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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하이퍼랩스,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당시에는 '인스타그램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었고, 페이스북이 경쟁자를 지우려는 방안으로 돈을 쓴 것.'이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지난해 8월 글로벌인덱스의 조사를 보면 가장 인기 있는 앱 7위를 차지하면서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되레 헐값에 팔렸다는 평가를 듣는 처지가 되었죠.
 


하이퍼랩스,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
 
 마땅한 수익 모델은 없지만, 컴스코어의 조사를 보면 미국 사용자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6월 한 달간 보낸 시간은 1억 5,700만 분이며, 순 방문자 수는 2억 명으로 구글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이의 콘텐츠 공유가 가까워지면서 마치 구글과 유튜브의 관계처럼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 고스란히 페이스북 수익으로 넘어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스타그램은 타임 랩스 기능을 탑재한 동영상 촬영 앱, '하이퍼랩스(Hyperlapse)'를 출시했습니다. 타입 랩스는 영상을 빠르게 재생하는 기법으로 카메라를 고정해 촬영해야 하지만, 하이퍼랩스는 타임 랩스와 함께 자체적인 안정화 기술을 도입하여 흔들리더라도 높은 품질의 타임 랩스 영상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 안정화 기술은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이용하여 촬영 시 카메라의 위치를 인식하여 저장하고, 저장한 데이터를 영상 프레임에 적용하여 위치를 잡아줍니다. 덕분에 간단하게 촬영하지만, 영화를 촬영한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흔들림 보정을 해제한 영상은 촬영한 영상을 재생할 때 화면을 탭하고 있으면 나타납니다.
 
 재생 속도는 1~12배속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6배속으로 기본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촬영 시간을 보면 본래 촬영 시간 옆에 6배속 한 시간이 따로 표시되고, 촬영을 완료한 후 배속 설정에 따라 시간 표시도 변경됩니다.
 
 하이퍼랩스는 별도의 로그인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위해선 로그인이 필요하며, 저장한 영상을 카메라 롤에 저장하여 공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보면 겹치는 앱이 트위터의 바인입니다. 바인은 트위터에 공유할 수 있는 짧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앱으로 현재 전 세계 1천500만 명이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바인이 기존 트위터 사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얻은 것이 아니라 10대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는 겁니다.
 
 


 글로벌인덱스의 지난해 말 보고서를 보면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 서비스 및 모바일 앱 순위에서 1,021% 성장한 위챗이 1위였고, 2위가 639%의 바인이었습니다. 바인이 초기 다운로드 수보다 사용자가 크게 줄었지만, 10대 시장에서는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료입니다. 그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85% 성장한 6위에 그쳤습니다.
 
 페이스북은 10대 사용자 이탈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를 쌓았지만, 10대가 성장하면서 페이스북에 가입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대학이나 직장,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위치로 가면서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글로벌인덱스 조사에서 페이스북은 69% 성장률로 트위터와 13위였습니다. 그나마 페이스북 메신저가 89%이긴 했지만, 바인의 성장률을 보면 10대 시장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최근 출시한 것이 슬링샷이었고, 그나마 10대 층을 공략하고 있던 인스타그램은 동영상 공유에 적합한 하이퍼랩스를 출시했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10대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지만, 해석 범위를 좀 더 넓히면 인스타그램의 페이스북의 경쟁자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사진 공유야 페이스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인스타그램 특유의 필터 기능과 쉬운 동작 방식은 인스타그램으로 촬영하여 사진을 공유하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굳이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할 필요는 없으나 인스타그램으로 쉽게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접근성의 무게는 기울기 마련이고, 이는 인스타그램 사용자와 페이스북을 연결하는 고리로 작용합니다.
 
 이런 고리가 시너지로 작용한다면 하이퍼랩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이퍼랩스를 인스타그램이 출시했지만, 공유 자체는 인스타그램이든 페이스북이든 어느 쪽이든 선택하여 접근하도록 합니다. 대신 영상 촬영 기술을 달리하여 촬영한 영상의 품질을 높여서 사용자가 접근하게 하고, 높은 품질의 영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쉽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뉘는 것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지만,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용자나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지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사용자, 혹은 페이스북을 꺼리는 10대가 바인과 같은 효과로 하이퍼랩스에 접근한다면 인스타그램으로의 공유를 늘릴 수 있을 테고, 페이스북과의 고리가 시너지로 작용한다면 그건 페이스북의 10대 시장에 대한 성과로 넘어갈 것입니다.
 
 해석이 상당히 거창해 보이지만, 장이 열린 직후 침울했던 페이스북의 주가는 하이퍼랩스 발표 후 1.25%까지 치고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는 똑같이 스냅챗을 겨냥하여 10대 시장을 키우려던 슬링샷이 출시했을 때와 다른 반응입니다. 그만큼 확장을 통한 신규 유입에 거는 기대가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에 더 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구글은 유튜브는 1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당시 유튜브를 매력적인 웹 서비스로 보긴 했지만, 거품으로 보기도 했으며, 2009년까지 해마다 4억 5천만 달러 수준의 적자를 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것이 거품이라고 얘기하는 이는 없습니다. 오히려 저렴하게 구매했다고 평가하며, 적자를 버티면서 운영할 매력이 있었다고 평가하죠.
 
 그건 단순히 유튜브가 흑자로 돌아선 덕분이 아니라 유튜브가 구글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것이 구글의 성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유튜브가 독자적으로 운영되지만, 전략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를 구글이 얻으면서 그것이 곧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이유가 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관계도 그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하이퍼랩스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에 대한 해답의 단초입니다. 하이퍼랩스,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 나아가 이 서비스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