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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토요타, 수소연료전지 특허를 개방하다


 지난해 6월,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 관련 특허를 전면 개방했습니다. 테슬라의 수장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테슬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직접 특허 공개 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전기차 기술 보급으로 시장을 넓히고, 그만큼 테슬라의 경쟁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발판이었습니다.


토요타, 수소연료전지 특허를 개방하다

 테슬라가 특허를 개방한 가장 큰 이유가 전기차 보급에 있지만, 그 밖에 이유라면 현대와 토요타 영향도 있었습니다. 몇몇 전기차 업체가 파산하자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았고, 그럼에도 테슬라, 닛산, BMW가 워낙 주목받은 탓에 현대와 토요타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테슬라는 특허 개방을 차세대 자동차 주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토요타는 자사 수소연료전지차(FCV) 관련 5,680건의 특허를 5년 동안 무상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1,970건의 연료 전지 스택 특허, 290건의 고압 수소 탱크 특허, 3,350건의 연료 전지 시스템 제어 특허 등 FCV 개발에 기초가 될 다수 특허를 개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시장 진출이 어려운 자동차 분야에 신생 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활로를 마련한 겁니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특허 개방 이후 이를 단초로 전기차 생산 업체들이 협력하여 인프라 강화에 나서면서 소비자 시장에서도 전기차가 꾸준히 주목받은 것과 다르게 FCV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는데, 토요타가 특허를 개방하면서 FCV에 대한 관심도 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FCV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던 건 아닙니다. 단지 전기차처럼 인프라 구축에 애를 먹는 것이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현대입니다. FCV는 사실상 토요타와 현대만 경쟁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BMW, 제너럴모터스(GM) 등도 FCV에 관심은 두고 있으나 되레 파이가 커진 전기차를 핵심 분야로 두지만, 토요타와 현대는 전기차를 대신하여 FCV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비중으로만 보면 여느 업체보다 큰 것입니다.
 
 고로 다수 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특허를 개방하더라도 전기차처럼 인프라 강화에 빠르게 탄력받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개방한 특허 기간은 앞으로 5년간이며, 이후 연장할 수도 있으나 그 탓으로 과감하거나 적극적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현대가 숟가락을 얹는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랬을 때 토요타의 FCV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할 수 있기에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토요타의 특허 개방의 의미가 매우 작아지는데, 어째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요?
 
 


 FCV 파이를 키우려는 방안은 맞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파이를 키우는 게 토요타에 득이 되진 않습니다. 단지 5년 후라면 해당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는데, 필자는 토요타가 그걸 노렸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 사실대로 전기차 대신 FCV를 개발하고자 뛰어드는 단순한 업체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최근 유가 하락이 지속하면서 전기차 생산 업체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내림세가 얼마 동안 이어질지 모르지만, 친환경 자동차로 장기적인 전략을 진행했던 업체들의 발목을 붙든 것입니다. 개발이 중단하진 않아도 현상은 주가 하락부터 나타났고, 주가 변동에 따라서 투자 방향도 금세 틀어졌습니다. 보급 단계에 훨씬 앞선 전기차가 이런 상황에 놓이자 FCV에 대한 관심을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올해부터 자동차 업체들의 FCV 양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유가 하락이 발목을 잡으면서 이런 계획도 철퇴를 맞았습니다. 업체들은 FCV의 활성화에 5년을 내다보고 꾸준히 모델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발표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업체가 현대와 토요타였던 거죠. 이걸 토대로 생각해보면 FCV의 로드맵이 5년을 내다보고 결정되었다는 점과 FCV 특허 개방 기간이 맞물린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토요타의 특허 개방은 유가 하락에 주춤했던 FCV에 대한 관심을 돌려놓을 만했습니다. 전기차처럼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공격적인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자사 로드맵을 실행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최대 경쟁자인 현대가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서더라도 큰 손해가 아니라고 계산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토요타는 기술 표준 확보와 로드맵 실행의 혜택을 특허 개방으로 노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만약 현대를 비롯하여 BMW나 GM이 2020년까지 FCV에 꾸준히 진입하고자 한다면 토요타를 거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특허의 사용 문제가 아니라 토요타는 마치 5년 후 현재 테슬라와 같은 지위를 FCV 분야에서 차지하겠다는 생각인 거죠.
 
 


 분명한 건 토요타는 특허 개방으로 5년 안에 이득을 취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FCV의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상기한 테슬라의 지위는 FCV를 주도하는 듯한 포지셔닝을 얘기하는 것인데, 유가 하락으로 가장 먼저 주가 내림세를 맞은 게 테슬라였습니다. 전기차 업체로 워낙 유명하고,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서 핵심 업체로 꼽히니 말입니다. 단지 유가 하락이 전기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게 한 업체도 테슬라입니다.
 
 기름과 전기의 대결이 아니라 자동차의 성능과 연비, 나아가 소프트웨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탓에 테슬라의 경쟁력을 전기차에 두면서도 높게 보는 겁니다. 토요타는 FCV 분야에서 이런 지위를 획득할 생각입니다.
 
 이번 결정이 토요타에 FCV 분야의 왕관을 올려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