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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의 '다른' 사물인터넷


 지난해 블랙베리는 패스포트와 클래식을 연달아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멋지게 재기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블랙베리의 제품을 1년 동안 시장에서 주목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럼 블랙베리의 올해 전략을 무엇일까요? 블랙베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그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블랙베리의 '다른' 사물인터넷
 
 분명한 건 블랙베리가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과 직접 경쟁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 시장을 정조준했고, 패스포트와 클래식은 꽤 좋은 포지셔닝을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 물리 쿼티 키보드로 승부를 걸었다는 게 블랙베리의 정체성을 돋보이게 했죠. 다만, 좋은 포지셔닝에서도 경쟁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블랙베리의 파이는 아주 작습니다.
 
 


 블랙베리는 CES 2015에서 '곧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에서 BBM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웨어러블과의 연결, 나아가 멀티 플랫폼 지원으로 블랙베리 서비스를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연결할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핵심은 그다음입니다. 이어 블랙베리는 자사 QNX를 이용한 '블랙베리 사물인터넷(IoT) 플랫폼(BlackBerry IoT Platform)'을 선보였습니다. 발표와 함께 공식 페이지에 IoT 항목이 추가되었는데, 블랙베리가 그만큼 사물인터넷을 핵심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블랙베리 사물인터넷 플랫폼은 우선 자동차(Automotive)와 자산관리(Asset Tracking)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QNX를 차량에 직접 탑재하여 로그를 수집하여 자동차의 유지 보수 및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여타 경쟁 제품과 달리 자동차의 정보를 수집하여 운영에 도움을 주는 도구죠. 자산관리는 좀 더 세분화하였는데, 화물을 추적하거나 부패하기 쉽거나 위험 물질의 운송에 도움을 주고, 운송 차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리될 텐데, 자동차와 자산관리로 분리했지만, 실상 블랙베리가 사물인터넷으로 노리는 것은 다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경쟁하는 스마트폰에 이은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카, 그러니까 일반 시장의 소비자가 아닌 자동차 제조사나 운송 업체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동차의 유지 보수 및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자동차 제조사가 블랙베리 IoT 플랫폼을 이용해서 고객의 자동차의 수집된 로그를 분석하여 부품이 낡거나 고장 우려가 있을 때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운송업체라면 운송 차량을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겠죠. 그리고 자산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화물을 기간에 맞춰 운송하거나 적재량에 따라서 운송 차량을 운용하는 등 유연하게 관리하여 운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여기서 블랙베리의 다음이 돋보이는데, 블랙베리 사물인터넷 플랫폼에는 API나 관리자 콘솔, 보안 등의 기술 지원을 포함하면서 '메시징'이나 '안드로이드 지원'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론 메시징이라는 건 BBM만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메시징, 알림, 파일 공유 지원을 포함한 것인데, 단지 BBM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장하면 BBM을 통한 메시징, 통화, 영상 통화, BBM 채널과 여기서 나타나는 알림까지 사물인터넷과 연결하는 전제를 깔아놓고 있습니다. 그런 카드를 쥐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는 멀티플랫폼 전략의 하나이자 현재 블랙베리 제품의 앱이 대부분 안드로이드라는 점에서 꽤 명쾌합니다. 상기한 '안드로이드 웨어에서 BBM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조금만 확장해서 생각하면 사물인터넷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안드로이드 웨어에서 구현하도록 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안드로이드 웨어가 크게 노리는 건 일반 소비자 시장이고, 블랙베리는 대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안드로이드 웨어를 지원하여 먼저 공략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물인터넷 분야에 블랙베리의 정체성을 포함해서 아예 다른 경쟁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상당히 흥미로우면서 소름 돋는 접근입니다. 운송 업체가 원하는 스마트카는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날씨를 알려주거나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을 탑재한 것이 아닌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정확히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적용하여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동차입니다. 블랙베리를 이 수요를 제대로 꿰뚫었습니다.
 
 


 블랙베리가 앱을 늘리고, 콘텐츠 서비스로 확장한 생태계로 승부를 겨루기는 이미 늦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개발하지만, 노려야 할 것은 미래 성장 동력과 연결하여 확장할 수 있는 생태계와 그것을 통한 스마트폰, 스마트폰과 연결한 플랫폼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블랙베리 사물인터넷 플랫폼은 블랙베리가 현재 위치를 잘 파악했다는 걸 증명한 매우 치밀하게 짜인 전략입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의 활용, 절제된 멀티 플랫폼 접근, 수요층 분석, 그리고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까지 단조로운 경쟁 업체들의 사물인터넷 전략에 화두를 던진 셈입니다.
 
 블랙베리는 블랙베리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4월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놀라운 전략처럼 블랙베리가 올해 사물인터넷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올해의 끝자락은 더는 먼 길을 봐야 하는 지금과 같지 않으리라 필자는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