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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자동 삭제 기능의 의의


 잊힐 권리 논쟁과 얼마 전 들통 났던 2012년에 있었던 페이스북의 감정 실험 논란은 개인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고민해봐야 할 아주 중대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과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시간을 쏟는 것이 유용한가, 유용하지 않은가를 두고 말이죠. 별일이 없다면 계속 사용하게 될 테니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이어지겠지만, 대표 서비스인 페이스북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 자동 삭제 기능의 의의
 
 페이스북은 8월부터 iOS 앱을 대상으로 4주마다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앱 품질에 대한 비판도 많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중 하나이다 보니 감수해야 할 것도 많은 만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리고 앱 품질 향상과 함께 '새로운 실험'이라는 이유도 4주 업데이트에 포함했습니다.
 
 


 BBC뉴스는 페이스북이 iOS 앱을 통해 최소 1시간에서 최대 7일까지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 예약할 수 있는 기능을 실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기능은 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을 삭제하는 덕분에 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으로 삭제된다는 점dp서 페이스북이 6월에 출시한 슬링샷(Slingshot)과 맥락이 같다고 할 수도 있고, 시간 제한 메시지 서비스는 청소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기에 이를 의식한 기능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슬링샷이 페이스북의 색을 벗기고, 야심 차게 준비한 서비스지만, 잊혀가고 있는 것과 다르게 스냅챗(Snapchat)은 개인정보 보호 논란에도 인기 있는 앱으로 꼽히고 있으며, 익명 메시지 서비스인 이크야크(YikYak)도 페이스북을 밀어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내놓은 방책이 페이스북 앱과 메신저 앱을 분리하여 따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었고, 그 탓으로 온갖 비난을 받았지만, 페이스북 메신저 앱의 점유율을 올리는 효과를 봤습니다. 문제는 합리적이면서 제대로 된 해결법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러던 중 페이스북 내 게시물을 자동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된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미디어, 사람과 콘텐츠 등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수단이 되면서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로 체제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라는 위치에서 보면 자동 삭제 기능은 좋지 못합니다. 콘텐츠를 줄이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고, 검색 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페이스북은 왜 자동 삭제 기능을 구상하는 것일까요?
 
 


 슬링샷으로 주목받지 못한 기능을 페이스북에 탑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슬링샷과 페이스북은 성격이 다른 서비스입니다. 특정 대상에게 전송하는 것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게재하는 것의 차이이며, 자동 삭제의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7월, 저장 기능은 선보였습니다. 나중에 보고 싶은 게시물을 따로 보관하는 기능입니다. 기능의 성격으로 보면 자동 삭제 기능과 완전히 반대되는 기능입니다. 자동 삭제가 포괄적으로 공유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게시물을 위한 것이라면 저장은 지속해서 공유하고 싶은 게시물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자동 삭제 기능의 의의입니다.
 
 생각해보면 굳이 자동 삭제할 게시물을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공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공유하고 싶은 것을 올리는 공간으로 발전해왔는데 말실수나 잘못 게재한 게시물을 당장 삭제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시간을 예약하여 삭제하게 할 내용은 공유라는 목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장은 아주 어울리는 기능이죠. 향후 삭제하고 싶은 사진 등을 설정할 순 있겠지만, 어쨌든 메시지 서비스와는 활용부터 다릅니다.
 
 다만, 이런 장치를 만들어 둔다는 것은 잊힐 권리 논쟁 등 사생활 보호와 보호 범위가 어느 정도 사용자에게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워낙 많은 콘텐츠가 공유되는 상황이므로 게시물을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보호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에게 권한을 일부 넘기는 것은 페이스북이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방책이 될 것입니다. 포괄적으로 공유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게시물을 사용자가 현재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면 자동 삭제 기능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의를 지닐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당연히 페이스북에 좋은 기능으로 볼 순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콘텐츠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는 게 좋을 리 없죠. 그렇기에 자동 삭제 기능이 실험에서 그칠 가능성도 많습니다. 혹은 이후를 대비한 장치로 남겨 둘 가능성도 높습니다. 딱 그 정도인 기능입니다.
 
 그리고 많이 비교되는 슬링샷과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인도코끼리의 차이와 같습니다. 같지만, 다르죠. 그 차이를 놓고 봤을 때, 페이스북의 자동 삭제 기능은 청소년과의 연결이 아주 느슨합니다. 차라리 페이스북 메신저에 탑재했었다면 100% 그런 해석이 가능했을 겁니다.
 
 페이스북은 늘어나는 콘텐츠에 대한 장치를 고민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좀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자동 삭제 기능에 담긴 건 그게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