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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워싱턴포스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아마존은 199달러의 태블릿, 킨들 파이어를 2011년에 출시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아마존 서비스와의 연계는 앱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업계의 쟁점을 피해 무서운 속도도 팔렸습니다. 앱스토어도 있었지만, 영화, TV, 전자책, 음악 등의 콘텐츠가 태블릿에 녹아들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아마존, 워싱턴포스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시너지를 오랫동안 유지하진 못했습니다. 애플은 이미 아이튠즈 생태계를 지닌 상태에서 가격으로 경쟁했던 것이고, 구글은 꾸준히 콘텐츠 생태계를 강화했으며, 가격도 저렴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놓자 이래저래 쉽지 않았던 겁니다. 아마존은 새로운 확장을 시도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아마존이 인수한 것이 아니라 베조스 개인이 사들인 것이며, 재정난을 겪던 워싱턴포스트에 중요한 자금줄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필자는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뉴스 전달 양식을 사업에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이 종이 신문을 포기하고, 뉴스위크도 태블릿 신문에 전념하기로 한 시점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종이 신문 판매량을 전자 신문이 따라 잡았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죠.
 
 워싱턴포스트의 CEO인 캐서린 웨이머스는 인수 당시 '베조스는 누구보다 기술 혁신의 기회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미디어가 기술 시장을 읽고, 뉴스 비즈니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도록 했습니다. 베조스가 자금줄일 뿐만 아니라 뉴스 전달 방식에서 워싱턴포스트를 기술적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 말이죠.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의 파이어 태블릿을 위한 전용 뉴스 앱을 출시했습니다. 파이어판 워싱턴포스트는 하루 2회 새로운 뉴스를 전달하며, 파이어 태블릿 사용자는 6개월 동안 무료로 전문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무료 구독 이후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그동안 태블릿에는 149달러의 구독료를 받았었습니다. 아마 그보다 낮은 금액으로 책정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IDC 보고서를 보면 아마존의 전 세계 태블릿 점유율은 1.9% 수준입니다. 작년의 3.7%보다 절반이 줄어든 것으로 미국 태블릿 시장만 보면 강자처럼 보이지만, 전체 태블릿 판매량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줄어드는 점유율을 내버려둘 수 없는 게 아마존입니다. 그럼 초기에 지적받은 앱 생태계를 공고히 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존은 자사 앱스토어가 1년 동안 3배나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전히 몇 가지 킬러앱 부재를 떠안고 있지만, 등록된 앱은 24만 개 수준이며,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파이어 태블릿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유지하고는 있는 겁니다.
 
 단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태블릿에 태블릿만의 기능이 명확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돈을 추가해서라도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파이어 태블릿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죠. 더군다나 성장 중인 중국 시장의 점유율을 챙기고 있지 못하므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고, 그만큼 명확한 기능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애플이 계속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강조하는 이유를 아마존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이죠.
 
 앱은 워싱턴포스트가 출시했지만, 아마존의 입김이 빠져있진 않을 겁니다. 워싱턴포스트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베조스가 자사 제품으로 뉴스에 쉽게 접근하길 바라고 있었을 테니까요. 필자는 이것이 파이어 태블릿을 구매할 이유로 직결하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아마존은 지난 9월, 더 저렴해진 파이어 태블릿을 출시했고, 7인치 모델은 149달러, 6인치 모델은 99달러로 전체 태블릿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작은 사이즈 모델들입니다.
 
 패블릿의 등장으로 줄어드는 7인치 태블릿을 굳이 이 시점에 출시한 이유는 패블릿과 차이를 두지 않은 채 저렴한 가격으로 별도의 태블릿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아마존에 특화한 서비스로 기기 간 차이를 두겠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앱도 그런 맥락에 있죠. 워싱턴포스트를 인터넷판으로 구독하는 사람은 연간 99달러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는 가장 저렴한 파이어 태블릿의 가격입니다. 그리고 해당 태블릿을 구매하면 6개월간 무료로 워싱턴포스트 전문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단지 신문을 읽기 위한 기기로 구매해도 충분할 가격 경쟁력과 정책을 선보인 것입니다. 나머지 기능이 덤이 되더라도 꽤 매력적인 포지셔닝이죠. 실상 시너지는 가격에서 발현하며, 상당히 재미있는 접근이라 필자는 평가합니다.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뉴스는 독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투명한 저널리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뉴스를 접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워싱턴포스트는 파이어 태블릿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용으로도 앱을 출시할 계획이며, 대신 태블릿의 가격 경쟁에 워싱턴포스트를 집어넣는 형태로 대응하게 전략을 구성했습니다.
 
 이 전략에는 2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파이어 태블릿의 새로운 포지셔닝 확보와 하나는 워싱턴포스트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도 가디언이나 뉴스위크처럼 태블릿 시장에 몰두해야 상황이니까요.
 
 아마존과 워싱턴포스트 사이에서 시너지를 마련하려는 베조스의 고민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