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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클래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


 지난해, 블랙베리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 11월부터 CEO를 맡은 존 첸은 저가 제품으로 신흥 시장 공략과 블랙베리 메신저(BlackBerry Messenger ; BBM) 등 소프트웨어 집중, 그리고 폭스콘과의 협력으로 신흥 시장 공급을 빠르게 늘렸습니다.
 


블랙베리 클래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
 
 지난 9월, 블랙베리는 야심작 '패스포트(Passport)'를 출시했습니다. 4.5인치 1440 x 1440 해상도의 정사각형 디스플레이에 물리 쿼티 자판을 탑재한 특이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죠. 그리고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패스포트와 함께 선보인 '블랙베리 클래식(Blackbarry Classic)'도 드디어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7일(현지 시각), 블랙베리는 클래식을 선보였습니다. 물리 키보드, 트랙패드를 탑재하여 과거 블랙베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운영체제인 블랙베리10(BB10)과 블랙베리 블렌드(BlackBerry Blend) 등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포함하여 볼드를 계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가격은 449달러로 약정 없이 구매할 수 있으며, 599달러인 패스포트보다 저렴합니다.
 
 클래식이란 명칭처럼 설명할 것이 많은 제품은 아닙니다. 패스포트에서 빠진 키가 물리 키보드에 탑재되었고, 트랙패드가 있으며, 볼드를 계승한 디자인으로 변경한 제품이라고 하면 간단한 설명을 끝낼 수 있을 만큼 익히 알고 있는 블랙베리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클랙식은 출시 후 매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Z10의 품귀 현상이 재현된 것으로 본다면 제품 품질에서 점수를 깎아 먹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Z10에서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한 블랙베리 제품이 다시 품귀를 겪고 있다는 건 흥미롭죠.
 
 물론 앞서 패스포트의 성적이 좋았던 게 효과를 본 것일 수 있습니다. 다만, 패스포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걸 돌이켜보면 클래식의 상황은 쐐기를 박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블랙베리가 시장 요구에 맞춰 풀터치스크린을 탑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뒤집은 채 좋은 분위기라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왜 클래식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요? 단지 물리 키보드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여 블랙베리를 선택하게 한 것일까요? 물리 키보드만으로 흥행할 수 있었다면 블랙베리의 상황이 영 나아진 건 아닐 겁니다.
 
 


 먼저 이전 수요가 다시 블랙베리에 관심 둘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이폰이 등장한 시점에서 시장 욕구는 풀터치스크린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풀터치스크린에 대한 욕구가 폭발한 이유는 터치스크린 자체에 있지 않고, 넓찍한 화면과 이에 적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 웹 브라우징이나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즐기기도 훨씬 유리하죠.
 
 그러나 폭발했던 욕구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소비자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오락보다는 업무 활용에 주로 사용하거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스마트폰이 필요하거나 스마트폰 사용 양식을 풀터치스크린에 두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된 겁니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생활 양식에 맞춰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블랙베리가 차지할 수 있는 영역, 즉, 물리 키보드나 트랙패드를 이용한 차별화한 인터페이스, BBM, 블랙베리 블렌드, 블랙베리 링크(Blackberry Link) 등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그리고 부족하지만 나름 갖춰진 킬러앱만으로도 소비자가 블랙베리를 선택할 명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블랙베리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블랙베리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생각해봅시다. 블랙베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신기했을 만큼 유행하는 동향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하면 현재 블랙베리를 사용한다는 건 뚜렷한 개성을 나타냅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는 이제 흔하죠. 생활 양식에 따라서 활용은 소비자마다 다르고, 개성은 있겠으나 제품 자체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러나 상기했듯이 생활 양식을 풀터치스크린에 두지 않아도 될 소비자는 블랙베리를 선택 범위에 넣을 수 있고, 제품만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현재 클래식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과 비교하여 특출나게 할 수 있는 건 한 손으로 오타를 적게 내면서 타이핑이나 블랙베리가 제공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게 전부입니다. 대신 이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을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으로 단번에 비칠 수 있고, 그건 제품이 소비자를 드러나게 하는 개성을 부여하는 것이 됩니다. 그럼 블랙베리의 개성을 비슷하게 내도록 하는 경쟁 제품이 얼마나 있나요? 생활 양식만 만족하면 클래식은 좋은 선택이죠.
 
 세 번째는 더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말 기대할 게 없어졌습니다. 긴 설명 대신 중저가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증명할 수 있는데, 이전에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에 접근하기 위해 소비자가 지갑을 열었다면 현재는 더딘 기술 발전에 소비하기보다 자신의 스마트폰 활용에 맞는 수준의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클래식은 아이폰보다 저렴하며, 블랙베리만의 특징은 더딘 기술 발전에 질린 소비자의 눈을 돌리게 할 만큼 흥미롭죠.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한다면 정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블랙베리 제품은 독보적인 포지셔닝에 놓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블랙베리가 드디어 해냈다고 평가합니다. 2년 전에 블랙베리가 물리 키보드를 떼버리고, 풀터치스크린에 주력하겠다고 했을 때, 필자는 블랙베리가 정체성을 내다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BB10에 대한 기대는 있었지만, 정작 BB10으로 주력한 건 풀터치스크린으로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와 맞붙겠다는 거였고, 그것이 실제로 무모한 전략이었다는 건 공중분해 직전까지 가면서 증명되었습니다.
 
 그랬던 블랙베리가 다시 원래 정체성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필자가 언급한 세 가지 이유를 보면 시기가 블랙베리에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블랙베리가 황천길 문턱을 넘으면서 고민한 것들이 패스포트나 클래식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블랙베리가 해야 할 건 되찾은 정체성을 지키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