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빌보드-테일러 스위프트, 스트리밍 전쟁에 새로운 국면을 맞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발을 빼버린 지 3주 차입니다. 스위프트는 스포티파이를 맹비난하면서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주장했고, 스포티파이는 자신들도 법에 따라 많은 저작권료를 내고 있으며, 절대 도둑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빌보드-테일러 스위프트, 스트리밍 전쟁에 새로운 국면을 맞다
 
 스위프트와 스포티파이가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부분은 음원 유통 과정 중간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의 분배입니다. 중간 유통사와 해결을 보지 않으면 스위프트와 스포티파이를 절대 제대로 된 타협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위프트는 여전히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쉽게 마무리되지 않으리란 얘기죠.
 
 


 빌보드는 빌보드 200의 순위에 스트리밍 재생 건수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트리밍 건수를 반영한 차트는 다음 달 3일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스위프트와 갈등을 빚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물론이고, 비츠뮤직, 구글 플레이 등의 스트리밍 건수가 전부 빌보드 순위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이는 음악 산업에서 스트리밍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빌보드는 2003년부터 디지털 판매를 순위에 포함했지만, 지난 1월에 디지털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를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줄곧 디지털 판매는 줄었고, 스트리밍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면서 빌보드도 자연스러운 순서로 스트리밍을 순위에 반영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대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도 줄어드는 디지털 판매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구글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유튜브를 이용한 음악 스트리밍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판도라, 스포티파이 등 스타트업이 틈새로 파고들었던 스트리밍 시장이 완전한 주류 시장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 빌보드의 결정은 스트리밍이 새로운 산업이 아닌 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직접 말하며, 스트리밍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실마리가 되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창작자에 돌아가는 수익에 대한 쟁점을 제대로 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via_Nashville Edge


 덕분에 스위프트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21일, 스위프트의 신곡인 블랭크 스페이스(Blank Space)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4주 연속 1위를 달성한 쉐이크 잇 오프'(Shake It Off)'의 뒤를 이어 연달아 1위를 차지했고, 이는 여자 가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새 앨범인 1998의 완성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며, 그녀가 왜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인지 증명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스트리밍와 결별했고, 빌보드는 스트리밍을 순위 집계에 넣을 예정입니다.
 
 물론 스트리밍을 집계에 포함하더라도 당장 스위프트의 순위에 큰 변동이 있으리라 예상하진 않습니다. 그 정도로 1998의 판매량이 경이롭고, 스트리밍과 등지면서 일부 팬들과 마찰을 빚었음에도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앨범을 구매할 소비자는 구매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스포티파이의 CEO인 다니엘 엑(Daniel Ek)이 말한 것처럼 그녀가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음원을 제거한 후 1998은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고, 스트리밍은 불법다운로드를 방지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겁니다. 단지 수익 배분에 문제가 있을 뿐, 모델 자체가 비난받을만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걸 빌보드가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그녀가 스트리밍의 경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더라도 이후 스트리밍이 주도적인 시장에서 앨범 판매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설사 앨범 판매를 고집하더라도 음악 시장은 그녀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 갈테죠. 음악 시장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그녀도 결국에는 스트리밍 시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리밍과의 싸움이 아니라 음악 시장과의 싸움이 돼버린 겁니다.
 
 


 그녀는 '음악은 예술이고, 예술은 드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술의 가치가 높게 인정받아야 하고, 창작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필자도 이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음악이 시장성을 띄는 순간 가치는 수익과 직결하게 됩니다.
 
 그녀가 순수하게 예술성만으로 인정을 받으려 한다면 굳이 스트리밍을 비난할 이유는 없습니다. 수익을 떠나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앨범 판매만 하면 될 일이고, 그걸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대신 음악 산업이 스트리밍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리밍이 음악의 가치를 해친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오케스트라의 가치를 LP 레코드가 망친 것이 될 테니까요. 더군다나 그녀의 음악은 오케스트라와 달리 대중음악입니다.
 
 이번 빌보드의 결정으로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는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어떤 결정을 하든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의 큰 축이 될 것이라는 걸 막을 순 없고, 음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도리가 없습니다. 그녀가 스트리밍과 영원히 결별하든 스트리밍으로 돌아오든, 그 선택에 동의할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다만, 스트리밍 자체를 비난하는 일은 멈출 수 있길 바라고, 그런 국면을 맞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