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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네스트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우수한 이유


 말 그대로 쏟아졌습니다. CES 2015는 사물인터넷(IoT)의 장이었습니다. 지난해도 몇몇 사물인터넷 제품이 눈길을 끌었지만, 올해는 사물인터넷 개념을 포함하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게 더 빠를 만큼 대부분 제품이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웨어러블 분야는 당연하고, 자동차도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접근이 활발했습니다.
 


네스트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우수한 이유
 
 그렇지만 뭐니해도 주목해야 할 것은 플랫폼입니다. 여러 사물인터넷 아이디어가 등장한 시점에서 어떤 플랫폼이 주도권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플랫폼으로 끌어모으느냐는 앞으로 사물인터넷 판도에 가장 중요한 쟁점이죠. 그리고 단연 최고를 꼽으라면 '네스트(Nest)'입니다.
 
 


 구글은 6개월 전, '웍스 위드 네스트(Works with Nest)'라는 네스트 연결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웍스 위드 네스트는 네스트와 연동하는 사물인터넷 제품을 개발하고, 네스트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CES 2015에서 몇 가지 네스트 연동 제품을 만날 수 있었죠.
 
 구글은 네스트 웹 페이지를 통해 CES 2015에 등장한 7가지 웍스 위드 네스트 제품을 소개했습니다. 어거스트(August) 스마트 록(Smart Lock)와 퀵셋(Kwikset)의 키보(Kevo)는 네스트와 연동할 수 있는 잠금장치입니다. 스마트 록과 키보는 잠금을 해제하여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온다는 걸 확인하면 해당 정보를 네스트로 보내서 냉난방을 시작해 온도를 조절합니다. 장치끼리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겁니다.
 
 차지포인트(ChargePoint)는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업체로 네스트가 제공하는 러시아워 리워드 프로그램(Rush Hour Reward Program)에 가입하면 네스트와 연동하여 전기가 비싼 시간에 맞춰 충전을 멈추고, 네스트를 통한 온도 조절까지 한 번에 진행하여 사용자의 에너지 절감을 돕습니다. 차고의 사물까지 연결하여 집안 전체의 에너지 절감에 효과를 볼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CES 2015에서 월풀(Whirlpool)이 선보인 새로운 세탁기와 건조기는 에코부스트(EcoBoost)라는 기술로 사용자가 집을 비웠다는 걸 네스트로 확인하여 전기 소비를 줄이도록 자동 모드를 실행합니다. 전기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스스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또한, 차지포인트처럼 러시아워 리워드 프로그램에 가입하여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우마(Ooma)’가 개발한 VoIP 집 전화 시스템은 자녀가 학교에서 마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 집주인에게 전화로 경고를 보냅니다. 위딩스(Withings)의 WASS(Withings Aura Sleep System)은 사용자가 밤에 수면을 취하는 동안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온도를 설정하게 하고, 사용자가 일어나면 네스트에 알려서 온도를 다시 조정하게 합니다. 이미 유명한 필립스(Philips)의 휴(Hue)는 네스트로 문제를 감지했을 때 자동으로 표시등을 켜서 사용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 밖에 온도 조절에 영향을 주는 천장 팬을 개발한 BAF(Big Ass Fans), 네스트와 다양한 가전의 연결을 시도한 LG 등 네스트를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CES 2015에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주목을 받은 건 구글뿐만 아닙니다. 애플이 iOS 8부터 포함한 홈 킷(Home Kit)을 활용한 사물인터넷 제품도 많이 출품되었고, 키보나 휴 등도 iOS와 연동하면서 홈 킷과의 시너지를 먼저 기대한 제품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네스트 플랫폼이 홈 킷보다 우수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그렇습니다. 애플의 홈 킷은 어쨌든 iOS입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연결하죠. 물론 애플 TV가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현재 상황만 보면 네스트는 스마트폰보다 네스트의 서모스탯(Thermostat)과 화제경보기(Smoke + CO Alarm)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네스트도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어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지만, 핵심은 네스트 플랫폼의 확장이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즉, 여러 사물인터넷이 네스트와 연결한 탓에 스마트폰과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고, 단지 앱으로 연결점을 만들 수 있다면 멀티 플랫폼 전략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네스트 플랫폼을 iOS나 모바일 윈도 플랫폼에 옮겨놓기만 하면 사용자는 풍부한 네스트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겠죠.
 
 만약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에 접근하고자 했다면 앱이 중심이 되어 홈 킷과 균형을 맞춘 상황, 호환하는 앱의 차이가 사물인터넷 격차를 벌려놓았겠지만, 네스트라는 기반에서 뻗어 나간 플랫폼과 그 기반을 네스트를 중심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건 확실히 구글 쪽으로 기울게 하는 것입니다. 호환성의 문제가 아니라 네스트라는 구심점으로 사물인터넷 주도권을 잡았을 때, 멀티 플랫폼이나 사물인터넷 연동의 결정권도 구글이 쥘 수 있다는 점이 네스트 플랫폼을 낙관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이자 우수하다고 한 연유입니다.
 
 가령 사물인터넷 업체가 iOS를 지원하는 앱을 내놓더라도 네스트와 연동하여 여타 사물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라면 결국은 네스트를 품어야 합니다. 이는 지금처럼 '네스트와 제품 간 연결'보다 나아가 '네스트와 제품 간 연결 및 네스트를 통한 제품 간 연결'까지 확장했을 때 더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겠죠.
 
 


 아직 네스트가 사물인터넷 주도권을 가져가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넋을 놓고 있기에 구글의 행보가 매우 공격적이면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대응에 빠르고, 확실하다는 걸 CES 2015가 증명했습니다.
 
 홈 킷을 내세운 애플이나 사물인터넷을 성장 동력으로 꼽은 삼성도 이를 놓쳐선 안 될 것입니다. 네스트 플랫폼 전략의 골자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성장하려는 서드파티 업체에 새로운 기반인 네스트를 두는 것이며, 네스트를 확장한 상태에서 스마트폰으로 개인과 연결하게 함으로써 플랫폼의 분산을 막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재 네스트와 연동하는 제품을 개발 중인 업체는 대략 5,000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갖 사물이 네스트와 연결할 지점, 또는 집집이 네스트가 설치된 지점을 보는 것이 오래 걸릴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올해는 네스트가 플랫폼으로 성장할 적기이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경쟁 업체들의 승부수를 지켜볼 만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