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기술 분야에 깊은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애플 워치를 구매할 것인지, 구매하지 않을 것인가의 좌표가 아니라 '애플이 5년 만에 내놓은 새 카테고리', '2015년이 웨어러블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점' 등 애플 워치의 동향에 따라서 기술 업계 방향도 영향을 받을 건 명확합니다.
애플 워치에 걸린 세 가지 쟁점
'2015년이 웨어러블의 해'가 아니라 '애플 워치 탓에 2015년을 웨어러블의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어느 쪽이든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 애플 워치를 기대하게 하는 것이죠. 단지 상반기 출시가 유력하므로 곧 쉽게 만날 수 있겠지만, 애플 워치에 더욱 흥분하게 할 몇 가지 쟁점이 있고, 출시에 맞춰 해당 쟁점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눈여겨볼 지점이 되었습니다.
애플 워치는 무엇보다 iOS와 완벽히 연동하는 웨어러블 제품이라는 게 강점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부분 앱 기반으로 작동하는 여타 웨어러블 제품과 달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자연스러운 연동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죠. 그러나 이것만 강점으로 보기에 다양한 용도의 웨어러블 제품이 이미 많이 출시되었고, 각자 플랫폼을 확장하는 단계가 되면서 애플 워치는 여러 부분에서 꽤 밀린 후발 제품입니다.
가령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로 웨어러블 제품의 기반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스핏은 최근 스와로브스키와 협력한 크리스털 샤인으로 패션 활로를 넓히고, 자사 피트니스 시스템을 타 제조사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하면서 피트니스 부문 플랫폼을 확장 중입니다. 나이키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에 집중하여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에 나이키 피트니스 플랫폼을 탑재하고, 자사 스포츠용품들과 연결할 수 있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애플도 애플 워치를 출시하기 전, 개발자 도구인 워치킷(WatchKit)을 배포하여 준비하고 있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달리 이미 하드웨어도 공개된 지점에서 경쟁 업체들이 상용화에서 앞서 있다는 건 지난해 애플 워치를 공개한 시점의 제품 그대로 시장에 나왔을 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애플 워치의 출시가 3월이 될 것으로 알려졌고, 공개 시점은 지난 9월이므로 3월에 출시한다면 6개월이나 지난 것이니까요.
오랜만에 애플이 시도하는 새로운 카테고리인 만큼 빠른 웨어러블 동향에 맞춘 제품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동향을 비추어 애플 워치에 걸린 쟁점 가지를 봅시다.
첫 번째는 '원형 디자인'입니다. 정확히는 '더 다양한 디자인의 출현'이겠지만, 애플 워치는 내부 소프트웨어는 원형을 이용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적용했으나 하드웨어 디자인은 사각형입니다. 라운딩으로 곡면을 줬지만, '모토 360'이나 'G워치 R'에서 주목받은 원형 디자인은 아니죠.
꼭 원형이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애플 워치의 폐쇄적인 선택권입니다. 워치킷을 적용한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 워치뿐인 데다 애플이 다른 제조사가 애플 워치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할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개발한 제품 안에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탓으로 애플도 여러 시곗줄과 색상으로 선택권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본체 케이스의 디자인은 색상과 크기 외 선택권이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웨어 제품은 제조사나 디자인 등 선택 폭이 넓은 만큼 웨어러블에서 중요한 패션 요소가 다양화할 여지가 매우 많지만, 애플은 스스로 여지를 만들어야 하고, 그렇다면 원형 디자인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옵션입니다. 둥근 본체에 이미 다양화한 시곗줄로 사용자화할 수 있다면 본체 케이스 디자인을 하나 추가한 것으로 디자인 선택권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홈킷(HomeKit)'입니다. 필자는 '네스트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우수한 이유'라는 글을 통해 '스마트폰이 아닌 네스트를 중심으로 짠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멀티 플랫폼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네스트 플랫폼의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플이 홈킷으로 iOS 기기와 연동하는 사물인터넷 제품을 늘리는 방향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묶여있다는 건 기존 사용자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에도 홈킷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애플 워치가 개인 인증 장치가 되어 사물인터넷과의 접점을 만들어 내면 네스트처럼 스마트폰이 아닌 구심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네스트처럼 공간에 설치하는 장치가 아닌 몸에 항상 지닌 모바일 기기로써 스마트폰 외 장치가 구심점이 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죠. 물론 네스트처럼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접근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구심점이 생긴다는 건 사물인터넷 분야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것이고, 플랫폼 확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CES 2015에서 등장한 대개 홈킷 제품들은 애플 워치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중점을 뒀으나 애플 워치가 정식 출시한 시점에서 애플 워치로 중심을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애플 워치가 사물인터넷에 적합한 개인 기기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별개로 말이죠. 예를 들어 애플 워치에는 심전도 센서가 장착되었고, 당장 선보인 건 두근거림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정도지만, 바이오님(Bionym)의 심전도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하트 ID(Heart ID)' 같은 인식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애플 워치로 신원을 확인한 후 연결한 사물인터넷 기기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보안과 접근성을 크게 올릴 수 있습니다.
애플이 애플 워치로 네스트처럼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마련하기 위한 애플 워치만의 특정은 무엇인가가 쟁점입니다.
마지막은 '아이비콘(iBeacon)'입니다. 2013년에 첫선을 보인 아이비콘은 조용하지만, 이미 상용화한 기술입니다. 대표적인 아이비콘 적용 업체인 마켓 모바일 광고 업체 인마켓(inMarket)은 아이비콘을 광고에 활용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된 시점에서 인마켓은 애플 워치와 직접 연동하는 아이비콘 플랫폼인 '프록시미티 SDK(Proximity SDK)를 선보였습니다. SDK 내용은 아래 영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inMarket Proximity SDK now for Apple Watch>
원하는 요리법에 필요한 재료를 알림 받거나 작성할 수 있고, 마켓에서 재료를 구매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스마트폰을 쥐고 쇼핑하던 것과 달리 애플 워치로 양손이 자유롭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용자 경험입니다. 여기에 구매 목록의 재료에 대한 광고, 위치, 정보 등을 습득할 수 있고, 쇼핑 경험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게 인마켓 프록시미티 SDK의 골자입니다.
인마켓이 제시한 것을 빌려서 그 밖에 MLB, 메이시스(Macys) 등 아이비콘을 도입한 업체들의 조용한 움직임이 애플 워치로 폭발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비콘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조용했으나 애플 워치가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아이비콘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애플 워치로 아이비콘이 떠오르느냐, 아니냐는 애플이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를 NFC 기반으로 구축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애플 페이는 애플 워치로도 이용할 수 있는데, 결제를 NFC로 이행하고, 아이비콘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구조로 간다면 아이비콘이 꼭 성장해야만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프록시미티 SDK 등을 미뤄볼 때 가능성을 엿볼 수 있으므로 애플 워치를 통한 아이비콘의 저변확대가 기대할 부분입니다.
세 가지 말고도 가격, 헬스킷, 카플레이 등 애플 워치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은 많습니다. 다만, 필자가 정리한 둥근 디자인, 홈킷, 아이비콘은 '애플 워치의 패션 요소', '애플 워치와 사물인터넷', '웨어러블의 새로운 경험'을 대표적으로 나타냅니다.
쟁점의 방향이 어떤가에 따라서 출시한 애플 워치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쉽게 짚어낼 수 있겠죠. 그리고 애플 워치가 2015년을 웨어러블의 해로 넘길 실마리도 담겨있습니다. 또는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둘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실마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건 상기한 것처럼 분명합니다.
애플 워치가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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