영체제가 10월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아직 명칭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팀은 '우리는 앱스토어를 지원하는 PC용 운영체제를 10월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1~2년 안에 PC 운영체제를 교체하고, 3~5년 안에는 모바일 기기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1월에 공개한 COS와 뿌리를 같이 하지만, 당장은 PC 쪽의 교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COS를 발표했지만, 중국 내에서도 반응이 좋지 못했고, 사용자든 개발자든 대부분 안드로이드 환경에 적응한 상태이므로 모바일에 먼저 다가가기보단 PC 쪽을 전환하는 것이 좀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공개하기 전이라 전반적인 기능 등은 공개된 것이 없지만, 윈도와 비슷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MIIT)가 홍기 리눅스를 인수했는데, 홍기 리눅스는 윈도와 상당히 흡사하게 제작되었고, 그것이 새로운 PC 운영체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자체 운영체제가 경쟁력을 갖추고, 중국 내에서 자생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중국이 홍기 리눅스를 개발했던 이유가 현재 새로운 PC 운영체제를 내놓는 이유와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홍기 리눅스는 윈도를 대체하여 관공서에 도입되었고, 이는 MS와 중국 정부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던 중 홍기 리눅스의 상황이 나빠졌는데, 여기서 MS가 윈도 XP의 지원 종료 카운터를 시작하여 중국 내 비상이 걸립니다.
 
 지난해 넷애플리케이션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 PC의 72.1%가 윈도 XP였으며, 스탯카운터의 조사로는 50%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워낙 윈도의 불법 복제가 심하게 이뤄지는 국가 중 하나인 덕분인데, 다른 의미의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보안에 중국 사용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탓입니다.
 
 그러니 MS가 윈도 XP의 지원을 종료했을 때의 파급력을 우려하여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MS가 윈도 XP의 지원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를 널리 보급해야 할 커다란 이유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중국 사용자들이 자체 운영체제 보급의 최대 난관입니다.
 
 분명 13억이라는 인구로 중국 내에서만 보급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순 있겠지만, 익숙해진 윈도와 그 윈도의 사용 방법이 불법 복제에 있다는 것, 그리고 보안에 대한 경각심 부족에서 이어지는 지속한 사용은 중국이 직접 개발하고 나섰다는 것만으로 돌파할 수 있는 벽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중국의 과도한 검열 정책으로 '중국에 감시당하나 미국에 감시당하나 똑같다.'는 인식이 웹 사용자들 사이에 있기에 중국 정부도 검열에 애를 먹고 있는데, 그건 고스란히 자체 운영체제가 힘을 쓸 빈틈을 벌려놓지 못하는 요인입니다.
 
 고로 자체 운영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윈도의 불법 복제를 뛰어넘는 접근성과 여타 운영체제의 성능을 뛰어넘진 못하더라도 근접한 수준이 되어야만 합니다. 모바일은커녕 PC에서도 중국 정부가 얘기한 것처럼 1~2년 안에 자체 운영체제로 교체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정부가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과도한 검열이 개인의 보안을 악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윈도 XP의 지원이 종료되었지만, 사용자들은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을 마련했으니까요. 이는 중국이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결과물을 사용자가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강제적으로 자체 운영체제를 쓰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실행에 옮겼을 테죠.
 
 그러므로 10월에 공개할 예정인 자체 운영체제도 홍기 리눅스의 전철을 밟거나 MS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하는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MS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나쁘지 않지만, 이를 국민들로 하여금 유도할 방법을 찾지 못했고, 그 원인을 직접 제공한 터라 긍정적인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상당히 적습니다.
 
 당장은 10월에 나올 결과물을 지켜봐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