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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MS와 구글, 이메일에 집중하는 이유


 지난달, 구글은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인 '인박스(InBox)'를 출시했습니다. 자동으로 이메일을 분류하고, 이메일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강조하기도 합니다. 완벽히 자동화한 이메일 경험을 제공하진 못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도이며, 가까운 미래에 지메일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모으고 있습니다.
 


MS와 구글, 이메일에 집중하는 이유
 
 이메일은 오랜 시간 업무 환경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죠. 그런데 슬랙(Slack) 등의 협업 도구가 생겨나면서 이메일의 위치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메일이 업무보다 개인 인증을 위한 용도로 널리 쓰이게 되고, 일종의 연결 고리가 되면서 계정으로서 의미는 있어도 본래 목적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업용 오피스 365 계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메일 필터인 '클러터(Clutter)'를 출시했습니다. 클러터가 공개된 것은 올해 상반기지만, 기업용 버전 이후 11월 말에 정식 버전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클러터의 방식은 간단합니다. 지능적으로 개선한 이메일 필터로서 사용자가 읽어야 할 이메일과 그렇지 않은 이메일을 분류하고, 중요하지 않은 이메일은 따로 보관합니다. 스팸을 처리하는 방식 같지만, 스팸처럼 완전히 분리하여 삭제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이메일만 빼내어 따로 보관하게 함으로써 나중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클러터는 학습을 하게 되며, 사용자가 직접 특정한 이메일을 분류하면 이를 인식했다가 이후 비슷한 이메일을 자동으로 분류합니다. 사용할수록 불필요한 이메일의 분류도 정교해지겠죠.
 
 정확히 분류할 수만 있다면 사용자가 이메일을 하나씩 정리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만, 구글의 인박스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이메일 패턴을 완벽히 파악하여 자동화하긴 어려우므로 결국에 사용자는 수동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할 것입니다. 그 점이 클러터와 인박스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죠.
 
 재미있는 건 왜 MS와 구글이 구식이라면 구식이 된 이메일에 집중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분명 이메일은 계속 쓰이겠지만, 특히 MS는 클러터를 비즈니스용으로 먼저 내놓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협업 도구입니다. 슬랙이나 큅처럼 이메일을 이용하지 않고도 정보를 전달하고, 협업을 한층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기면서 이메일의 입지는 좁아지는 것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슬랙만 하더라도 직원들의 이메일을 이용해서 그룹을 형성하고, 이메일 계정으로 접속하지만, 이메일이 아닌 방식으로 소통하도록 합니다. 이메일 계정이 연결 고리 역할만 하는 것입니다.
 
 이메일 자체가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 이메일 계정은 인증 계정의 역할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이메일을 써야 하는 이유와 이메일이 편리한 도구라는 점을 강조해야 하고,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합니다. 클러터나 인박스가 이메일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기능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럼 MS나 구글도 비슷한 협업 도구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두 번째 이유입니다. MS나 구글도 이미 기업 시장에서 협업 환경을 잘 구축하고 있습니다. MS는 대표적으로 익스체인지가 있고,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협업의 거리를 좁혔죠.
 
 라디카티 그룹(Radicati Group)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메일 계정 수가 매년 6% 증가할 것이고, 사용자는 3%씩 증가하여 2018년에는 28억 명이 이메일을 사용하리라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기업용 이메일은 매년 7% 성장하여, 2018년에는 하루 평균 300억 개의 이메일이 전송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업 환경에서 이메일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을 거란 분석입니다. 중요한 건 늘어난 이메일 사용이 슬랙처럼 협업 도구와 연결하고, 이메일 사용은 연결한 곳의 소식을 전달받기 위한 것에 국한될지, 실제 이메일을 협업 환경에 사용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즉, 늘어나는 기업 이메일 사용을 붙잡고, 기업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여 새로운 협업 도구와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MS와 구글입니다. 아예 새로운 협업 도구를 만들기보단 어차피 이메일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으므로 증가하는 이메일을 지능적으로 정리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이메일에 반응할 수 있도록 하면 굳이 새로운 협업 도구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자사 협업 도구와 함께 이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MS와 구글의 협업 도구도 이메일 계정을 연결 고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메일 계정이 기업 시장에서 외부로 빠져나가기보단 머물게 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웹은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이메일은 상당히 느립니다. SNS 등의 다양한 소통 활로가 생긴 탓이기도 하지만, 이메일을 발전시켜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그리 환영받을만한 시도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메일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클라이언트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계정을 쌓는데 열을 올렸습니다.
 
 이 판도를 바꾼 것이 새로운 협업 도구입니다. 슬랙 등의 도구가 없었을 때는 어쨌든 이메일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슬랙이 등장한 현재에도 이메일이 소멸한 것은 아니고, 병행하고 있으나 실제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분명하죠. 그헣다면 계정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정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서비스 업체에 묶여있도록 하고, 이메일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클러터나 인박스가 이메일 사용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순 없을 겁니다. 대신 클러터는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사용자가 원하는 분류 패턴을 가지도록 했으며, 인박스는 이메일 안에 리마인드 기능 등을 탑재하여 더욱 넓은 활용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메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메일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MS와 구글의 큰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